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발란, 잇따른 신뢰도 추락에 투자 유치 먹구름 끼나
개인정보 유출 제대로 사과도 안 하고 네고왕 출연
17% 할인 약속하더니 제품가 올려 손해 최소화 ‘꼼수’
36만원 지갑 반품비만 30만원…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공정위, 발판 등 플랫폼 업체 대상 현장조사 나서기로
발란, 논란 이어져 '시리즈C 투자' 유치에 '먹구름'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명품을 왜 백화점에서 사?”
유명 여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명품 플랫폼 '발란'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제대로 사과도 없이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 나와 소비자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3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고객정보가 두 달 새 두 차례나 유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발란은 3월 개인정보 유출 당시 고객에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안내 및 사과 말씀’이란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발란은 모든 유출 의심경로를 차단했고 보완조치를 완료했다며 소비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두 번째 개인정보 유출이었던 4월에 발란은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추가 조치 안내’라는 제목의 메일을 고객에게 보냈다. 메일 내용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으며 보안을 위해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해 달라는 권유 내용만 담겨 있었다. 발란은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두 달 간 이어졌지만 고객에게 기술적 보완이나 안심을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발란은 고객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네고왕에 출연해 고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네고왕은 출연자가 기업을 상대로 가격을 네고(협상)하는 예능으로 채널 구독자수가 126만명에 달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네고왕에 출연한 발란은 5일 동안 금액 제한 없이 최종 결제금액에서 17% 추가 할인해주겠다는 계약을 했다.
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고가 명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생각해둔 제품을 구매하려 했다. 그런데 제품 판매가격이 이전 가격보다 이미 오른 상태였다.
이에 소비자들은 네고왕 발란 영상에 “이전에 본 금액에서 인상해놓고 17% 네고된 척 하냐”, “쿠폰 풀자마자 가방 가격이 올랐다”, “개인정보 다 털렸는데 사과문도 없던 발란! 네고왕 나오고 거를 수 있다는 것 사람들 모두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소비자 비난이 이어지자 발란은 “17% 할인 쿠폰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과정에서 일부 상품 가격이 변동하는 오류가 발생했다”며 “오류를 인지한 뒤 조치에 착수했다”고 해명했다.

발란이 소비자들의 비난의 도마위에 오른 것은 가격 뿐만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발란의 반품비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2일 한 커뮤니티에는 ‘이번 네고왕 발란의 만행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을 작성한 A씨는 주문 취소 페이지를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지갑 결제금액 35만8228원, 반품비 30만원, 환불 예정금액 5만8228원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반품비가 환불 예정금액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와 보는 이들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A씨는 “구매한지 50분 만에 주문취소 하려고 들어갔는데 상품준비 상태에서 반품비를 내야 취소할 수 있었다”며 “잘못 주문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하려고 했지만 반품비용이 30만원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화를 참지 못했다.
끊임없는 잡음이 이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급성장한 '명품 플랫폼 빅3' 머스트잇과 발란, 트렌비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발란은 불투명한 환불 규정 등이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 잇따른 논란이 불거지기 전 까지만 해도 발란은 명품 플랫폼 빅3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게 진행돼 업계 1위를 노리고 있었다.
현재 발란은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시리즈C 투자는 상장 직전 사실상 마지막 투자 단계로 스타트업 수익모델을 충분히 인정 받아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발란은 기업가치를 약 8000억원대로 기대하고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이어지면서 발란은 투자 유치 등 회사 성장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이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이 백화점 등에서 파는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과 ‘내가 사는 제품이 정품’이라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발란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놓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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