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13) ‘유쾌한 경제관료’ 오종남의 행복한 노년을 위한 6가지 수칙

권하영 입력 : 2017.10.13 11:59 ㅣ 수정 : 2017.10.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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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CEO북클럽에서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고 있다. ⓒ 한국생산성본부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통계청장 지낸 오종남 새만금 공동위원장이 말하는 노년의 행복법칙 6가지
 
노년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평균수명 81세인 현 시대는 환갑잔치도 쑥스러운 시대다. 그러나 여생이 길다는 것은 생각만큼 즐거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건강도 행복도 보장되지 않은 노년은 큰 부담으로만 다가온다.
 
이런 부담을 안고 있는 노년에게 새삼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이가 있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CEO북클럽에서 강연자로 나서며 은퇴한 노년이 간과하기 쉬운 일상 속 ‘행복 원칙’들을 되새겨주었다. 

오 위원장은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과 통계청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편견없는 사고방식과 유쾌한 말솜씨 덕분에 관료출신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① 노후대비는 ‘주제 파악’과 ‘분수 알기’에서 출발…욕망 버리고 소박함 즐기기
 
노년의 1순위 걱정은 아무래도 ‘노후대비’다. 각종 방송과 언론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노후자금은 얼마’라는 식으로 액수를 따지고 집계하는 보도가 연일 쏟아진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노후자금 얘기는 다 거짓말”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만약 언론이 말하는 노후자금이 5억 원이라고 하자. 그럼 3억 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2억 원이 모자라다며 더 벌려고 사업하다 3억 원도 날리고 망한다. 이런 일이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노후설계를 하려면 우리가 국민학교 국어 시간과 산수 시간 때 배웠던 것을 생각하라”며 “핵심은 ‘주제 파악’과 ‘분수 알기’”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한 노후생활은 사회가 정한 금액을 따라가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절한 ‘양입제출’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자신의 수입 상황을 헤아려보고 그에 맞게 지출을 통제하는 게 진짜 노후생활의 시작이라는 것.

‘욕망’을 버리고 ‘소박함’을 즐기는 것이 행복의 출발점이라는 관점인 것이다.
 
② ‘마음의 분모’를 줄여 ‘만족의 습관’ 만들기행복은 재산순이 아니라 만족순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소비과잉 시대에 분수에 맞는 지출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분수 자체를 줄이라’고 말한다.
 
그는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 만족하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그렇다면 더 많이 성취하는 것도 행복한 길이겠지만 더 적게 바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즉, 나의 분수에서 분자를 늘리거나 아니면 분모를 줄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현대사회에서 경제활동을 끝낸 노년에게 필요한 것은 분자를 늘리기보다 분모를 줄이는 일이다. 오 위원장은 “내 마음이 100일 때 120의 기쁨을 얻으면 행복해지지만 내 마음이 200일 때 120의 기쁨을 얻으면 불행해진다”며 만족의 역치를 낮춰 행복지수를 높이라고 조언했다.
 
③ 넘치는 행복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기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적용?
 
그러나 오 위원장은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의 행복은 다른 사람과 나누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족도가 100인 사람이 120을 가진다면 그 사람의 행복지수는 120이 아니라 100이다. 그럼 나머지 20은 무엇이냐, 바로 ‘감사함’이다. 우리는 이 20의 감사함을 남에게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관료 출신답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활용해 행복나누기를 역설한 것이다.
 
특히 오 위원장은 이 나눔의 실천을 통해 ‘짐 되는 노인’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어르신’이 되라고 말한다. 올해부터 지하철 무료 교통카드를 받게 된 경험을 소개한 그는 “단지 65세라는 나이만으로 교통카드를 무료발급해주는 것이 참 불만이었다. 물론 내가 제도 자체를 바꿀 힘은 없다. 그렇다면 내가 무료로 이용한 것의 100배를 기부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매년 1000만 원 정도를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스스로 넘치게 받은 것은 다시 나누는 것이 곧 존경받는 ‘어르신’이 되는 미덕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 생각을 모 신문에 칼럼으로 썼더니, 많은 어르신들로부터 ‘정말 좋은 방법’이라는 공감을 받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④ 눈높이를 낮춘 타인과의 비교자신의 고통을 일반화하는 과정
 
오 위원장은 “나와 다른 사람을 계속 비교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정 반대의 주장을 낸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습성을 가진다는 것.
 
다만 그는 “대신 목 디스크를 조심하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들고 나보다 나은 사람만 쳐다본다. 나보다 잘 살고 잘난 사람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전후좌우를 다 살펴봐야 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생각해라”고 조언했다.
 
물론 타인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채우라는 말은 아니다. 내가 겪는 고통이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만큼 자신 마음의 짐도 덜 수 있고,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도 커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⑤ 사람을 수단화하지 말라이타적 인간이 살아남는 사회 돼야
 
“산업화를 막 시작하던 시기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가 안 되었던 우리가 오늘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자원은 바로 인적자원이다. 하지만 오 위원장은 이 ‘인적자원’이 바로 우리나라가 특히 불행한 이유라고 말한다. “우리는 말 그대로 인간을 ‘자원’으로만 여기고 경제발전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시작했다.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이상한 이름의 정부부처도 생길 정도였다. 한마디로 ‘인간개발’은 부족했던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 위원장은 “사람을 도구로 보는 세태는 바뀌어야 한다.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적자(適者)생존이 아니라 적자(赤字)생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을 위해 기꺼이 손해 보는 삶을 사는 이들이 살아남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⑥ 아랫사람에게 반말하지 말기상호 존중의 문화가 행복의 지름길

행복한 노년을 위한 그의 마지막 제안은 무엇일까. 오 위원장은 의외로 ‘존댓말 쓰기’라는 간단한 제안을 전했다. 그는 “식당에 가면 아무 죄의식도 없이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사람이 많다. 조선족 종업원이 말을 어눌하게 한다고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들은 과거에 돈 벌려고 독일로 건너 가 광부 일하고 간호사 일 했던 우리나라 사람들과 뭐가 다른가”라며 일부 노인들이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반말을 일삼는 세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5만 달러가 된다고 해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다. 경제는 속성 발전이 가능하지만 문화는 숙성 발전이 필요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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