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방통위-구글, OTT· 웹툰 가격 줄인상 주범 ‘인앱결제 강제’ 둘러싸고 ‘2라운드’
구글, '인앱결제' 강제 시행 본격화...30% 고액 수수료에 관련업계 '골머리'
인터넷기업協 "구글 결제방식 앱 개발자 선택권 침해"...방통위에 도움 요청
美-EU규제당국, NGO와 손잡고 앱 생태계 지속가능한 발전 노력 나서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세계 최대 정보통신(IT)업체 구글이 사전 예고한 새로운 앱 결제 정책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제는 구글의 앱 마켓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들은 외부 결제용 아웃링크를 넣어서는 안 되며 구글이 제공하는 앱 결제 방식을 사용하거나 제3자 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자사 정책안을 따르지 않는 앱은 구글플레이에서 삭제 조치한다는 구글의 강경한 입장에 따라 웹툰, 음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관련 업계는 구글의 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30%의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다른 선택지가 없는 관련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구글의 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 부담은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소비자에게까지 번져 일각에서는 이용자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글의 이 같은 행태는 한국 국회가 전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정치권 등이 보다 실효성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 구글 꼼수,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 몫’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지나친 수수료를 요구하는 앱 마켓 갑질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서 애플,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는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인앱결제를 앱 개발사에 강제 요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구글은 인앱결제 시스템 외에 앱 내 ‘제3자 결제’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내놨다. 하지만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은 6~26%로 인앱결제 수수료 10~30%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인앱결제를 쓰나, 제3자 결제를 쓰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정책 준수를 위해 그동안 충분한 준비 기간을 보장했다고 여긴 구글은 새 결제 정책안 도입 수순을 예정대로 밟아 나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일부터 새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은 업데이트를 금지 조치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1일부터 앱 마켓 구글플레이에서 미준수 앱은 삭제 조치하기로 했다.
구글은 제3자 결제를 허용해 인앱결제라는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는 결제 방식에 2가지 선택지가 있어 구글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3자 결제 도입 취지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드는 편법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같은 구글 행태에 직격탄을 맞는 건 웹툰, 음원, OTT 등 앱을 주 기반으로 삼고 있는 콘텐츠 플랫폼들이다. 실제 관련 업계는 구글의 새로운 결제 정책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02년 9월 열린 ‘인앱결제 강요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 간담회에서 “수수료 인상은 소비자에게 가격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소비자 여론을 확인해 보면 본 이슈는 문제가 있다는 정서가 확인됐으며 어쩌면 이에 따라 다른 대안 앱 생태계가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구글이 정책 강행 의지를 내비치던 그 무렵 OTT, 음원 플랫폼 등 콘텐츠 업계는 줄지어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수수료 부담 경감 차원에서 사용해 온 아웃링크 방식의 외부 결제가 차단되고 제3자 결제 방식을 이용하려면 인앱결제만큼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구글측 설명이다.
웨이브·티빙 등 OTT 이용권 가격은 기존보다 15%가량 인상됐다. 네이버웹툰 ‘쿠키’와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의 ‘캐시’도 각각 100원에서 120원,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올랐다. 음원 플랫폼 플로와 바이브의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도 14%, 16%씩 늘었다.
국내 OTT 플랫폼 2개·음원 플랫폼 1개·웹툰 플랫폼 1개를 이용하고 있다는 박모(28)씨는 “(가격 인상 배경을) 그저 플랫폼의 이익 남기기만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반감이 생겼던 게 사실”이라며 “사용 중인 대부분 플랫폼 이용료가 오르다 보니 부담이 없다고 할 순 없다.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용 빈도가 적은 건 구독을 끊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결국 가격 인상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그 배경과 인앱결제 이용 시에만 국한된다는 점 등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비난 화살은 앱 개발사들을 향했고 업계는 이용자 이탈을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는 분들은 PC 웹사이트를 통해 기존 가격대로 결제해 사용하면 되는데 그런 정보가 없는 분들은 앱을 설치하고 바로 결제하게 된다"며 "모든 상품이 그렇듯 가격을 보고 생각보다 높다고 생각되면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체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수치화할 순 없지만 그런 문제를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며 “구글에서도 그런 걸 염두에 둔지는 모르겠으나 앱 외에 PC를 통한 결제 방식을 사용하지 말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한국, 전 세계 ‘앱 마켓 규제’ 신호탄 되나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된 지 수개월이 흘렀으나 규제 당국은 아직까지 인앱결제 강제 우회로를 차단할 명확하고 확실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은 웹결제 아웃링크 등을 제한하는 구글 결제정책이 앱 개발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이용자의 편익을 저해한다며 규제 당국인 방통위에게 판단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최종 법 위반 여부 및 제재 조치에 대한 판단은 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다”고 부연했다. 즉 구체적 피해가 확인돼야 실질적인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구글, 애플, 원스토어 등 앱 마켓사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앱 마켓사로부터 결제방식, 앱 등록 심사, 삭제 관련 자료를 요구해 앱개발사들로부터는 부당한 앱 심사 지연 등 의견을 수렴하고 앱 마켓사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는 취치다.
이 밖에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 개설, 현장소통 강화, 금지행위 해설서 발간 등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 대안에 대해 업계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갑질신고센터를 만들어 사업자 간 분쟁이 있을 때 신고를 접수해 조사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데 구글을 상대로 갑질 신고를 하기엔 기업으로선 부담스럽고 구글에서도 자사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요구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갑질 신고를 하기에 애매한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이드라인의 적합성 여부는 따져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이용자의 정보접근을 방해하거나 공정거래 질서를 방해한다면 이에 대한 시정 조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한 법안을 입법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장 강력한 규제는 어렵다고 본다"며 "당국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뒷받침할 만한 법규정을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사안을 더욱 공론화해 앞서 언급한 앱 외 결제 방식에 대해 안내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규제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며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좀 더 실효적일 순 있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필요하다면 해외 규제기관과 공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는 부처 사활을 걸고 대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안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업하고 밖으로는 해외 규제기관과 공조해야 한다”며 “더 이상 제 역할을 방기하지 말고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의원은 이어 “뜻을 같이하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해외 입법기관, 규제당국, 비정부기구(NGO)들과 함께 앱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디지털 시장법 (Digital Market Act)’을, 미국에서는 ‘오픈 앱 시장법 (Open App Market Act)’이 논의되는 등 세계 각국에서도 앱 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사한 상황에 있는 유럽이나 플랫폼 기업의 거대화와 횡포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도 국내에서 법안 통과와 향후 적용 과정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자칫 향후 한국의 상황 전개는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앱공정성연대(Coalition for App Fairness)는 “현재 전 세계 다수 국가들은 대한민국의 인앱결제 방지법과 비슷한 목적을 가진 입법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 인앱결제 방지법이 그 실효성과 함께 굳건하게 뿌리내리는 것은 EU의 디지털 시장법과 미국의 오픈 앱 시장법 등 주요 법제 논의를 위한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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