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피플] ‘플랜맨’ 한지민 “비슷한 캐릭터 연기, 나 역시 답답했다”

김숙희 입력 : 2014.01.09 10:58 ㅣ 수정 : 2014.02.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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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김숙희 기자) 서른 셋, 나이를 무색케 하는 한지민의 미모가 빛을 발한 영화 ‘플랜맨’이 개봉했다.
 
조숙하고 성숙하며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해온 한지민이 2014년 첫 코미디 영화 ‘플랜맨’을 선택,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과 마주하게 된 것.
 
특히 단 한 번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없는 새로운 조합의 정재영과 한지민의 케미로 주목을 받은 가운데, 무엇보다 노래하고 기타 치는 색다른 모습의 한지민에게 관심이 쏠린 작품이기도 하다. 
 
극중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소정’ 역을 맡은 한지민은 지금껏 맡아 온 캐릭터와 달리 다소 거친 말을 비롯해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등 외적으로 큰 변화를 주었으며 다소 엉뚱한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파격 변신에 나섰다.
 
더불어 그간 영화를 통해 노래를 부른 여배우들이 모두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한지민 역시 극중 기타를 치며 밴드를 하는 보컬로서 스크린을 통해 어떤 매력이 발산될지, 또 잘 표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과 기대감을 사기도 했다.
 
베일을 벗은 ‘플랜맨’에서 한지민의 활약은 정재영과의 호흡에서 보여준 기대 이상의 웃음과 깜찍한(?) 노래 실력으로 이번 작품을 위해 많이 노력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으며, 한지민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극중 ‘소정’처럼 쾌활하고 밝은 모습의 한지민과의 유쾌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 ‘여신’ 수식어? 이제 큰일 났다
 
함께 호흡을 맞춘 정재영이 인터뷰 때마다 ‘신과의 만남이었다. 여신이다’라며 한지민의 미모를 추켜세우고 있어 많은 화제가 됐다.
 
“이제 큰일 났다. 하늘에 둥둥 떠 있다가 인간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웃음). 처음에 민망했다. 왜 저렇게 말씀하시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말씀하셨는데 계속 듣다보니 얼마 안 있으면 허전 할 것 같다. 또 그런 시간이 얼마 안남아 즐기고 있다. 사실 다른 배우 분들은 이 정도까지는 잘 안 해주시는데 선배님이니까 나를 띄어 주시는 것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잘 챙겨주는 편인지 궁금하다.
 
“살갑고 젠틀한 느낌의 남자가 여자를 챙겨 준다는 느낌이 아니라 ‘여신’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현장에서 ‘우리 여배우’라고 많이 챙겨주셨다. 본인 자체가 배우 같지 않게 생각하시고, 워낙 성격이 털털하시다. 상대 배우를 잘 챙겨주시는 것 같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배우들에게도 분명 그렇게 하셨을 것이다.”
 
■ 영화 개봉 ‘걱정 반, 기대 반’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오랜만에 한 영화라 개봉을 앞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정재영) 선배님이 어제부터 예매율을 체크하고 다니신다. ‘열한시’ 때에는 이렇게 구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플랜맨’은 진짜 잘돼야 한다면서 어제 라디오에서 계속 ‘플랜맨’ 이야기 많이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검색어 1위도 했다. 선배님이 올해 계획을 아직 안 잡았다면서 이 영화 잘돼야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하셨다.”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물론 첫 방송 시청률에 대한 긴장감이 있다. 사실 어느 정도 기대치를 두고 막상 덜 나오면 실망감이 든다. 하지만 기대치를 낮추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드라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가야 하니까 ‘으쌰 으쌰’하는 편인데 영화는 다 만들어놓고 짠하고 공개 하는 거라 피드백을 받아서 고쳐나가는 작업이 아니다. 사실 배우가 할 일은 현장에서 끝나고 홍보활동이 마지막. 어찌됐건 나의 역할은 거의 끝나지 않았나 싶다. ‘조선명탐정’ 때에는 더 기대를 안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사실 자꾸 선배님이 잘 돼야 한다고 하시니 진짜 잘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원래 기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 무게감 있는 캐릭터, 책임감 느껴
 
한지민의 파격 변신이라는 타이틀로 많이 홍보되고 있고, 그만큼 이미지 변신이 두드러진 영화이다. 그간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많이 부각되어 왔다면 이번 캐릭터는 엉뚱하고 솔직한 여성으로 관객들의 많은 기대가 주목되고 있어 배우로서 다른 작품 때보다 남다를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나 다 느낌이 다른데 영화 ‘청연’에서는 조연이었고, ‘해부학교실’에서는 공포장르로 그때는 또래 친구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조선명탐정’에서도 큰 롤이 아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은 무게감이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 또 새로운 캐릭터를 맡게 됐는데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가 준 내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실 때 ‘한지민, 저런 역 안 어울려’보다는 잘 어울려졌으면 하는 최소한의 바람이 있다. 특히 밴드이다 보니 기타와 노래가 빠질 수 없다. 곡도 많아 극의 흐름에 방해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 악기를 조금이라도 서툴게 하면 워낙 대중들이 다들 잘 아시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고, 어려웠던 작업이었다.”
 
실제 이번 역할을 위해 기타를 배웠다고 들었다.
 
“시나리오 받은 5월 달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최대한 시간을 늘리기 위해 기타신은 맨 마지막인 10월 달에 찍었다.”
 
“기타 선생님과 계속 연습을 했다. 기타를 연출만하면 노래에 집중 할 수 있을 텐데 노래를 하면서 기타를 치면 안 되더라. 간지도 안 났다. 마이크에서 입이 떨어지면 안 되고, 거기다 연기를 하려니 굉장히 복잡했다. 중간부터는 기타를 안 보고 하게끔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또 곡이 늦게 나왔는데 코드가 어렵다 보니 계속 신경을 못 쓰게 됐다. 그래서 먼저 기타에 익숙해진 다음 연기를 집중해서 했다. 그 이후 모니터를 확인하고 손이 틀린 부분이 있으면 스크립터에게 편집해 달라고 말했다. 그 정도의 편집의 힘을 빌렸다.”
 
정재영의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도 실제 배워서 친 걸로 알고 있다.
 
“한국 기술이 발전했다(웃음). 실제 피아노를 많이 배우셨다. 즉흥환상곡이 워낙 속도감이 있고, 피아노 잘 치시는 분들도 어려워하는 곡이다. 천천히는 하시더라. 사실 그 정도도 놀랐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건반조차 모르셨다고 한다. 기타보다 그게 더 어려웠을 것 같다. 기타는 기타선생님과 뮤지 씨가 코드를 어렵게 편곡하지 않았다. 내가 코드를 못 잡으면 다른 걸로 바꿔주셨는데 피아노는 딱 정해진 게 있으니까 더 어려웠을 것 같다.”
 
■ 노래 부른 한지민, 주변 반응에 ‘충격’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기타 연습뿐만 아니라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노래에 대해서는 충격이다. 어떤 리뷰에 보니 ‘썩 잘하는 노래는 아니지만’이라고 써 있었다. ‘그래 내가 그 정도는 아니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시사회 때 많은 분들이 기대치가 낮았던 지 생각보다 잘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젯밤에 지인분과 통화를 했는데 ‘지민아, 너 노래 정말 못하더라. 그래서 더 웃겼어. 그런 애가 밴드를 한다는 게 말이 돼’라면서 잘 해야 한다는 눈빛으로 노래에 심취해서 부르는 게 좋았다고 했다. (노래를)잘하는 줄 알고 불렀는데 그 이야기 들으니 사람들이 내 앞에서 직접적으로 말을 못하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구나’라는 말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개봉을 앞두고 약간 소심해졌다.”
 
실제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처음에 감독님이 내 노래도 안 듣고 캐스팅을 하셨다. 들어보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가창력을 요구하는 노래가 아니라 독특한 ‘소정’의 캐릭터를 가져가는 독특한 가사의 노래이다 보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다. 정 해보다 안 되면 다른 분 노래로 하자고 하시면서 만반의 준비는 다 하신 것 같다. 노래에 대한 부담감이 많아 뮤지 씨가 디렉을 보셨고, 가이드는 유세윤씨가 해 주셨다.”
 
“여자 키를 남자들이 부르니 노래들이 다 코믹했다. 그런 점이 좋았는데 내가 잘 부르려고 하니까 코믹적인 부분도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계일수도 있는데(웃음)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아무래도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내 목소리가 나가는 게 좋다고 하셔서 한다고 했는데, 목 상태가 안 좋지만 열심히는 했다. 방해만 안됐으면 한다. 썩 잘하지는 않은 걸로(웃음).”
 
평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요즘은 안 부르는데 어렸을 때는 좋아했던 것 같다. 중, 고등학교때는 노래방밖에 갈 때가 없었다. 여자 친구들과 생일파티하면 노래방가곤 했다. 그때는 다 같이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당시 유행하는 곡들을 불렀었는데 요즘에는 나이가 들다보니 많이 안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안 부르게 된다.
 
또 다른 작품에서 노래를 부르는 신이 있다면.
 
“너무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어서 못 즐긴 것 같다. 마지막 녹음을 하고 나서 재미있었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뮤지 씨한테 계속 다시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미녀는 괴로워’처럼 잘 부르는 노래라면 그 정도 실력이 안 되서 어렵겠지만 나중에 비슷한 느낌의 신이 있으면 좀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극중 네 곡의 느낌이 다 다르고 곡도 많아서 악기와 노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촬영이 힘들었다.”
 
총 네 곡의 노래를 부르는데 그 중 유부남인데 솔로인 척한 상대를 앞에 두고 분노를 표출하며 부르는 독특한 가사의 ‘개나 줘버려’라는 곡이 통쾌한 느낌도 들어 무척 재미있게 그려졌던 것 같다.
 
“여자분 들한테 대상이 유부남이 아니어도 나를 두고 떠나간 옛 남자에게 불러줄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나도 솔직히 녹음할 때 소리 지르면서 재미있고 신났다. 여자들이 부르면 속 시원한 노래겠다고 생각했다. 또 반전이 있다. 느리게 시작했다가 소리 지르는 곡이다. 목소리가 낮다보니 음이 그 정도로 높지 않았다. 뮤지 씨가 듣더니 여자가 남자에게 소리치는 느낌이 덜하다면서 가슴에 꽂히는 느낌이 없다고 해 음을 바꿔 높게 불렀다.”
 
■ ‘수상한 여자’ 심은경과 비교, 가창력 신경 쓰여
 
‘수상한 여자’에서 심은경 역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 비교가 될 수 있다.
 
“몰랐다. 어제 둘 다 노래했다고 비교한 기사를 봤다. 예고편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 친구를 ‘써니’ 때 봤고, 어린데도 잘해서 눈여겨 봤고, 또 다른 영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창력은 좀 신경 쓰인다. 나보다 잘 불렀을까봐. 심은경이 우리 회산데 이 주 뒤에는 심은경이 더 잘 부르는 걸로(웃음).”
 
■ ‘이미지 변신’ 비슷한 캐릭터, 나 역시 답답했다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사실 연기적인 변화보다 보이는 이미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도 캐릭터의 한 부분인 것 같다. 몽타주처럼 흘러가는 부분도 짧은 순간이지만 소정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피아노에서 잠들다 껌이 붙는 장면이나 옷 스타일, 헤어스타일도 캐릭터의 일부분이라 처음에는 정하는데 있어 중요했다. 사실 소정이가 치장하고, 화장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귀찮아하고 지저분할 것 같아 메이크업 안한 느낌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이전 드라마 안에서 화장을 많이 했던 캐릭터가 없어 느낌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 편의점에서 마주치는 신에서 정석(정재영 분)이 기겁하고 나가야 하는데 너무 맨 얼굴이면 그 느낌이 안 날 것 같았다. 예쁜 느낌보다는 소정이가 한다면 라인도 찍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쪽의 고민이 있었다.”
 
자유분방한 캐릭터라 연기할 때도 편했을 것 같다.
 
“현장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사실 내가 해온 캐릭터들이 끝에 가면 운다. 그래도 강단 있고, 주장도 하고 그랬는데 드라마는 사랑하는데 있어 호흡이 길다보니 울다가도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을 해 주시는 것 같다. 드라마를 하면서 초반 캔디 같은 밝은 느낌의 비슷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나 역시 답답했다. 상황이 비슷하면 어쩔 수 없이 비슷하게 연기할 때가 있다. 그게 너무 안 좋았다.”
 
“소정도 기본적으로 밝은 캐릭터다 보니 비슷했다. 뭔가 다르게 바꾸고 싶어 선배님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정석이 정해져 있는 인물인데 소정이 친절하면 소정이라는 인물과 이야기를 하고 밴드로 나가기까지의 동기부여가 약간은 부족하지 않나 싶었다. 조금은 정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밴드하자고 했다가 위로했다가 왔다 갔다 하는 느낌으로 홀리듯이, 소정이 일반적으로 밝기만한 캐릭터 보다는 조금은 특이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은 소정이를 착하고 따뜻한 캐릭터로 많이 생각하셔서 그런 장면을 감독님과 맞추어 가는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조금 엉뚱한 면을 넣고 싶었고, 그래서 좀 어려웠던 것 같다.”
 
■ 음주 촬영 고백, 시뻘건 눈 실제로 술 취한 모습
 
소주를 즐겨 마시고, 좋아한다고 했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술 못 먹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 말해 일부 남성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술을 좋아하기보다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감정이 즐거워진다. 처음 보는 사람과 안 어색해지고, 조금은 알코올의 힘을 빌려 풀어진 자리가 가끔 필요한 것 같다. 작품을 하면 처음에 어색하니까 술자리를 갖는다. 술을 배워가면서 조금 좋아하게 됐다.”
 
“방송 이후 많은 팬들을 잃었다. 차 마시는 남자와 술 마시는 남자 중 선택하라고 해서 술 마시는 남자를 선택했고, 술을 못 마시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 했는데 다시 정정하자면 ‘술 한 잔 즐길 줄 아는 남자가 못 마시는 분보다 낫지 않나’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정재영을 비롯해 박유천, 소지섭, 정우성, 강지환 등 많은 남자 배우들과 작품을 했는데 가장 잘 마시는 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
 
“다 잘 먹는다. 정재영 선배님은 분류되는 과가 다르다. 하루 일과에 속한다. 정재영 선배님, 박유천, 강지완, 소지섭 씨 다 잘 마신다. 아무래도 나이가 제일 어린 박유천 씨가 잘 먹는 것 같고 아마 술을 많이 좋아할 거다.”
 
술 마시는 장면이 리얼했다.
 
“진짜 마셨다. 드라마에서도 잠자는 신이나 술 먹는 신 등 리얼리티를 살리려면 실제로 해야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화장하고 잠자리에 들어도 어쩔 수 없다. 반면 영화는 한 신 한 신 끊어 찍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내가 볼 때 감독님과 정재영 선배님이 계획을 하셨던 것 같다. ‘우리 선희’에서 정유미 씨가 술을 마시고 15분짜리 테이크가 긴 신이 있었다. 마지막에 는 대사를 안 하고 주무셨다고 한다.”
 
“그 신 찍는 날에 만두가 야식으로 나왔는데 어디서 소주를 구해 오셔서 카메라 감독님, 촬영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 드셨다. 마치 나 먹으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취해야하는 신이라 같이 안 마실 수 없었다. 마시니까 확실히 취한 느낌이 눈에서 나오더라. 시뻘겋게(웃음). 온 몸도 빨갛고. 그날은 그 한신 밖에 안 찍어서 옮겨서 또 마셨다. 워낙 정재영 선배님이 남자 배우들과의 술자리를 즐기신다. 나는 일 있으면 안 마시는 편이라 매일 도망갔다. 너무 죄송해서 그날은 도망갈 수 없었다. 조금 더 이야기 하자고 하셔서 그날은 같이 어울렸다. ‘열한시’ 때는 부산에서 상주하고 촬영해서 자주 마셨다고 한다. 소정의 멤버였기 때문에 한 멤버가 없으면 너무 티가 나 도망갈 수 없었다고. 술을 많이 마셨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신인인 분이 술이 늘었다고 하더라. 나도 어울리고 싶은데 촬영에 방해된다. 얼굴이 너무 부어서 일 할 때는 못 마신다.”
 
■ 한지민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것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영화에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사랑이 싹트는 느낌이다. 한지민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극단적으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났을 때의 사랑은 조금 공감을 못했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좋고 취미생활도 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르신들이 너무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재미없다고 하셨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정석 캐릭터를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보면 비호감이라고 생각할 텐데 같이 촬영을 계속하고, 정석인물을 계속 보보니 순수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고백하는 신도 (정재영)선배님이 잘 표현 해 주신 것도 있지만 귀여웠다. 소정이가 어지르면 정석이 치워주면 되고, 서로 할 수 있는 게 시너지 효과는 아니지만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것이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소정은 음악을 좋아하는데 서로에 대해 맞추어 주기보다 배려를 해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와 취미생활이 다르면 내가 남자친구의 취미 생활을 해보면서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 결혼? 조급하지 않다
 
여자 나이 서른 셋, 결혼할 나이다.
 
“아직 안 됐다. 주변에 결혼 한 친구, 아직 결혼 안 한 친구 반반이다. 어르신들이 나이가 있으니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하시는 말씀인지는 알겠으나 그런 조급함은 전혀 없다. 조급함을 갖는 것은 안 좋을 것 같다. 앞으로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을 고른다는 것은 내가 산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기 때문에 너무너무 중요한 선택인 것 같다. 그래서 시기 보다는 신중하게 사람을 잘 만나야 되지 않을까 싶다. 고를 시기는 지난 것 같지만(웃음). 모든 남자들은 다 20대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큰 일 났다.”
 
■ 정재영, 작품 이야기 할 때만큼은 딴 사람 ‘열정 배우고 파’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영화 ‘역린’에도 정재영과 함께 출연한다. 두 작품을 함께 한 소감이 궁금하다.
 
“‘역린’에서는 따로 또 같이 하고 있다. 같이 붙는 신은 없다. 나는 분량이 적고 단역의 느낌이다. 선배님은 내시 역할인데 본인은 내시를 하게 될지 몰랐다고 하시더라.”
 
“칭찬할거밖에 없다. 아, 양말 좀 신고 다니셨으면 좋겠다. 대외적인 자리에서 슬리퍼 신고 맨발로 다니신다. 인터뷰할 때 자꾸 모자를 쓰고 오셔서 머리 좀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한 번은 스타일리스트분이 내 눈을 보시면서 말씀 좀 잘 해달라고 했다. 지난 번 VIP 시사회 때 머리를 하고 오셨는데 내가 하도 혼내서인지 그날 아침에는 오자마자 지민이 어딨냐고 자기 머리했다고 하셨다. 워낙 털털하게 하고 다니신다. 나도 원래 그런 스타일을 더 좋아한다. 작품 안에서는 워낙 사람들 시선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제로 나도 자유롭게 다니는 편이다. 그때만큼은 의식 안하고 싶긴 하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자유롭게 삶을 살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데 선배님은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우시다. 현장에서도 자유롭고, 촬영이 끝나시고도 자유로운 분.”
 
파트너 정재영과의 첫 호흡, 후배로서 많이 배웠을 것 같다.
 
“연기력에 대해 내가 감히 논할 수 없다. 너무 어린 후배다. 그분의 열정은 너무 배우고 싶다. 선배님의 열정 때문에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터뷰하실 때 장난치시고 농담하시지만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만큼은 다르시다. 감독님과 셋이 이야기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내 의견을 이야기 못할 정도로 말을 못 붙였다. ‘이끼’ 때의 눈빛을 다시 봤다.”
 
“그때 7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다. 반도 다 못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에너지가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현장에서는 스태프들과 장난치고 지내시지만 본인이 하셔야 하는 캐릭터나 영화에 대해서는 무조건 완벽하지 않으면 오케이 하지 않는다. 완벽하다는 것은 정석 캐릭터가 과연 이렇게 행동할까에 있다. 약간은 영화적인 장면이나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앞에 꾸며나가는 것이 있는데 그러한 부분을 아예 오케이 하지 않는다. 그때 놀랐다. 7시간 같이 앉아 있다가 새벽이 되어 내가 ‘정말 죄송한데 2탄은 나중에 하자’고 이야기를 끊었다. 그때는 다른 눈빛이었다.”
 
“선배님이 분식을 좋아하시는데 그때 너무 배가 고파 먹을 걸 펼쳐놨는데도 안 드셨다. 또 다른 면이 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잘 지내는 것도 배울 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 정말 놀라웠다. 가정적이시기도 하다. 작품이 끝나면 매번 여행을 가시는 것 같다. 아들만 둘인데 만나자고 했는데도 가족들과 여행을 가신다고 하셨다. 해외여행 다니실 때 가이드와 함께 다니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다. 나도 여행가면 대중교통 이용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점이 비슷하고, 잘 맞는다. 작품 할 때 연기이야기도 했는데 끝나고 홍보할 때 보니 매력이 더 많으신 것 같아 더 좋다.”
 
■ 외모 부각된 배우? 그렇지 않다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한지민 하면 외모가 부각된 배우라는 아쉬움도 있다.
 
“그렇게 부각될 정도라고 전혀 생각 안했다. 팬 분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작품을 통해서 많이 만났는데 그때마다 작품 속 캐릭터 느낌을 많이 좋아해 주셨다. 가까운 팬들은 ‘여신’이라고 안한다. 요즘 기사 포토 제목이 다들 그래서인지 객관성이 없어 보인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붙여지는 수식어라 나한테는 부각된다는 생각은 사실 못하고 있다. 그건 아닌 거 같다.”
 
콤플렉스가 있다면.
 
“말하면 분명히 그 곳만 쳐다볼 것 같다. 망언이라고 하실까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당연히 있다. 내가 안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으면 그렇게 되고 싶다. 나는 옛날에 눈이 똥그래서 눈이 긴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들은 동그란 눈을 갖고 싶다고 그러더라. 지금도 사실 (콤플렉스가)있긴 하다.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살아야지. 어떡하나.”
 
■ ‘변호인’ 빨리 천만 돌파했으면
 
800만 돌파하며 인기리에 상영 중인 ‘변호인’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봉하고 봤다. 송강호 선배님의 인터뷰를 보고 반성을 많이 했다. ‘변호인’을 준비하고, 어떻게 촬영했는지 읽어봤는데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배우 같다. 막연하게 언젠가 같이 꼭 작품 할 수 있을까하는 그런 선배님이시다. 또 ‘변호인’은 천만을 앞에 두고 있는 영화라 개인적으로 빨리 돌파했으면 좋겠다. 이미 800만이 보셨으니 그 800만이 우리 영화를 보시면 될 것 같다. 맞대결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한국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런 한국영화 바람이 좋다. 외화가 많이 만들어지지만 한국 영화도 많이 발전이 되고, 요즘 외국 팬들도 다 보셔서 개인적으로 좋다. 대중들이 한국영화 많이 좋아해 주면 또 좋은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 질테니 그것에 대해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오늘 봤는데 애니메이션 ‘타잔’이 우리보다 예매율이 높은 것 같아 충격이다. ‘타잔’을 신경 쓰고 있다(웃음). ‘변호인’은 일찍 개봉했고, 장르도 다르고, 개인적으로 잘 본 영화라 신경 안 쓰인다.”
 
■ 삼십대 한지민, 한 해 한 해 다르다

▲ 한지민 [사진=양문숙 기자]

삼십대 여배우로서 이십대 때와는 또 다를 것 같다.
 
“20대 때는 작품을 고르기보다 내게 주어진 작품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했어야 했다. 초반에는 연기를 막연하게 시작하고, 무서워했다. 잘 못했는데도 주어진 역할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열심히 작품을 빨리 많이 해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때 생각했을 때 빨리 서른 살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는 많은 감정들을 몰랐다. 막연하게 서른 살 때에는 깊이감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 새 10년이 훅 가더라. 아직도 철은 없는 것 같은데 20대 때는 서른 살이 되고 싶다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한 해 한 해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여자 배우에게는 과도기 시절이 30대 중반에 오는 것 같다. 멜로를 할 수 있는 여배우와 결혼할 여자 역할 등 중견 여배우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30대 중반에 오지 않을까 싶다. 대단한 걸 준비한다는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배우로서 대중들의 관심과 여자로서 외모에 대한 관심에 대해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예쁜 여배우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기 때문에 조금의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캐릭터가 심어준 배우 한지민의 이미지로부터 탈피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본인 스스로도 그간 맡아온 비슷한 캐릭터에 답답함을 느꼈다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은 한지민은 ‘플랜맨’이 이미지 변신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작품인 만큼 완벽하게 ‘소정’ 캐릭터를 표현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제목이 ‘플랜맨’인 만큼 여주인공보다 남자 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지만 극에 있어 너무 튀지 않고, 개연성 있는 여주인공 소정 역을 위해 기타 치는 모습부터 노래 부르는 장면까지 재차 ‘어색하지 않았느냐’ ‘잘 나온 것 같냐’고 물어보는 등 세세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어느새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지민은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으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보인다. 여배우로서 어쩔 수 없는 외적인 변화를 연기에 대한 열정 등 내적으로 꽉꽉 채우고 있는 그가 앞으로는 또 어떠한 모습의 작품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며, 그녀의 도전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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