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현대차 협력사도 각자도생 시작, 자동차부품업계 1차 고용대란
현대차 협력사도 각자도생 시작

현대차 협력사 직원 A씨 "완성차 업체의 점유율 하락이 부품업체 직원에겐 생존위기"
"민노총 보호받는 완성차 직원은 보호받지만 먹이사슬 하층부는 취약"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폭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반면 자동차 제조업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자동차산업의 고용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어려움이 부품제조업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의 협력사들도 물량 격감으로 인해 중국 기업 납품을 타진하는 등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협력사인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 A씨는 12일 기자와 만나 "완성차 업체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협력사의 일감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요즘 분위기기 흉흉하다"면서 "현대·기아차 근로자들은 민주노총이라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보호 아래 생존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그 먹이사슬의 하층부로 갈수록 구조조정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A씨는 "회사 경영진이 급성장하는 중국 완성차업체 등으로 판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내년에 가장 확실한 파트너인 현대·기아차의 일감이 더 줄어든다면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직원들은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A씨의 주장이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임은 정부의 고용보험 감소 통계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11월 고용행정통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 속 자동차 부품업체만 7만4000명 감소
현대차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 실적부진에도 고용보험 감소세 '완화'
지난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18년 11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을 뜻하는 피보험자는 1342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5만8000명(3.5%) 늘어 증가폭이 6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이 작년 같은달보다 43만6000명 늘어난 900만9000명으로 집계됐고, 내수 업종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258만2000명으로 작년 같은달보다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피보험자 수 감소는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전자통신이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영향도 있지만, 자동차 제조업의 부진에 따른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자동차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올해 1월 이후 감소세가 지속돼 지난달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만4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 중 부품제조업의 피보험자 수가 크게 줄었다. 자동차 부품제조업 피보험자는 지난 7월 6만9000명에서 지난달 7만4000명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반면, 완성차 제조업의 증감율은 지난 7월 3만2000명에서 지난달 2만명으로 감소폭이 완화됐다.
부품업체의 고용 악화는 완성차업체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협력업체가 납품하는 부품량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부품업체의 매출 하락과 공장 가동률 저하,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는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76% 급갑했고, 같은 기간 쌍용차도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지엠도 판매량 감소 등으로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 최대 위기"…트럼프 25%수입관세 부과하면 '재앙'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주최로 열린 자동차산업 위기 진단 학술대회에서 "30여년간 자동차산업을 연구하면서 요즘처럼 위기였던 적이 없었다"며 "언제든지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M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내년도 수입자동차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불똥은 부품제조업체로 튀어 '큰 산불'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 중국 등 해외진출 통해 '각자도생' 시도
고용부 관계자 "완성차보다 부품 제조업이 타격 큰 것은 수직계열화 산업의 특성"
부품업체의 실적하락과 고용쇼크도 이미 수치로 표면화 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한 1차 협력부품업체 89개사 중 42개사(47.2%)가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8개사(66.7%)는 적자로 전환했다. 89개사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8.6% 줄었으며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쳐 작년 1분기 3.7%에 비해 2.8%포인트나 감소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업보다 부품제조업의 피보험자 수 감소폭이 증가하는 것은 부품업체의 규모가 작고 재정건전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타격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직계열화된 국내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완성차 업체의 부진이 협력업체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부품업체의 해외 진출도 불가피하게 받아들여 지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의 납품량이 줄어들면서 경영악화에 처한 부품업체가 중국 등 해외시장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납품량이 줄어든 국내 부품사가 경영악화와 고용 감소 등의 우려로 중국 등 해외 수출 경로를 찾아 각자도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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