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토킹어바웃] 차은택 감독, 일에서 행복을 찾다

김숙희 입력 : 2012.10.08 08:38 ㅣ 수정 : 2016.10.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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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숙희 기자)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쌀쌀한 가을이 찾아오는 요즘, 차은택 감독의 일상은 여전히 ‘여름’처럼 들떠있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차은택 감독의 사무실 앞마당에는 커다란 개들이 마중 나왔고, 그의 사무실 내부에는 각종 시상식에서 휩쓴 트로피들과 음악 CD들, 그리고 벽 한 켠 빽빽이 차 있는 국적,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서적들이 눈에 띄었다. ‘성공한’ 그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흔적들을 ‘몰래 훔쳐본다’는 아찔함과 짜릿함을 느끼는 동시에 감독이 아닌 ‘인간 차은택’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휘몰아쳤다.

무한도전 ‘비빔밥’ 광고의 주인공! 뮤직비디오계의 거장! 차은택 감독을 만나다

차은택 감독과의 만남으로 나를 무척이나 설레게 하기도 했던 그의 첫 인상은 수더분하고 인상 좋게 생긴, 그리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처럼 학창시절 많은 사랑을 했을 것만 같지만 의외로(?) 싸움꾼이었다고 고백한 그. ‘화려한 인생’을 꿈 꿀 것만 같지만 오히려 ‘소박한 인생’ 속에서 희망찬 내일을 그리고 있는 차은택 감독의 ‘솔직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가감 없이 풀어보겠다.


▲ [사진=김현우 기자]


Q.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차은택 감독의 요즘 근황이 궁금하다.

“최근에는 CF작업 중에 있다. SK텔레콤 ‘하면서 산다’ 캠페인 전시 진행 중이고, 가수 이승기와 신인 남자 아이돌 두 편의 뮤직비디오 준비 중에 있다. 내년에 개봉 예정인 영화도 있다.”

여전히 빡빡한 스케줄에도 항상 일을 즐기며 한다는 차은택 감독의 ‘놀이’는 여전히 진행형임을 알렸다. 특히 많은 작업을 계획 중인 그는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차 감독이 10년 전부터 영화 작업을 꿈꾸었다며 두 개의 시나리오를 소개하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즐겁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것. 그 ‘본능’에 충실하다

“하나는 음악영화로 천재 자폐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영화 ‘국가대표’ 후속편이다.”며 “이 두 영화 중 음악영화를 먼저 선택하게 됐다. 물론 대중적으로 보면 ‘국가대표’ 후속편이겠지만 음악영화가 나하고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음악을 영화 장르로 풀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아!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는 이유도 단순히 음악을 좋아서 하는 것이다.

영화 안에 음악이 모티브가 된 것은 흥행했지만 음악 영화를 지향한 것들은 (흥행이)잘 안됐다. 아직 제대로 된 음악영화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안 나왔고, 음악만을 가지고 영화화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지금까지 첫 영화를 위해 스스로 묵혀왔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세이브 해 놓은 것, (자료를)스크랩 해오며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10년 전부터 했다. 드라마가 풍부한, ‘휴머니즘’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


Q. MBC ‘무한도전’ 비빔밥 광고 촬영 이후 얼굴이 많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촬영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는가. 촬영 비화가 있다면?

“프로필 이야기 할 때 많이 다르다. 한 번은 세미나 특강 때, ‘CF, 뮤직비디오 연출자’라고 소개했는데 잘 모르더라. ‘무한도전’ 비빔밥 찍었다고 했더니 ‘와’라고 소리치며 환호해 주셨다. 십 몇 년 연출해서 비빔밥 광고로 뜨는군(웃음).”

이전부터 여러 프로그램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 시간에 작품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고사했던 차 감독이 ‘무한도전’ 출연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방송이 아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었으며, 그 작품이 한국을 알려야하는 홍보의 수단으로 쓰인다고 하기에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에게 ‘무한도전’은 단순히 작품 만들기에 열중했을 뿐, 출연 후 인기는 ‘덤’인 셈인 것이다.


우리나라 알리는 것, 나를 ‘흥분하게’ 하는 일

“김장훈 형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에)자꾸 끼워달라고 한다. 지금의 싸이처럼(웃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재능가지고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었다. 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런 것들이 나를 흥분하게 하더라. 재능기부 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할 의향이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 그들의 에너지에 놀랐다

“2틀 꼬박 밤을 새서 제작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너무 열심히 해 주셨다. 하지만 실제 제작물 안에는 ‘무한도전’ 멤버를 인식하기 어렵다. 그래서 멤버들이 난리가 났었다. 김태호 PD를 죽이네 살리네, 이틀간 고생시켜놓고 얼굴 하나 안 나온다고(웃음).

정준하, 하하씨는 사자탈 안에서 몇 시간을 뛰면서 끝까지 열심히 해 주셨다. 박명수씨는 방송 이미지와 달리 지친 학생들을 위해 ‘쪼쪼춤’을 추며 화기애애한 촬영장을 만들어 주셨다. 유재석씨는 워낙 잘 하시니까.”

차 감독은 ‘무한도전’ 멤버들 하나하나 콕 집어가며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오랜동안 꾸준히 똘똘 뭉쳐 함께 할 수 있는 원동력과 지금껏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겠다며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들의 에너지에 놀랐다. 사실 촬영하다보면 힘들고 짜증난다는 배우들도 있고, 몇 시간 후에 끝내달라는 배우도 있다. 하지만 그분들은 달랐다. 정말 저들이 똘똘 뭉쳐서 잘 하는지 알겠더라. 카메라 밖에서도 서로 힘이 되며 항상 열심이다.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촬영은 너무 좋았다.”


▲ [사진=김현우 기자]


Q. 차은택 감독을 보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CF,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 작사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시는데 이미 기존의 분야에 인정을 받았음에도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가.


학습하고 습득하는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오히려 잘 하고 있는 분야를 할 때 두려움이 있다. 매 작품마다 불안감을 안고 작업에 임한다. 반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는 학습하면서 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차 감독은 등산을 예로 들며 자신의 인생을 비교했다. 편하고 쉬운 산보다 힘들고 험난한 산을 골라 한다는 그. 등산을 통해 매번 새로운 ‘도전점’을 찾으려 애쓴다는 차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혼자 지리산을 다닌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백번을 반복한다. 화려한 풍경의 설악산과는 달리 지리산은 빽빽한 나무들만 가득하다. 자기 어깨보다 조금 넓은 길을 이틀을 걸어야 갈 수 있는 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고개가 내 발 끝만 보게 된다.

내가 밟는 발만 보고 걷다보면 힘들더라도 어느새 봉우리까지 오게 된다. 그런데 가는 코스마다 내려갈 수 있는 길들이 있다. 힘들면 내려갈 수 있고, 내려가면 편하고 쉽다. 하지만 그렇게 내려가 버리면 내가 사는 것도 정말 내려가는 것 같다

어느 한 시점에서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다음부터는 서서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정말 내려가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산을 타면서 느낀 것이 다른 봉우리를 발견하면 또 오를 수 있고, 또 올라가고, 잘 올라가지면 거기서도 또 내려와야 하지만 자꾸 많은 봉우리를 타고 싶다. 계속 봉우리를 올라가고 싶지 내려오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과정이 좋다. 학습하고 습득하다 보니 요즘에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주변 친한 사람들은 하나만 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좋은 작품으로 돈도 벌고, 인정도 받았는데 왜 다른 곳 바닥부터 하냐는 주변의 시선이 있지만, 결과가 안 보이는 과정이라 그렇지 언젠가 결과가 보일 때에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과 그 결과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에서, 자신만의 행복의 길을 이미 찾은 듯해 보였다.


Q.
늘 ‘미치도록 즐겁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하는 등 항상 일 할 때 보면 즐겁게 일하시는 것 같다.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절대 흥미 없는 일에 뛰어들지 않는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힘이 들 것이다. 학교에서나 직원들에게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아라’라고 충고한다. ‘이 일을 잘 해서 한 달에 100만원을 벌겠다’라는 마음가짐이라면 한 달의 시간은 노동으로 가는 거다. 마음가짐을 반대로 가져야 한다. ‘한 달 동안 좋아하는 일을 쫓아서 했을 뿐인데 뒤를 돌아보니 내 지갑에 누가 100만원을 넣어주더라’라고 생각을 하자라는 것이다. 나는 항상 마음가짐을 늘 그렇게 갖는다.”

‘사랑 안해’ 작사가로도 유명한 차 감독은 “절대 흥미 없는 일에 뛰어들지 않는다. ‘사랑 안해’ 작사도 그렇다. 백지영의 의지, 그리고 노래가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30~40곡 작사 제안을 받았지만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슴에 안 와 닿는 음악에 글을 쓰려고 죽어라 한다는 것은 노동이다”라며 노동이 되어버리는 일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주관을 똑 부러지고 단호하게 말했다.


Q.1997년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각종 상을 휩쓴 뮤직비디오의 거장이시다. 자신만의 ‘성공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즐길 줄 아는 사람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점은 즐긴다는 것이다. 나는 ‘일’이라는 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제3자가 보면 굉장히 힘들고 못해먹을 짓이다. 그렇게 럭셔리한 일 또한 아니다. 현장에서 싸워가면서 하는 일임에도 즐기는 방법을 찾고 즐기게 되니 모든 일을 할 때 힘이 난다. 누군가 이 일을 할 때 가장 필요한건 지혜, 천재적 영감이 아니라 체력이라고 하더라. 즐겁게 일할 때 에너지가 제일 많이 나온다.”


Q.박명천 감독과는 동료이자 경쟁자다. 박 감독이 신인을 통한 작품들이 많다면 차 감독은 유독 유명한 톱스타들과의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신인을 기용할 생각은 없는가.

이 같은 질문에 차 감독은 유명한 스타뿐만 아니라 신인과도 많은 작업을 했고, 신인 발굴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은 최고의 배우로 성장한 배우 한효주와의 첫 만남을 털어놓았다.


한효주 발굴한 장본인이다

“한 번은 CF 촬영 중 교복 입은 한 학생이 너무 눈에 띄었다. ‘배우 할 생각 없냐’고 권유를 하며 명함을 줬더니 학생 아버지에테 전화가 왔다. 무조건 시키라고 했고, 소개도 시켜줬다. 그게 바로 한효주다. 지금은 너무 유명하고 멋진 배우가 됐더라.”


Q.박명천 감독과 함께 공부하던 시절 그 때도 둘은 경쟁자였나. 당시 어땠나.


박명천 감독, 그의 재능이 부럽다

“박 감독은 독특한 작품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그 재능이 부럽다. 순해 보이고 착한 친구인데, 작품을 보면 박 감독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 친구의 작품이 기대된다. 나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보편적인 감성을 중요시하는 반면 박 감독은 새롭고 ‘뉴’ 함에 몰두해 있는 친구다. 나도 그 친구의 작품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사실 친한 동료이지만 같은 또래이고, 진행하는 바가 같아 경쟁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박 감독과 많이 비교 당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느슨한 반면 유독 박 감독과는 서로 더 방어적이었다. 사실 나 보다 박 감독이 더 심하다. 지금도 놀러 가면 ‘허허허’ 웃으면서 책상에 있는 콘티들을 다 치운다. 나도 그 친구가 뭐 한다 하면 신경이 바짝 쓰인다.”

차 감독은 박 감독을 통해 끊임없이 ‘자극’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재능이 부럽다고 말하면서도 자신 또한 박 감독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자신했다. 아무래도 그는 경쟁자이자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 나아갈 동료가 있기에 외롭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감독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하다. 왠지 그때부터 꿈 많은, 남다른 학생이었을 것 같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손꼽히는 문제아였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그는 학창시절에 그 때 놀 꺼 다 놀았을 만큼 심한 문제아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독특한(?) 자식 교육으로 많이 변할 수 있었다며 ‘생생한’ 차 감독의 학창시절을 들어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공부를 잘 했다. 고등학교 오면서 문제아였다. 싸움도 많이 해서 경찰서도 많이 들락거렸다. 가출한 적도 있다. 학교에서 손꼽히는 문제아 중 한 명이었다.

어머니가 고2때 중간부터 항상 학교 끝나는 시간에 학교 앞에 서 계셨다.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셨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그때는 반항심 때문에 외면했었다. 친구들이 알려줘서 뒷문으로 도망가기도 했다. 당구장에서 당구치고 있으면 항상 오셔서 혼도 안내시고 보고만 계신다.

그러다 보니 너무 부담이 됐다. 더 나쁜 일로 분명히 갈 수 있었다. 나한테는 그럴 만한 길, 시간, 여건들이 충분했다. 그런데 그 한 발을 못 가게 하셨다. 어머니가 바랐던 것은 ‘그림’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으로 상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친구랑 놀다가도 꼭 화실에 갔다. 심한 문제아 치곤 사고를 더 안쳤다. 다 어머니 덕분이다.”


Q.너무 힘들었던 어시스턴트 기간이 있었다고도 들었다. 당시와 지금은 차이가 많을 것 같다. 가끔은 그 때가 그립지 않은가.


일일계획표 썼던 그 시절, 치열함이 그립다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감독이 될 방향을 알 것 같다. 그 당시 맹목적으로 일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준비해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더 나은 감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요만큼도 ‘놀고 싶다’라는 생각은 없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데 그 때 분명히 하고 왔어야 해’라는 생각이 더 크다.

어시스턴트 시절은 인정을 받아가는 단계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어시스턴트 생활하면서 한 명도 못 만났다. 다시 보게 된 게 6, 7년 지나고였다. 그 어시스턴트 시절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신한다. 미래가 불투명했지만 주어진 일은 무작정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그 시절이 너무 힘들었지만 ‘내가 이 일은 즐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 때는 매일같이 일일계획표도 썼다. 그런 치열함이 그립다. 지금은 많이 게을러졌다. 요즘 ‘그런 시기가 다시 와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 번 (그 때로)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Q.다양한 사랑이야기를 영상으로 그려내는 차은택 감독. 본인의 연애는 어땠나. 감성이 매우 풍부하신 것 같은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영감을 얻는가.

“전혀 안 그랬다. 여자 친구가 거의 없었다. 강의하러 온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이 학생들에게 한 첫 마디가 ‘사랑 많이 하세요’였다. 그 한마디가 내 뒤통수를 쳤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내가 수업할 때도 학생들에게 그 말을 인용해 ‘죽도록 사랑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분석하려 애쓰지 않고, ‘몰입’한다

“엄마들만큼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보고 많이 운다. 순간순간 울컥해서 사람들 앞에서 그런 적도 있다. 드라마, 영화, 책 등을 볼 때 몰입을 잘 하는 편인 것 같다. 연출하는 사람이지만 영화를 볼 때 분석을 하지 않게 된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보는 순간 끝까지 빠져든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드라마가 바로 ‘노랑복수초’다. 매일같이 혼자 다음 회를 상상하면서 본다. 막장 드라마라는 말도 있지만 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작업 초반 어떤 한 캐릭터를 생각하게 되면 그 사람이 되어 몰입하게 되면 많은 것들이 풀어진다. 중요한 건 얼마나 몰입하나, 아니냐다.”

분석하기보다 ‘몰입에 중점을 둔다’는 차 감독은 어떠한 영감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그 작품에 흠뻑 빠진다고 전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자주 흘린다는 그는 그 인물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자신 또한 해답을 찾는다고 전하며, 머리 굴리지 않고 자연스러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 [사진=김현우 기자]


Q.
최근 트위터를 통해 티아라 은정 옹호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파장을 예상했는가. 티아라 사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티아라 사태, 무작정 돌 던지는 대한민국 사회가 싫어졌다

조심스레 던진 질문에 차 감독은 의외로 덤덤하게, 더 독하게(?) 답했다. 은정 옹호글로 일부 네티즌들에게 따가운 질타와 악플, 여러 가지 억측들에 시달려야만 했다. 차 감독은 ‘데이바이데이’ 등 티아라 뮤직비디오를 수차례 작업하며 은정과 인연을 쌓았고, 오랜 친분을 이어왔다. 은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삼촌의 마음으로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떠한 계산도 없었고, 힘이 돼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었다. ‘다섯손가락’ 출연으로 어린아이마냥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고 있다. 내가 티아라 멤버였다면 괴로워서 어디론가 숨었을 것이다. ‘티아라’를 그야말로 사회적 왕따를 시키는 대한민국 사회가 너무 싫어졌다. 누군가 흠이 생겼을 때 무작정 돌을 던지는 게 싫다. 사실 ‘연출 생명 걸고 싸워볼까, 트위터에서 제대로 한 번 싸워볼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내가 열 받아서 못 살겠더라.

그 친구들(티아라)의 연습생 시절부터 다 봐왔다. 열심히 해서 가수가 된 애들인데, 너무 짓밟는 모습에 속상했다. (은정이)트위터에 올려놓은 글도 정말 단순한 거다. 보통의 젊은 아이들보다 놀지도 못하고, 죽어라 연습만하고, 방송 나오면 스케줄에 끌려 다닌다. 또래 아이들처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 지적 성장이 자라다가 펼쳐지지 않고, 갇혀져 버린다. 보통 그 나이 때보다 더 순진한 아이들이다.

그 순간 기분 나빠서 했던 말들을 가지고 ‘왕따시켰다’고 모든 것들을 껴 맞추면서 몰아가버리니까 순간 ‘티아라’를 욕 안하면 내가 바보 될 것 같은 범국민적인 운동이 되어버렸다. 더 큰 사고를 친, 범법행위를 한 아이돌 가수도 있었는데 왜 유독 ‘티아라’에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은정 옹호 글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올바른 행동이 아닐 땐 혼이 나야하지만, 올바르다고 생각한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나를 몰아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거나 내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여전히 은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은정아, 마음 굳세게 가져라


“은정과는 자주 통화한다. ‘감독님 때문에 많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 친구들이 해명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너무 친하고, 실제 그러지 않은 사이인데 자기들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욕해야 하는 데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굉장히 많이 울었다. 불쌍할 정도로 많이 울어서 못 보겠더라. 방법이 보여야 위로를 해 줄 텐데 아무런 방법이 안 보였기에 ‘마음 굳세게 가져라’라는 말 밖에 못했다. 은정이 하차되고 나서 혹시 이상한 생각할까봐 너무 겁이 났다.”


Q. 이효리, 이동건, 싸이, 전지현 등 수많은 톱스타들과 작품을 했는데 그 중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배우는 누구였는지.


전지현 이효리와 작업, 정말 행복했다...강지환의 연기에도 감동

“전지현, 이효리와 가장 잘 맞았다. 내가 뭘 원하는 지 안다. 효리는 사전에 회의도 많이 하는 데, 200%이상 준비해 온다. ‘역시 이효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애니콜’ 광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지현, 이효리와 같이 찍게 됐다.

각각 한 편씩 찍는데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둘 다 서로 다르면서 서로 많은 걸 가지고 있다고 느끼면서 누가 더 낫다고 이야기를 못 하겠더라. 같은 섹시아이콘이면서 그 섹시미가 서로 다르다. 그때 정말 행복했었다.”


Q. ‘이 사람은 정말 스타답다’라고 느꼈던 배우나 가수가 있다면? 또 앞으로 꼭 함께 해보고 싶은 배우는 누구인가?

“얼마 전 작업한 SS501 김형준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통해 배우 강지환씨를 처음 만났다. 촬영 전 강지환에 대해 여러 매니저들이 촬영하기 힘든(?) 배우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정우성, 장동건, 유지태 등 배우다운 느낌의 배우는 많다.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가장 겸손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남자 배우들 중 안 찍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 찍어봤는데 강지환씨가 제일 좋았다.

사실 뮤직비디오 촬영한다고 하면 성의있게 잘 안 해주는 배우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강지환씨는)한신 한신을 몰입해서 한다. 항상 사전 준비 체크하고, 꼭 연습해 온다. 자기 촬영 분량이 아닌데도 나와서 지켜본다. 스태프 막내까지 꼬박꼬박 인사한다. 특히 작품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이야기는 평범한데 그 사람의(강지환의) 감정 때문에 너무 좋아진다. 사실 그런 경험이 흔치 않다.

작업하고픈 스타로는 배우 김윤석씨와 꼭 해보고 싶다. 감독들이라면 다 해보고 싶을 거다. 나를 멋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려고 자신이 가진 걸 던져주는 모습이 멋지다. 하정우씨와 작업하면서도 김윤석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 [사진=김현우 기자]


싸이 앞으로 더 성공...'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놓친 건 속상했다


Q. ‘코리아’ 등 가수 싸이와 함께 작업을 많이 했는데, 현재 월드스타가 된 싸이의 성공에 한마디 한다면.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싸이와는 두터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는 축하한다는 말보다 ‘속상하다’는 말부터 내뱉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듣자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너무 안타까웠다.

“사실 속상하다. 내가 ‘강남스타일’ 작업했어야 했는데(웃음). 싸이가 우리 동네 사는데,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 회의를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미국에 있었고, 미국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 회의가 미뤄졌다. 그러다 재상(싸이 본명)이와는 늦게 만났다. 만났을 땐 이미 꽤 시간이 지난 뒤였다.

‘코리아’와 ‘강남스타일’ 촬영 날이 비슷했다. 어쨌든 하나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농담 섞인 어조지만 약간의 진심이 묻어나는 말투로)사실은 너무 짜증난다(웃음). 하지만 내가 찍었으면 안 됐을지도 모른다. 재상이 뮤직비디오 중 최근 안한 작업이 있는데 바로 ‘강남스타일’이다.”

‘강남스타일’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내비쳤던 그는 이내 "싸이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도 더 큰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재능 있는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누가 뮤직비디오에서 그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가수 중에 그런 재능을 뿜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싸이 뿐이다. 뮤직비디오를 찍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가장 먼저 싸이가 잘 돼서 좋았다. 군대 다녀온 후 방송 복귀 전 고민을 많이 토로했다. 그만큼 불안해했고, 힘들어했다. 그런 얘기를 했던 친구라 이번에 너무 잘 돼서 좋다.

얼마 전에 만났는데 행복해 하는 표정이었다. 이거 하나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그 친구의 ‘음악’에 집중했으니 이젠 ‘재능’에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다. (싸이가)곡도 잘 쓰고,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많은 친구다. 제2, 제3의 ‘강남스타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땐 내가 꼭 작업하겠다고 조르던지 해야겠다(웃음).”


소주 마신 싸이, 너무 멋있다

빌보드 차트 2위 기념으로 시청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었던 가수 싸이가 5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갑자기 소주를 벌컥벌컥 마신 것에도 입을 열었다.

“약속을 지키는 모습 너무 멋있는 것 같다. 소주 마신 건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웃음). 원래 공연 때 술 마시고 그런다. 논란이 됐지만 사람들이 왜 싸이를 좋아하겠는가.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다. 갖출 거 다 갖췄으면 지금의 싸이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해서 내가 만약 전 세계에서 1위를 하고 처음으로 나를 뽐내는 자리였다면 나도 건배하겠다.

아마 그런 마음일 것이다. 보통의 사람은 드레스 입고 고고하고, 도도하게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니까 거기서 소주를 마신 거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청소년에게 유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부모들이 안 보내면 된다. 그런 거 쉬쉬한다고 소주 안마실까. 대한민국 누구 한 사람 쯤은 금기시 되는 걸 터트려 줘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감독? 요만큼도 의식한 적 없다

Q ‘스타감독’ 타이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백지영, 이효리, 이승환, 싸이 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중심에는 차은택 감독이 있다. 그와 작업하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스타와 작업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 작품들이 인정받아 각종 상을 휩쓸어 ‘히트메이커’ 감독으로 꼽히며 ‘스타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체감한 적이 없을뿐더러, 요만큼도 의식한 적 없다. 정말 스타감독님들이 많다. 그렇게 써주시면 너무 민망하다. 한 번도 그런 생각한 적 없다. 그저 감독일 뿐이다. 단지 스타들과 많이 작업하다보니 그냥 묻어가는 것 같다. 그동안 남의 작품을, 남의 브랜드를 많이 해 왔다. 내 작품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스타감독’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왕가위 감독, 그의 삶이 부럽다


Q 본인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나의 롤모델은 신앙이다. 위인전이나 유명인의 책도 많이 읽지만 ‘신앙’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것이 나에게 제일 크다.

굳이 누구 하나 뽑자면, 왕가위 감독이다. 진짜 그의 삶이 부럽다. 왕감독이랑은 친하다. 그 좋은 작품들을 이곳보다 더 낡은 조그만 방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윌리엄 장이랑 앉아 서로 편집하는 모습들이, 그 나이가 돼서도 너무 자유로워 보였다. 저 나이에도 럭셔리한 소파가 아닌 낡은 소파에 구겨 앉아 낡은 모니터에 편집하는 거 보고 ‘정말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윌리암 장이라는 인생의 파트너와 약주하면서 작업하는 모습,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화려한 삶을 살면서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같이 떡볶이 먹으면서 시나리오 쓰고, 그 때 재미있어하고 그렇게 해서 만든 작품들을 관객들이 기다려주고, 기대해 주고,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순간, 가장 큰 위기다


Q 청소년들이 가장 닮고 싶은 크리에이터이자 롤모델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조언 한마디.

“누구든 노력을 하면 다 이루어지긴 할 거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가장 큰 위기는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걸 깨닫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준비를 하고, 그 시장에 들어갈 땐 앞만 보고 뛰기 때문에 잘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골인지점에 다 왔을 때가 문제인 것 같다는 점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골인하면 샴페인 터트린 것에 취한다. 과연 그 사람이 그 다음 대회에서 일등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골인해서 행복해 질 수 있을지. 너무 경마처럼 양쪽 가리고 자기 것만 보고 뛰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며 같이 뛰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다음 생에 태어나도 지금과 같은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누군가에 ‘성공했다’고 평을 받는 차 감독의 입에선 ‘아니다’라는 말로 또 한 번 의외의 답변을 내 놓았다. 잠깐 그가 도전을 즐겨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하고 싶은 직업이 있다.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작곡이다. 그리고 건축이다. 다음 생에는 꼭 두 가지를 같이 해 보고 싶다. 인생을 거꾸로 돌아가서 초등학생이 된다고 하면 그 두 가지를 할 거다.”

차은택 감독은 꿈 많은 사람이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취미처럼 늘 찾아 헤맨다는 말이 맞을 듯싶다. 그를 통해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일’을 노동이 아닌 ‘즐긴다’라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그의 말 속에는 삶의 ‘기준’이 있었고 ‘목표’가 분명함을 느꼈다. 성공은 힘들다. 그 성공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차 감독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으로 그 해답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기 이전에 또 다른 출발선을 찾는 그의 모습에서 대단함을 느꼈다. 계속해서 또 다른 것에 시도하는 그의 모습이 ‘스타’를 찾는 감독이 아닌 ‘스타’가 찾는 감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그가 찾은 다음 도전이 무척 기다려지고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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