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⑪ 조민기의 추악한 ‘오피스텔’ 성추행 폭로한 송하늘의 연예계 ‘미투’

권하영 입력 : 2018.02.21 15:33 ㅣ 수정 : 2018.02.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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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20일 배우 조민기(사진)는 교수로 재직 중인 청주대학교에서 성추행 문제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재직했던 학교 측은 복수의 학생들로부터 성추행에 대한 제보를 받아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조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 뉴스투데이DB

한국사회의 권력기관들이 벼랑끝 위기로 몰리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도화선이 돼 다른 현직 검사, 그리고 전직 방송국 PD의 내부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이슈도 성폭력을 넘어서 채용비리 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다. 권력을 쥔 사람에 의한 '갑질'에 대한 고발태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전례 없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도미노 사태가 한국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뿌리부터 변혁시키는 단초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배우 조민기, 청주대 교수 재직 시절 다수 연극학과 학생 성추행 의혹

 

연예계의 첫 ‘미투' 고발자 송하늘, “조민기, 연예인 권력 앞세워 공공연한 성추행 자행” 주장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출신의 신인배우 송하늘이 배우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이 문단과 연극계를 넘어 이제 연예계까지 번지는 조짐이다.

 

특히 엄청난 경쟁 속에 대중의 눈길 한번도 소중한 연예계의 구조특성상, 그 이면에는 권력관계에 기인한 숨은 성폭력이 만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점에서 이번 조민기 사태는 향후 연예계 미투 운동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송하늘의 고발은 조민기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이에 대한 반박으로 나왔다.

 

앞서 조민기는 20일 교수로 재직 중인 청주대학교에서 성추행 문제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재직했던 학교 측은 복수의 학생들로부터 성추행에 대한 제보를 받아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조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민기는 “사실무근”이라며 성추행 의혹은 ‘루머이자 음모’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송하늘은 그러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저와 저의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라며 고발에 나섰다.

 

그는 “2013년,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은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학과 내에서 조민기 교수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 연예인이자 성공한 배우인 그 사람은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다”고 말했다. 

 

‘성공한 연예인’이라는 권력을 무기로 삼아 약자인 배우 지망생에게 아무 죄의식 없는 ‘갑질’이 가해졌음을 지적한 것이다. 서지현 검사에 이어 줄줄이 이어진 우리 사회 성폭력 고발이 모두 그렇듯 사회적 지위를 악용한 성범죄가 만연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오디션 핑계로 오피스텔 부른 여제자 2명 강제로 침대에 눕혀 성추행

 

남자친구가 술에 취해 잠들자 성추행하면서 신체부위 조롱하는 추악한 모습도 증언

 

성추행 알리자 주변에선 “네 몸은 네가 잘 간수해라”며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

 

이어 송하늘은 조민기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고발했다. 수업을 위해 청주에 따로 마련해 둔 조민기의 오피스텔에서 주로 성추행이 이루어졌다는 증언이다. 그는 “오디션이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연락이 왔다. 친구와 동행해 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송하늘은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고는 침대에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제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 몸을 우겨넣고 누웠다. 팔을 쓰다듬기도 하고 돌아누워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송하늘은 남자친구와 같이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을 찾았을 때는 성추행을 직접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민기와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한 남자친구가 잠든 사이에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면서 성관계와 관련된 질문했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빗대 조롱했다는 것이다. 

 

노래방에서도 조민기의 성추행이 있었다고 송하늘은 밝혔다. 이는 지난 20일 SBS의 성추행 의혹 보도에 대해 조민기 측이 “노래방 끝나고 격려 차원에서 안아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는 “2014년 1학기, 노래방으로 팀 회식을 갔던 날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1차에서 거나하게 취해 흥이 오른 조민기 교수가 앉아있는 여학생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슴을 만지는 등의 신체 접촉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송하늘은 이러한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동안 “‘네 몸은 네가 잘 간수해라’ ‘그러니까 네가 조심해라’ 라는 충고들이 비수처럼 꽂혔다”고 말했다. 흔히 ‘짧고 야한 옷을 입었으니 성폭행을 당한다’는 등의 무책임한 사회적 편견이 피해자에게는 ‘통제와 억압’으로, 가해자에게는 ‘정당화’로 작용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끝으로 그는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그런 일이 있을 것임을 알고도 나서서 행동하지 못해 미안하다. 부디 다시는 어떤 학교에서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한 괴물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민기,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것뿐” 해명해 대중 분노 커져

 

경찰, 조민기 성추행 의혹 밝히기 위한 내사 착수…조민기 촬영중인 드라마 하차

 

가해자로 지목된 조민기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정면 부인하며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청주대학교 측에서 징계를 받아 사표를 제출한 것은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조민기는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과의 통화에서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 노래방이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오히려 사태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교수와 제자, 중견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명확한 권력 관계 속에 상대방의 동의 없는 스킨십을 행하는 것은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무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현재 조씨가 재직했던 대학 측에 성추행 진상 조사한 내용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조민기 소속사 측은 “조민기 씨는 촬영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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