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완전한 지방시대 이룰 것... 부모·자식 세대 모두 함께 살아가고 싶은 지방이기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산업은행 이전, 상반기 내 국회 통과 위해 노력할 것
부산시의회, BNK부산은행과 고금리대환대출 프로그램 운영
지역 산업 경쟁력 제고 위해 수도요금 감면 조례 개정
지방의회법 제정 필요성 공감...관련 세미나 추진해 여론 확대할 것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전력 자급률에 따른 권역 세분화 추진 노력
[부산/뉴스투데이=문지영 기자]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30년, 그리고 5·16 군사정변 이후 지방의회가 공백기를 깨고 부활한 지 34년째 되는 해다. 미래지향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해인 만큼, 정치 혼란 속에서도 지방분권형 개헌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말뿐인 지방자치가 아닌,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할 제2의 성장축으로 주목받는 부산은 우선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입법, 산업은행 이전 등의 장기 표류과제 해결이 대표 관문이다.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됐으나 연말 탄핵 사태 등으로 현재까지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부산항만공사 신항지사에서 이루어진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이루어졌다. 부산 지역 각계각층은 이번 만남으로 시급한 지역 현안인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대표가 이를 공개적으로 외면하고 북극항로 개척 특별법만을 강조하면서 회담이 끝이 나자 실망하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은 최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입법 등 부산이 당면한 과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현안 해결을 위한 추진 동력이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안성민 의장은 지방시대를 염원하는 지역민으로서도 지역 철학을 드러냈다. 그는 "지방시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운을 떼고 "생활공간이 나아져 지방에 살면서도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고, 나뿐만 아니라 자식들이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은 곳이 지방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노력을 기울이는 지방의회가 돼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완전한 지방시대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성민 의장과의 일문일답.
Q. 간단한 인사 부탁
A. 반갑습니다. 제9대 부산광역시의회 의장으로서, 제19대 대한민국시·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성민입니다.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1990년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약 10년을 제외하고 줄곧 영도에서 살아온 토박이입니다. 지난 1990년대 국회 보좌관으로 시작해 4·5·6대에 이어 9대까지 4선 부산시의원으로서 부산과 영도의 발전만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평생 마음에 예(禮)·의(儀)·염(廉)·치(恥) 네 글자를 품고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예의(禮儀)를 지키는 정치인, 염치(廉恥)를 아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Q. 지난해 의정활동 성과와 아쉬웠던 점을 각각 꼽는다면
A. 지난해는 9대 의회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 2년을 새롭게 시작한 해로 의회 조직 혁신, 정책지원관제 도입 등 의정활동 경쟁력 강화 등 전반기 성과를 발판으로 실질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민생경제·글로벌 거점 도시 건설·지방시대 3개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고물가·고금리에 내몰린 민생을 보호하고, 가덕도신공항 등 대형 건설사업 전반을 점검하며 지역소멸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시민 관심이 높은 부산 어린이병원 건립 사업은 시정질문, 전문가 공청회, 조례 제·개정 등 부산시의회의 선도적 문제제기와 여론 형성, 입법적 뒷받침으로 건축비의 50%인 225억 원을 국비로 확보하고 2027년 완공을 위한 첫발을 내딛게 돼 큰 보람입니다.
반면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 경기가 확실하게 회복되지 않아 시민의 어려움을 해소해 드리지 못했고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 산업은행 이전 등에서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Q.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이 올해에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 과제에 대한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시의회가 추진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A. 뼈아프지만,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입법과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서 지난 한 해는 희망으로 시작해 희망고문으로 끝났습니다.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올해는 조기 대선 등 정치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민의를 좇을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입장에서 유권자인 부산시민의 염원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올해 안에 법 제정 및 개정은 반드시 된다고 보고 가능한 상반기 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의 경우 제정의 필요성에 여야가 공감했고 세부 내용에 관한 정부 협의까지 모두 마쳤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고, 국회를 견인할 우리의 간절함 또한 부족했다는 반성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부산시의회는 특별법 제정에 힘을 더하기 위해 정례회 중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6일부터 6일간 시의원 전원 철야농성을 준비했는데,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불발돼 대단히 아쉬웠습니다.
앞서도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 채택, 부산광역시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제정, 글로벌 거점 도시 건설 특별위원회 발족 등의 활동으로 뒷받침했습니다.
앞으로도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고 동시에 부산시의 시행계획도 체계적으로 점검해 차질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현재의 특별법이 정부 논의 과정에서 후퇴한 부분(예타 면제 등의 특례와 분권 보장 등)이 적지 않기 때문에 법 제정이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노력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난 2023년 5월 고시했습니다. 이에 산업은행도 모든 기능을 부산으로 옮기는 청사진을 발표했으며 관련 법안도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다 진행했지만, 국회가 책임을 방기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전체가 공멸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에 2025년, 2026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9%와 1.8%로 전망했는데 지난 2월에는 이를 더 낮춰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수정 발표했습니다. 금융위기, 코로나19로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밑돈 적이 있긴 하지만 2년 연속 2% 이하 성장은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이후 70여 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정부와 국회, 수도권 여론 모두 위기를 직시하고 더 늦기 전에 부산 중심의 두 번째 성장축을 만들어 국토균형발전을 실현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해야 합니다. 산업은행 본사 이전이 그 물꼬가 될 것입니다.
현재 부산 지역사회가 한 마음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국회에 청원하고 있습니다. 청원 운동이 국회를 압박할 수 있도록 부산시의회가 앞장서 시민의 뜻을 모으고, 의원들과 논의해 부산시민의 절실함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더 마련하겠습니다.

Q. 혼란한 정치 상황 속 민생과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시의회가 특별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A. 의회가 집행기관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자체 민생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전반기에 BNK부산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최초로 500억 원 규모로 소상공인·청년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대환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430억 원 정도 소진됐습니다. 올해는 2천억 원으로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저금리 긴급 생계자금 지원 500억 원, 자영업자 고금리 대환대출 500억 원, 생계밀접형 자영업자 신규대출 1000억 원으로 현재 자영업 하시는 시민분들이 대개 6~7%의 이자를 쓰고 있는데 최저 0.2%부터 최고 1%까지 낮게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시의회가 주도해 지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요금 감면 조례도 개정했습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기업들이 많은 동부산 산업단지에 공업용수가 공급되지 않아 기업들이 8배나 비싼 일반용수를 쓰고 있는데 조례 개정으로 이달부터 공업용수 기준으로 요금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공공요금을 비롯한 각종 사용료에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 재량 범위 안에서 최대한 경감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해 6개 사가 부도날 정도로 지역 건설업계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시의회 산하 글로벌 거점도시 건설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뿐 아니라 북항재개발 등 여타 건설사업에도 지역 건설사들이 최소 3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Q.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30년이자 지방의회 부활 34년째이다.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며, 지방의회 역할에 한계를 느낀 지점이 있다면
A. 한 세대에 달하는 30년, 그 이상의 세월이 흘렀고 그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지방자치 무용론이 사라졌고 주민의 대표로 지방행정을 견제·감시하는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도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2022년 1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지방의회는 인사권 독립이라는 변화를 이뤄냈지만, 조직·예산권 등은 여전히 집행부인 시·도가 행사하고 있어 반쪽짜리 인사독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의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국회의 권한·운영에 관한 사항을 독립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고 있지만 지방의회는 그 존립 근거를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권한·위상에 대한 내용은 전무합니다. 심지어 지방자치법 제114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한다)는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의 내부 기관인 듯 오해를 일으킬 소지도 있습니다. 자치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을 보장하는 지방의회법을 제정해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집행기관이 지방의회의 조직·예산을 결정하는 모순적 상황을 해소해야 지방의회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될 수 있습니다.
제 20·21대 국회에서 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현재 22대 국회에서 3건의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관련해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지방의회의 위상 강화와 독립성 제고를 위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 수 있도록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 및 공론화를 추진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향후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국회 세미나, 관련 학회와 학술 세미나 등을 추진해 여론을 확대해 갈 것입니다.

Q. 제9대 부산시의회가 후반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났다. 향후 부산시의회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고 싶은가
A. 시민과 의원님들의 성원과 지지로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의장직을 맡아 8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부산시의회의 변함없는 소명인 민생경제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이지만, 선언적인 구호보다는 시민께서 피부로 체감하실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 관련 목표와 정책이 시민에게 더 이상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의원 개개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앙 정치권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고 함께 뜻을 모아 실질적인 행동에도 나설 것입니다.
말뿐인 지방자치가 아니라, 진짜 지방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 광역 시·도의회와 힘을 합해 재정권, 자치조직권 등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도록 힘쓰겠습니다. 특히, 지방시대 실현의 분기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취지대로 시행되도록 전력자급률에 따른 권역 세분화를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Q. 끝으로 부산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
A. 언젠가부터 '지방에 산다'라는 말에는 힘들고 불편하고 가난하고 뒤처졌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년 전 제가 보좌관일 때 살던 서울 아파트가 당시 1억 5천만 원이었는데 지금 30억 원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부산 영도로 돌아와 같은 금액으로 구매해 지금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20년 동안 5천만 원밖에 안 올라 지금 2억 원입니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4년 째고 오랜 기간 지방의회에 복무하며 지역민의 행복,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지방의회 의원인 저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방시대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와 생활공간이 지금보다 나아져, 지방에 살면서도 행복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서 자녀들이 취업을 위해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되고,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식수는 물론이고 모든 생활환경이 안전해야 하며, 생활권역 가까운 곳에서 공연·전시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갖춘 곳, 그래서 나뿐 아니라 나의 자식들이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은 곳이 지방이기를 바랍니다.
시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더 노력해서 반드시 민생경제 회복하고, 완전한 지방시대를 이루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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