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談] 회계사 시험 8년 청산한 청년의 눈물이 주는 교훈

강이슬 기자 입력 : 2017.06.13 17:00 ㅣ 수정 : 2017.06.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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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한 공무원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오른쪽)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8년차 공인회계사 수험생이 올린 '수험생활 청산' 관련 글의 일부분이다. ⓒ 뉴스투데이이 DB,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7년 반동안 회계사 및 세무사 1차 시험만 합격해 희망의 끈 놓지못해

공시족 청년들, 합격자 평균 시험준비 기간을 목표로 잡고 '승부' 봐야 
 
지난 1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인회계사 8년 차 수험생의 ‘수험생활 청산’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32세 나이에 공인회계사 수험기간 8년차라고 밝힌 익명의 수험생은 ‘사랑했었습니다 나의 젊은 날이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회계사 1차 합격, △2차 동차불합격 △2차 유예불합격 △회계사 1차 합격 △세무사 1차합격 △회계사 2차 동차불합격 △세무사 2차 동차불합격 등으로 기록된 7년 반 동안 자신의 수험생활 성적표를 적으면서 “내 젊음을 다 바친 성적표”라고 밝혔다. 그리고 7년 반 동안 해온 수험생 생활을 청산한다고 말했다.

1차시험은 적지않게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온 것이다. '미련'과 '희망' 때문에 포기하기 쉽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 
 
그는 “고시는 마약과 같다”면서 "수험 서적, 계산기, 연습장, 책받침, 초시계 등 어느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불태우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울었다고 고백했다.
 
“타들어가는 불길 속으로 7~8년 전 젊은 날의 제 모습이 보였다. 이십 대 초중반,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한 꿈 많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보였다. 회계라는 학문을 처음 알고 재미있어하던, 회계 전공 책을 들고 버스에서 읽어대던 내 젊은 날이 보였다. 1차를 합격하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그 모습도 계속되는 2차의 고배에 이 악물고 다시 공부하던 내 젊은 날 그리고 서른 살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이 바닥에 남아계신 여러분들 반드시 합격하시길 바란다”라면서 "나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그만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어 수험생활을 청산한다"고 말했다.
 
물론 공시족들에게 포기는 다반사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자사 회원 1083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9%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중 절반은 최근 공무원 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한 이유(복수응답)는 위에 수험생활을 포기한 수험생처럼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합격하기 어려워서)’가 65.4%로 가장 많았다. ‘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가 36.6%,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가 20.1%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8년차 회계사 수험생의 눈물젖은 포기 사례는 공시족 돌풍에 휩쓸리고 있는 한국 청년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무원 시험 학원의 한 관계자는 13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5급 행정고시는 물론이고 7,9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들의 평균적인 수험생활 기간이 있다"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는 청년들은 그 평균적인 수험생활 기간을 파악하고 그 기간안에 합격한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대 중반의 청년이라면 7,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는 평균 2,3년 이내에 합격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합격 평균 나이 29세, 평균 준비기간은 2~3년

2년간 총비용만 6195만원...준비기간 길어지면 '정신'과 '경제사정' 모두 황폐화
 
물론 7,9급 공무원 및 공인회계사 등 시험 종류에 따라 수험생들의 평균적인 시험 준비 기간은 다르다. 하지만  ‘합격’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이라면 어떻게든 2~3년 안에 승부를 보고 아니면 포기하는 게 현명한 선택임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합격자 통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무원 시험 합격자의 시험 준비기간은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공인회계사 합격자 평균 준비기간도 3.7년으로 나타났다. 공인회계사 평균 준비기간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공무원‧공인 자격증 합격생들이나 시험 관계자들은 “각 시험마다 평균 준비기간을 넘어서면 합격하기 어렵다”라고 하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선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포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용기'이다. 8년차 회계사 수험생과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그 용기가 요구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정신뿐만 아니라 경제사정도 황폐해진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888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경험’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시족이 시험 준비로 소요한 월 평균비용은 258만 1294원이다. 학원수강비, 인터넷강의료, 교재비, 독서실비, 식비, 교통비 등에 지출했다. 이 조사를 근거로 평균 수험기간 2년간 지출되는 비용은 6195만 1056원이다.
 
시험 준비기간이 2년 이상 된 ‘장수생’에게는 들어간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 합격자의 평균 나이는 29세이다. 수 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해도, 필요할 때 포기의 결단을 내리는 게 진정한 용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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