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 '특허' 받은 친환경 폐차장 ‘동강그린모터스’ 최호 대표 , “폐차는 재생산 산업이다”

박혜원 기자 입력 : 2019.09.16 14:55 ㅣ 수정 : 2019.09.16 15:29

[인터뷰] 최호 대표, “폐차는 재생산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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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그린모터스 최호 대표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강그린모터스 사무실에서 15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혜원 기자]

낙후된 국내 폐차 시설에서 ‘페인 포인트’ 발견한 최호 대표

“연간 폐차량 80만대, 사회적 개선 필요했지만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

실내 수작업 방식 통해 정부가 2015년 제시한 부품 재활용률 95% 달성

 

“2만 여개 이르는 자동차 부품, ‘재활용’ 유통망 활성화하면 폐차도 산업될 수 있어”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나는 사람들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끌린다.”

‘동강그린모터스’ 최호 대표의 철학이다. 지난해 4월 최 대표는 친환경 폐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강그린모터스를 설립했다. 30년간 건설업에 종사한 최 대표는 친환경 폐차 서비스 개발을 위해 6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에 관해 최 대표는 “폐차업에 도전하기 위해 6년 동안 500여 곳에 이르는 전국의 폐차장을 돌아다녀 봤는데 배울 점이 하나도 없었다”며 “기존 폐차장의 문제점을 개선한 친환경 폐차장을 만들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흔히 폐차장이라면 외지에 위치해 고물들이 산처럼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폐차장은 으레 그런 장소라고 여겨져 누구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여기에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발견했다. 페인 포인트는 사회 구성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지점을 이른다. 어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를 해소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친환경 폐차 서비스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대두됐다. 폐차 규모는 연간 88만대에 이르는 데 반해 폐차 방식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폐차장은 폐차를 외부에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엔진 등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은 그대로 땅에 흡수된다. 오존층을 파괴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냉매도 대기 중에 무분별하게 방출된다.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폐차업’이란 용어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으로 수정했다. 지난 2015년에는 부품 재활용률을 95%까지 높이자는 목표치도 마련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던 기존의 폐차 방식에서 벗어나 부품들을 정밀하게 해체해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최 대표는 “법은 개정됐으나 정작 현장에서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사회적 관심도 덜해 그간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최 대표는 폐차업 개정 8년 만에 이 같은 사회적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개발했다. 친환경 폐차 방식에 대한 특허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특허받은 방식에 맞춰서 100억여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의 친환경 폐차장을 설립했다. 친환경 방식인 만큼 정밀한 수작업이 필요해 다른 폐차장과 달리 직원이 많다.

뉴스투데이는 15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강그린모터스 폐차장에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강그린모터스 최호 대표는 모든 폐차 시설을 실내로 옮겼다. [사진=박혜원 기자]

실외 중심의 기존 폐차 방식은 땅과 하천에 기름, 대기 중에 냉매 확산시켜

동강그린모터스의 모든 폐차 과정은 ‘실내’에서

‘수작업’으로 부품 해체…부품 재활용 위한 인건비 부담 감수

동강그린모터스와 기존 폐차장의 차별점은 두 가지다. ‘수작업’으로 자동차 부품을 해체하고, 이를 비롯한 모든 과정이 ‘실내’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우선 차량이 들어오면 분리기를 통해 냉매와 오일을 회수한다. 종류에 따라 분리된 오일은 현장에서 직원들 자동차의 연료 혹은 보일러 연료 등으로 재활용된다. 기존 폐차장에서 냉매와 오일은 회수되지 않고 외부에 모두 방출됐다.

이후 수작업으로 재활용 가능한 자동차 부품들을 해체한다. 정부 지침대로 자동차 부품 재활용률을 95%까지 끌어올리려면 엔진 같은 큰 부품부터 사이드미러나 후미등 같은 정밀 부품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

이에 관해 최 대표는 “정밀한 자동차 부품 해체 작업은 사실상 기계로는 불가능하고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며 “인건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폐차장에선 이 과정 없이 바로 차체를 압축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폐차장들은 대부분 폐차에서 나온 부품들을 기계로 압축한 뒤 태워서 없애는 방식으로 재활용률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은 불가피하고 환경 오염은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최 대표가 특허를 받은 친화경 폐차 방식은 인간의 손에 의해 해체 작업을 마친 자동차를 실내에서 압축시킨다. 중고자동차부품 전문 쇼핑몰인 '지파츠쇼핑몰'을 통해 판매될 중고부품들은 실내 창고에 보관된다.

 

전선이나 타이어 등과 같이 바로 재활용되거나 수출할 중고부품등은 외부 저장고에 보관된다. 외부 저장고의 바닥은 콘크리트 처리를 했다. 모두 오일이나 냉매 등의 액체잔존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고부품에서 흐르는 기름은 별도로 설치된 유수분리장치를 통해 분리된다.

▲ 폐차에서 수작업으로 분리된 중고 타이어 휠(왼쪽)과 중고 범퍼(오른쪽)가 종류별로 분류돼있다. 중고 부품에서 기름이 흘러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 처리를 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사진=박혜원 기자]

▲ 분류된 중고부품들은 세척 작업을 거쳐 창고에 보관된다. 중고자동차부품 전문 쇼핑몰인 '지파츠 쇼핑몰'이나 '동강그린모터스 쇼핑몰'에서 중고 자동차 부품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다. [사진=박혜원 기자]

“폐차 서비스는 산업 규모로 커질 수 있는 가능성 무궁무진”

“자동차 생산기업이 재활용 책임을 져야 산업 활성화될 것”

아직 대중에게 폐차 산업이란 말은 어색하다. 그러나 최 대표는 “과거에 폐차는 단순히 ‘자동차를 없앤다’는 의미였으나 이 관점을 ‘자동차 재활용’으로 바꾸면 충분히 경제적 가치가 있어 산업 규모로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최 대표는 “폐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자동차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PR제도란 제품 생산자에게 재활용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국내에서 EPR제도는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과 포장재 등에 적용되고 있지만 자동차는 제외됐다.

단순히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넘어 재활용 주체를 생산 기업에 넘겨야 친환경 폐차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최 대표는 “친환경 폐차에 대한 자동차 생산 기업의 수요가 선행되면 자연스럽게 제대로 된 폐차 업체도 늘어나고 중고부품 유통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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