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무역전쟁 손익계산서](상) 한국 산업계 뒤흔드는 파장

日, 한국 겨냥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본격화
“일본 수출 규제 장기화되면 한국산업 2차 피해”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산업을 견인하는 주요 업체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이들은 일본의 무역보복 사태를 대비해 서둘러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에칭가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여기에 가스를 국산화하는 업체가 국내에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에칭가스를 공급받는 국내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본 수출 규제 관련해 “1차 피해는 소재를 공급받는 국내 업체들이겠지만, 향후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산업이 2차 피해를, 더 나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물량을 공급받는 여러 업체들이 3차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리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일본에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이라면서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일본 제재 재고량을 3개월 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인데, 재고량이 바닥 나는 시점인 10월 말부터는 이들의 피해가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본 무역보복 따른 ‘한국산업’ 피해 규모 가늠 어려워
이와 관련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 수출 규제가 지금 막 시작된 만큼 한국산업의 피해를 지금 당장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 규모는 수출 규제가 장기화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3개의 규제 품목을 사용하는 국내 업체들은 하루빨리 다른 공급처를 찾는 것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에 대한 대일 수입의존도는 각각 91.9%, 43.9%, 93.7%이다. 에칭가스의 수입의존도는 최근 43.9%까지 낮아졌지만 리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당정청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산화의 역량을 강화해 대일 수입의존도를 낮추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수출 규제 품목 3가지 모두 일본에 수입의존도가 높지만, 국내에서도 이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재료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국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경인양행, SK이노베이션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감광제인 리지스트는 한국 동진쎄미캠 등에서 공급이 가능하고, 에칭가스는 후성과 솔브레인 등에서 공급이 가능하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소재를 사용해 온 것은 그만큼 품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소재 업체들의 품질을 일본 수준만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정청은 이번 일본 사태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 원 수준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큰 이슈가 터지고 나서야 우리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으로는 또 언제 터질미 모르는 수출 규제를 대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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