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⑫ 황이선, 38살 어린 여제자 성추행한 오태석의 ‘민낯’ 벗겨

(뉴스투데이=송은호 기자)
서울예대 재학 시절 ‘권력자’ 오태석 교수의 성추행 밝혀
이윤택 연극 연출가의 성추행이 폭로된 것에 이어 원로 연극인 오태석 연출가(78) 역시 과거 성추행을 일삼았던 점이 밝혀지면서 연극계에 미투 강풍이 거세지고 있다.
황이선 연극 연출가(40)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과거 오태석에게 당한 성추행을 폭로했다.자신이 서울예대 극작과에서 부학회장이던 시절, 극단을 운영하는 오태석 교수와 함께 연습이 많아지면서 잦아진 식사자리와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연극계에서 존경받아온 원로였던 오태석씨가 38살 어린 여제자를 집요하게 성추행했던 ‘민낯’을 벗겨내 대중에게 공개한 셈이다.
황이선 씨는 “부학회장인 내가 교수의 옆자리에 앉아야 했다”면서 “손부터 시작해 허벅지, 팔뚝 살 등을 만졌다”고 폭로했다. 이어 2003년 2학기 차 안에서는 “무릎 담요를 같이 덮자면서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며 “점점 중요 부위로 손이 다가왔고, 나는 무릎을 힘을 주는 등 어떻게 해서든 방어했지만 그 순간 땀이 뻘뻘났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황이선 씨는 ‘오태석’이라고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으나, 황이선 연출가가 서울예대에 입학한 2002년 극작과 교수로 극단을 운영 중이던 인물은 오태석 씨가 유일하다.
황이선 씨는 당시 오태석 교수가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권력자’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극단 '목화'를 운영했던 오태석 교수는 80여 명의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 중 서너 편만을 선정해 남산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황이선 씨가 성추행을 당한 2002년, 2003년 이후로 약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태석은 ‘연극계 거장’으로서 기세등등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오태석 연출가는 1984년 극단 목화를 창단했고 약 70편의 희곡을 썼다. 대표작 ‘춘풍의 처’를 비롯해 ‘태’, ‘부자유친’, ‘백마강 달밤에’ ‘천년의 수인’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연극계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국립극단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2014년에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5년 간의 ‘침묵’을 깬 것은 ‘관습’이 된 연극계 성추행을 끊어내고 싶어서
“연극인 모두가 방조자이면서 가해자”라고 문제제기
황이선 씨는 오태석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것과 함께 연극계의 ‘관습’을 끊어내고자 미투를 외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윤택 씨는 기자회견에서 ‘관습’처럼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변명한 바 있다. 이처럼 성폭력이 ‘관습’이 되려면 이를 ‘범죄’라고 꼬집어주지 않는 주변 사람의 ‘침묵’이 필요하다.
황이선 씨는 “우선 이제 막 40대를 넘기고 데뷔 10년 차 이상된 나와 동기들, 선배들은 방조자이며 2차 가해자이다”며 “따라서 ‘난 안그랬어’ 하고 숨으면 안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동기들과 선배들은 불편한 마음이겠지만 (어떤 면에서) 나는 우리 모두 가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세대에서 끊겨야 할 것들은 온통 헤집어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이선 씨의 폭로 이후에도 대학로 회식 자리 등에서 오태석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으나 오 씨는 폭로와 관련하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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