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삼성과 LG가 ‘토익’보다 ‘오픽’ 능력자를 인재로 보는 까닭
삼성과 LG가 ‘오픽’ 능력자를 뽑는 까닭

삼성, LG, 두산 등 주요 대기업 하반기 공채서 ‘오픽’ 성적 요구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최근 주요 대기업이 하반기 채용 시즌에 돌입하면서 영어공인성적 중 하나인 ‘오픽(OPIc)’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오픽은 근래 기업 채용에서 그 중요도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삼성, LG, 두산, 롯데 등 대기업은 모두 오픽 성적 제출을 의무화하거나 가산점을 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입 채용 시 오픽을 활용하는 기업·기관은 2016년 기준 약 1600개에 달한다.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그룹은 특히 오픽 성적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대부분은 채용 시 오픽 성적을 필수로 내야 한다. 아울러 인사·승진 제도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임직원 대상으로 정기적인 오픽 테스트까지 치른다. 심지어 최고등급의 오픽 성적이 있어야만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처럼 삼성을 비롯한 유수 대기업이 오픽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질문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변화, 영어실력 뿐만 아니라 상황대처 능력도 관건
오픽은 영어회화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비슷한 종류인 토익 스피킹 등과는 시험 유형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오픽은 최대한 실제 인터뷰 형식에 가깝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오픽은 응시자가 어떤 답변을 하는지에 따라 후속 질문이 달라진다. 똑같은 시험일 치러도, 개인마다 전혀 다른 시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말에 가장 즐겨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대답하면, 이어 ‘자신의 동네 카페는 어떤 모습인지’, ‘그 카페에서 있었던 가장 즐거운 경험은 무엇인지’ 등 앞선 대답과 연관된 연속적인 질문을 받게 된다. 만약 ‘카페’ 대신 ‘운동’이라고 답했다면, 운동과 관련한 다른 질문을 받게 되는 것.
응시자는 자신의 대답에 따라 질문의 갈래가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갈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대답을 선택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단순히 회화능력을 넘어서 순발력과 상황대처능력 또한 요구되는 시험인 셈이다.
유형화된 질문을 짧은 시간에 답변하는 토익 스피킹과 차이 나
오픽과 함께 대표적인 영어회화시험으로 꼽히는 토익 스피킹의 시험 방식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토익 스피킹은 유형과 질문이 대략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주로 비슷한 질문 유형을 학습하고 그 안에서 단어와 상황을 조금씩 달리해 답변을 준비해 간다.
특히 토익스피킹은 질문에 대한 답변 시간이 수 초 내로 매우 짧고, 답변 기회도 단 한 번밖에 없다. 따라서 순간적인 대처보다는 사전에 예상 질문을 선별해 반복 학습을 하는 공부 방식이 더 적합하다. 반면 오픽은 상대적으로 답변 시간이 길고, 질문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별도의 감점 없이 주어진다.
토익 스피킹은 반복을 통한 숙달이 중요, 오픽은 사고력과 순발력 요구해
이와 관련해 모 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토익 스피킹은 학원에서 일괄적으로 암기한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강해 어딘가 경직된 느낌을 준다”면서 “오픽은 자연스럽고 유연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높게 평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기업들은 ‘훈련된’ 인재보다는 사고력과 순발력, 친화력을 갖춘 인재를 더 선호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최근 들어 삼성그룹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직무 중심’ 채용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얼마 전 삼성그룹이 지난 상반기 직무적성검사(GSAT)에서 ‘상식’ 시험을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한 취준생들이 정해진 질문에 준비한 답을 하는 정형적인 시험은 채용 현장에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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