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진 공모주 ➁] 공모가 산정 몸값 부풀리기 투자자 불신 증폭, 카카오페이 오늘부터 일반청약
단순비교 어려운 기업 포함시켜 몸값 올리고 기관은 수요예측서 최상단 써내 적정가 벗어난 공모가 결정에 일조
청약에 성공하면 따상(시초가 2배 결정 후 상한가 직행) 기대감이 팽배했던 공모주 시장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공모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으나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모주 열기도 차갑게 식었다. 청약경쟁률이 시들해지면서 상장 첫날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거품이 꺼지고 있는 공모주 시장을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기업이 주식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은 공모가 산정이다.
주식시장에 상장에 앞서 적정 가치, 즉 몸값을 평가받아야 하는데, 이때 쓰이는 방법이 동종업계에서의 상대적 가치평가와 수요예측이다.
상대적 가치평가는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해당 기업이 얼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를 산정하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적정가치 산정에 활용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순 비교가 어려운 기업들을 비교기업군에 끌어다 쓰는 경우가 있어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한다.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한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경우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 중 하나로 카바나를 포함시킨 것이 논란이 됐다.
카바나는 미국의 대표적인 중고자동차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공모가 산정 당시 시가총액이 뉴욕증시에서 70조원(22일 종가 기준은 61조원)에 육박했다. 연평균 성장률도 68%로 해마다 실적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차시장 보다 중고차 판매시장 규모가 더 큰 미국과 달리, 국내는 아직도 신차 선호현상 때문에 중고차 시장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는데 카바나를 비교기업에 포함시키면서 케이카의 몸값이 크게 올라가는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최종공모가가 9만원으로 결정돼 25, 26일 일반청약을 실시하는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 7월 IPO(기업공개) 추진 당시 비교기업군 가운데 페이팔과 스퀘어를 포함시켜 뒷말이 많았다.
페이팔은 시가총액만 340조원에 달하고 매출은 24조원을 웃도는 기업이어서 더 논란이 됐다.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가 설립한 스퀘어 역시 시가총액 120조원, 매출 12조원에 달하는 초거대기업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카카오페이는 결국 IPO 재추진 과정에서 페이팔과 스퀘어를 빼고 규모가 비슷한 브라질 핀테크 기업 스톤코와 미국 AI 핀테크 기업 업스타트를 포함시켰다.
스톤코의 매출액은 카카오페이보다 1.9배 많고, 업스타트는 올해 반기 기준 매출액이 카카오페이의 1.4배였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역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수요예측에서 기업의 희망 공모가 하단과 상단을 기준으로 주당 얼마에 매수할 것인지 수량과 가격을 밝히는데 거의 공모가 상단을 적어내는 것이 관례처럼 된지 오래다.
사업전망이 밝고 주가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은 더 많은 수량을 받기 위해 상단을 적어낼 수 있지만 업황에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최상단을 적어내는 바람에 기업가치가 왜곡되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례는 공모주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진 몸값을 받고 상장하는 기업들이 쏟아지면서 상장 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종목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 입성한 40개 종목 가운데 27개는 상장 후 공모가를 밑돌았거나 밑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들은 수요예측에서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해 결과적으로 기관이 합심해서 몸값을 부풀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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