[뉴스 속 직업] 황수경과 강신욱의 교훈, 통계청장은 문대통령 기쁘게 하는 자리?
통계청장은 문대통령 기쁘게 하는 자리?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황수경 통계청장 경질된 건 하위층 소득 감소 드러낸 ‘가계동향조사’ 때문?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황수경 통계청장을 면직시키고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새 통계청장으로 기용한 사실을 두고, 사실상 ‘문책성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황 청장은 작년 7월 취임해 13개월 남짓 재직했다. 역대 통계청장들이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통상 2년간 재직한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유경준 전 청장은 약 2년 1개월, 박형수 전 청장은 약 2년 2개월간 재직했다.
문제는 황 청장의 재임기간 중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가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및 최저임금 정책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언론 보도의 근거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소득조사 표본을 8000가구로 확대하면서 표본 설계 적절성 논란
통계청은 지난 5월 가계동향 조사에서 지난 1분기 전국 가구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하고, 상위 20% 소득은 9.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6일 발표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도 하위 20%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하고, 상위 20%의 소득은 1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올해부터 통계청은 소득조사 표본을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했다. 이에 저소득 가구의 비중이 커지면서, 통계청이 표본 설계에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통계 기법의 잘못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어두운 면이 부각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당연히 황청장을 향한 비판론으로 이어졌다.
통계청 관계자 “기존 3~8그룹에서 1·2그룹, 9그룹까지 고르게 표본 확대” 반박
그러나 27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통계청 관계자는 “저소득층인 1, 2그룹뿐만이 아니라 고소득층인 9그룹까지로 표본을 확대했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가구만 추가로 표본을 확대했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반영한 것이라 가계동향조사를 실시하면서 독단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구를 추가했다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신욱 신임청장, 5월 1분기 가계 동향조사 논란 당시 문 대통령 ‘지원군’으로 활약
27일 “통계는가중치 어디 두느냐에 따라 해석 달라져” 언급해 향후 변화 예고
반면에 강 신임 청장은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의 표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동연구원 관계자와 함께 ‘최저임금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골자로 해명 자료를 제출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5월에 1분기 가계동향의 결과가 문 대통령의 정책 실패론으로 연결되는 시점에 강 청장이 ‘구원 투수’로 활약했던 셈이다.
통계청장 재임명이 발표된 직후 2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강 청장은 “1분기 통계청의 가계소득 동향 발표의 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청장은 “표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의 질문에는 “표본이 잘못됐다기보다, 표집을 하면서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방법에 대해 면밀히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강 청장은 지금까지 이뤄진 가계동향조사의 문제는 ‘표본’ 자체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결과를 ‘추출’하는 과정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는 1, 2분기 동향조사의 토대가 된 표본 ‘8000가구’는 그대로 두되, 소득 분위 별로 가중치를 다르게 두는 등의 방법으로 결과 산출을 다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원래 국가통계포털에만 공표하고 공식 브리핑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하나로 이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지난 5월부터 통계청은 1년 3개월 만에 가계동향조사를 공식 발표하게 됐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 등에서는 통계청이 문 정부의 기조와 정반대되는 자료를 내놓은 것이 이번 황 청장이 전격 경질되고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하는 통계를 제공한 강 청장을 기용한 배경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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