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WEEKEND스토리] 할로윈데이가 피곤한 직장맘, 그러나 정부는 웃는다

정승원 입력 : 2017.10.27 11:18 ㅣ 수정 : 2017.10.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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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31일 할로윈데이 축제를 둘러싸고 긍정과 비판의 시각이 엇갈린다. ⓒ솔트레이크 매거진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1. 서울 강북구에 사는 직장맘 K씨는 최근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보낸 공문을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 할로윈데이(10월31일) 의상과 사탕 50개를 준비하라는 주문이었다. 부랴부랴 의상을 사고 사탕을 준비하는데 들어간 돈만 5만원이 넘었다. 아들은 의미도 모르고 좋아라 하지만 왜 이런 정체불명의 외국축제까지 챙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K씨는 푸념했다.

#2. 직장생활 2년차인 L씨는 할로윈데이 파티에 가고 싶다는 여친의 요구에 관련상품을 검색하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28일 저녁 6시부터 29일 자정까지 계속되는 호텔파티에 참가하려면 1인당 11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상까지 챙기려면 2인 비용이 30만원은 족히 필요하다. L씨는 뭐 이런 데까지 돈을 써야 하나 싶었지만 여친의 실망하는 표정을 볼 수 없어 신용카드를 꺼냈다.


▶상업적 기념일의 원조 미국은= 미국에서 할로윈데이는 기념일이라기 보다는 축제일에 가깝다. 아직은 소비 면에서 발렌타인데이의 절반도 안 되는 69억달러(7조8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축제를 즐기는 사람수는 발렌타인데이 못지않다. 미국인구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1억5700만명이 어떤 형태로든 할로윈데이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인구통계국 집계에 따르면 할로윈데이때 미국인은 평균 74달러(8만3700원)를 소비한다. 특히 사탕만 놓고 보면 할로윈데이 기간의 매출액이 훨씬 많다. 발렌타인데이때 사탕매출은 16억달러(1조8000억원) 수준인데 비해 할로윈데이 때는 22억달러(2조4800억원)나 팔려나간다. 이는 미국 전체의 치과 치료비용(2010년 기준)과 비슷하다.

할로윈 의상도 장난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미국인들은 할로윈데이때 25억달러(2조8200억원) 정도를 기괴한 복장을 사는데 쓴다. 지난해의 경우 어른복장 소비에 19억달러, 아이들 복장 소비에 9억5000만달러, 애완동물 복장에 3억5000만달러를 소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박, 촛불 등 기타 자질구레한 할로윈 장식비용까지 합하면 그 금액은 껑충 뛴다.


기념일의 왕으로 자리잡아가는 발렌타인데이=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가장 큰 기념일로 꼽히는 것이 발렌타인데이다. 원래는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누스(영어로 발렌타인)의 축일을 기리는 기념일이었지만 꽤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이나 장미, 사탕을 주는 날로 자리잡았다.


▲ 할로윈 상품이 진열된 상점. ⓒCBS LA


전미소매연맹(US 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발렌타인데이때 미국인들은 선물을 사는데 평균 160억달러(18조800억원)를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념카드 전문업체 홀마크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미국인들이 사가는 기념카드는 1억4100만장에 달했다.

장미도 1억9800만 송이가 팔렸고 하트 모양의 박스로 포장된 초콜릿 선물은 3600만개가 판매된다. 캔디는 무려 80억개가 팔린다. 초콜릿과 캔디제조업체들이 발렌타이데이 하루에 판매하는 금액은 10억달러(1조1300억원)가 넘는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미국인들 중 900만명이 발렌타인데이때 애완동물용 선물을 샀고 1인당 평균 5달러(5700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미 등 꽃선물에 들어간 돈은 17억달러(1조9500억원)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미혼여성 중 53%는 발렌타인데이때 남자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할 경우 남친과 헤어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이다.


상업적 목적의 기념일 증가에 남몰래 미소 짓는 정부= 미국에는 기념일이 많다. 국가에서 법령으로 제정해 기념하는 날도 있지만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지키는 기념일도 그 못지 않다.

특히 할로윈데이 축제처럼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되는 기념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념일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은 주머니사정을 걱정해야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기념일 덕분에 먹고 사는 부류가 많다는 뜻이다. 정부도 그 중의 하나다.

전미소매연맹 조사에 따르면 사탕 제조업체의 연간 매출액 중 할로윈데이와 발렌타인데이 매출이 전체의 4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사람들이 기념일을 즐기면 즐길수록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미국의 많은 주들은 판매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부가세와 마찬가지로 대략 물건값의 10%를 세금으로 매긴다. 발렌타인데이때 관련상품이 160억달러가 팔려나갔다면 16억달러(1조8000억원)는 주정부의 몫이라는 얘기다. 할로윈데이 역시 69억달러 매출액중 10%인 6억9000만달러(7900억원)는 단순계산으로 주정부 금고로 들어간 셈이다.


▲ 애완견에게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 할로윈 축제. ⓒ쉐크나우즈닷컴


소비 진작이냐 등골 브레이커냐의 엇갈린 시선=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할로윈데이와 관련해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비싼 할로윈 의상, 소품 등을 구입하느라 부모들의 등골이 휠 정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있는 할로윈 의상이나 용품은 수천 원대는 거의 없고, 대개 5만~8만원 짜리가 대부분이다. 일부 의상은 10만원이 넘는 것들도 있다. 의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맞는 분장, 소품 등을 합치면 20만~3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할로윈축제의 원조격인 미국인들이 평균 74달러(8만5000원)를 소비하는 것에 비하면 과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서양에는 없는 화이트데이(3월14일), 블랙데이(일명 짜장데이·4월14일), 빼빼로데이(11월11일) 등 이런저런 ‘데이’가 많다. 아이들은 부모를 졸라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사느라 바쁘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낭비로 볼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미국처럼 기념일이나 축제일에 소비가 늘어 즐기는 사람도 좋고, 생산자나 판매업자들이 모처럼의 매출증대에 미소를 짓고, 정부 역시 세금을 더 거둔다면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11일 빼빼로데이 때 롯데제과는 빼빼로의 1년 매출 가운데 절반 정도가 11월에 나올 정도라고 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면 없는 기념일이라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물론 기념일이나 축제일은 참여하는 사람도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괜찮은 내용으로 포장하고 만들지는 정부와 민간업체 모두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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