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실명계좌 거래 은행 확보 분주
빗썸, 코빗 등 실명계좌 제휴 은행 계약 만료 임박
계약 연장 또는 제휴 은행 변경 두고 다각적 접근
1사-1은행 원칙 등 부담, 시중은행 보수적 태도 변수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 주요 원화마켓 거래소들이 은행과의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간 협업 지형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오는 3월 NH농협은행과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계약이 만료된다.
코빗도 오는 4월 신한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는 코인과 원화 간 거래 연동을 위해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원화마켓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 뿐이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거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빗썸과 코빗도 계약 만료 전까지 기존 은행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 은행을 찾아야한다.
두 거래소는 현재 실명계좌 계약 만료를 앞두고 기존 제휴 은행은 물론 협상이 불발될 것을 염두에두고 다른 은행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중은행 뿐 아니라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으로 제휴 은행 변경도 검토 중이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플랫폼 특성상 비대면 거래 서비스에 익숙한 20~40세 사이 젊은 세대가 주이용층이라는 점에서 신규 고객 확보와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협업에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년 전 빗썸과 선두다툼을 업비트는 실명계좌 계정 은행을 기존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변경한 뒤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업계 1위 거래소로 도약했다.
코인원도 지난해 11월 NH농협은행과의 계약 연장을 포기하고 카카오뱅크로 제휴은행을 변경한 뒤 신규가입자가 기존 대비 177%나 증가했다.
인터넷은행 또한 거래소와 손을 잡게되면 수신 고객 확대 등 외형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시중은행에 비해 계약 조건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1거래소-1은행’ 규칙은 제휴 은행 변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개 거래소가 2개 이상 복수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 받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다만 여러 은행의 계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질 경우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려워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금세탁방지(AML) 능력을 고려해 ‘1거래소-1은행’ 체제가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사실상 업계에서는 ‘1거래소-1은행’ 실명계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코인원도 카카오뱅크와 제휴하면서 기존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NH농협은행과 관계를 정리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은행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이 코인원과 원만하게 계약을 해지한 것도 빗썸과 동시에 제휴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 리스크 부담에 따른 보수적인 태도도 변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에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급한 수수료는 총 583억8100만원 수준이다. 매년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시중은행에게는 크지 않은 규모다.
반면 다른 수익사업에 비해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된 리스크는 크다. 가상자산 관련 사고 발생시 거래 은행 또한 관리에 대한 책임이 부여되는 것은 물론 금융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관리·감독도 받게된다. 특히 지난해 수상한 외환송금 사건을 비롯해 가상자산 관련 각종 사고로 최근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등에 대한 관리‧감독 강도가 강화됐다.
이에 은행들도 거래소에게 시스템 보안성, 내부통제 능력 등 높은 수준의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하기 위한 문턱이 높아 원화 마켓 거래소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화 거래소도 은행 실명계좌를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빗썸 관계자는 “기존 은행과 계약 연장이던 변경이던 오는 이달 중으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빗 관계자 또한 “대표나 임원진 정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말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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