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4.28 10:01 ㅣ 수정 : 2022.04.28 16:05
주주 행동주의 에스엠, 창사 후 배당.주주측 제안 후보 감사 선임 차파트너스, 사조오양에 감사위원 선임·집중투표제 도입 등 요구
행동주의는 점차 유행이 아닌 ‘트렌드’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주주 행동주의 투자 시대가 열렸다. 행동주의는 점차 유행이 아닌 ‘트렌드’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면서 지분 보유 기업을 향해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서다.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 행동주의는 기업 스스로 개선하지 못했거나, 개선할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주주제안·소수 주주권을 통해 직접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주주 제안은 배당 등 이득 확대를 취지로 하는 정관 변경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이사회 개선 등 지배구조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추세다.
ESG는 재무적 요인 외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와 같은 비재무적 요인의 영향을 고려해 투자전략을 결정한다.
ESG는 주류와 담배, 무기제조 등 성서적 가치 규범에 반하는 특정 산업을 투자에서 배제한다. 앞으로는 투자할 때, 기업의 실적 등 재무적인 성과뿐 아니라 ESG 요소들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행동주의 펀드도 등장했다. 한국은 이러한 주주 행동주의가 필수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가족기업이 발전한 탓에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충돌이 생긴다.
국내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기업들이 직접 해결하기 어렵다. 주주 행동주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해 나쁜 상황을 끊어내지 못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 행동주의는 잘해야 한다”며 “최근 에스엠을 보면 알 수 있듯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자본 시장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만 기업과 주주는 파트너다. 이런 행동주의 변화가 기업을 무조건 흔드는 일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에스엠vs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행동주의 성과 사례...연기금·국민연금 반대사례 늘어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 안건을 두고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그 결과 에스엠은 창사 이래 첫 배당을 결정했고, 주주 측이 제안한 후보가 감사로 선임된 사례가 됐다.
얼라인은 에스엠이 뛰어난 사업 성과에도 이수만 최대주주 1인 중심의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되고 있고,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 주주가 추천한 독립적인 감사 선임이 필요하다며 주주 제안에 나섰다.
특히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용역 계약이 부당한 일거리 몰아주기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이 화력을 몰아준 덕에 이날 주총에서 얼라인 측의 제안대로 곽준호 KCF테크놀로지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감사로 선임됐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중심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분 매각 이슈라는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됐다.
이날 에스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51% 오른 8만1600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와 주주의 동반 성장에 대한 고민을 경영에 반영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총 시즌에 국내 펀드들도 적극적인 주주제안에 나섰다. 소위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출현하고 있고 최근 가장 활발한 곳은 차파트너스이다.
차파트너스는 과거 맥쿼리 인프라 등 주주행동에 성공한 멤버들이 창립한 회사다. 지난 주총 시즌에서 토비스와 사조오양에 주주제안을 한 가장 눈에 띄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다.
차파트너스는 이 외에도 사조오양에 대해 감사위원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매입, 자발적 상장 폐지를 요구했고 일부 안건이 통과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17년부터 2022년 4월까지 5년간의 이사회의사록에 대해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하는 요청서를 BYC에 보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주식 8.13%(의결권 행사가능주식 8.0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해 12월 23일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 공시한 이후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한라그룹이나 SK케미칼 같은 회사들도 최근에 주주 서한을 받거나 주주 제안받는 일들이 일어났다.
행동주의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2020년 상법이 개정됐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바뀌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이후 주주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져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아울러 연기금과 국민연금 또한 의결권 반대율이 매년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주 행동주의는 한국에서 점점 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성공 사례와 함께 강화된 ESG 전략,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정착 등으로 인해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며 목소리를 내는 기관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규민 트러스톤자산운영 펀드매니저는 “아시아 국가들의 ESG를 평가한 지표에 따르면 환경과 사회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며 “다만 지배구조에 있어서는 필리핀과 대만,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모든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의 동의를 얻는 건 아니다. 2018년 한진칼(180640)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강성부 펀드)는 이번에도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면서 결국 4년 만에 보유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결산연도 주총 시즌이 마무리됐다”며 “주총 전후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인 주주 제안의 횟수가 많았고, 이에 상응하는 일부 기업들의 대응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SK케미칼은 안다자산운용, 해외 일부 투자자 및 개인투자자들이 연계해 적극적인 주주제안에 동참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주행동 펀드 성격의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섰고 그 밖에도 한라홀딩스에 대해서 VIP자산운용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중기 주주환원책 수립을 요구했으나 주주총회 안건에 상정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