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폴로 아동복 [사진=랄프로렌 홈페이지]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한국에서 고가 정책을 고수하던 미국의 브랜드 폴로(POLO)의 콧대가 꺾였다.
랄프로렌 코리아의 폴로 아동복 매장이 강남 신세계백화점, 건대 롯데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도 빠졌다.
업계 측에서는 보통 판매 실적이 나쁘지 않은 브랜드가 별 이유 없이 매장을 철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폴로 아동복의 연이은 백화점 철수는 ‘매출 부진’이 주된 원인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폴로 아동복에 매출실적을 보면 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 폴로 아동복은 한국에 직접 진출한 첫 해인 2011년 4% 매출이 증가했지만, 2012년에는 3% 증가로 역성장을 하며 성적이 부진했다.
이에 폴로는 아동복에 대한 고가정책을 포기하고 지난해 7월 대대적으로 가격을 40% 낮추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가격 정책을 바꾼 지난해 7월과 8월 매출이 15~20%까지 반짝 성장했지만, 이후 9월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매장을 철수하는 사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가격을 낮췄음에도,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의 영향도 있겠지만,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 구매를 한 소비자들은 폴로 브랜드의 가격 거품이 심했다는 것을 알고 ‘백화점에서 폴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생각하게 되며 외면한 것 같다.
병행업체와 미국에서 직접 구입하는 가격이 얼마나 저렴하기에 이렇게 매출에 타격을 주었던 것일까.
그동안 폴로 아동복은 미국에서보다 60% 비싼 가격으로 백화점에서 판매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15~20달러(1만 6천원~2만2천원)에 팔리고 있는 아동복이 국내에서는 8만 원 이상으로 성인 브랜드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 판매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병행수입이나 구매대행 형식으로 폴로 아동복 구입에 나섰다. 국내 매장보다 최대 6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구매대행 서비스는 주부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고, 또한 이랜드의 NC백화점을 비롯하여 폴로 아동복 브랜드에 대한 병행수입 판매처가 늘어나며 매장에서 제값을 주고 사는 소비자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외 브랜드의 인터넷 구매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며, “병행수입이나 직접구매 등 유통채널이 다변화되며 국외 브랜드들의 국내 매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국외브랜드들 역시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랄프로렌코리아 측은 “언급된 매장의 철수 이유는 꼭 매출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이번 철수는 랄프로렌이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라인과 백화점의 봄 MD 개편 시, 다양한 요인 및 변수가 더해져 철수가 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대비 전체 매출로 보았을 때는 현재 폴로 아동복 사업 매출은 성장세”라는 말도 전했다.
자국보다 높은 가격으로 배짱영업을 하던 브랜드 중 병행수입과 직접구입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 당황하고 있는 브랜드는 비단 폴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아베크롬비' 청담 매장 [사진=양문숙 기자]
2000년대 초 ‘미개인이 사는 아시아에는 입점하지 않겠다’고 황당한 선언을 했던 미국의 브랜드 ‘아베크롬비’는 지난해 10월 말 청담동 명품거리에 화려하게 오픈했다. 하지만 자국보다 50%나 높게 가격정책을 펼쳐 아베크롬비 역시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추세다.
이에 관련해 뉴스투데이에서는 아베크롬비 측에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한국에는 매장만 오픈해 두었을 뿐 지사도 없고 국내 홍보를 담당하는 담당자역시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이제는 한국에서만 비싸게 판매하는 수입품이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병행수입과 직접구매가 활성화 되며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수입품을 백화점에서 구매하던 이전과 달리 요즘엔 마트,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직접구매 등으로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렸다.
이에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던 콧대 높은 해외 브랜드들이 점차 무너져 가는 추세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나선 똑똑한 소비자들 덕분이다. 이처럼 수입품의 가격 거품을 꾸준히 줄여나가려면 현명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의 힘이 앞으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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