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금리 10%인 '청년희망적금' 중도해지율 따져보니 '빈곤의 악순환' 드러나

박희중 기자 입력 : 2023.06.21 14:12 ㅣ 수정 : 2023.06.21 14:20

1회 납입금액이 적을수록 중도 해지율 높아...10만원 미만 중도해지율이 49.2%로 가장 높아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 "윤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는 '청년희망적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청년도약계좌'의 목표 중도해지율은 30% 이하인 듯, '청년희망적금' 23.7%보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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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적금.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에 시행된 '청년희망적금' 중도 해지율이 2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희망적금은 연 최고 10%대 금리 효과를 내는 정책 상품으로서 출시 당시 고금리에 일부 은행 앱이 마비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중도 해지율이 높은 수준으로 집계돼 청년층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청년희망적금 운영 현황'에 따르면 해당 상품이 출시된 지난해 2월 당시 최초 가입자는 289만5546명에 달했으나 지난 5월 말 기준 중도 해지자 수는 68만487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1회 납입금액이 적을수록 중도해지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청년층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소득이 적어서 납입금액을 적게 선택할 청년층이 납입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해지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납입 금액대별 해지 현황을 살펴보면, '10만원 미만' 납입자의 중도 해지율이 49.2%로 가장 높았다.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 48.1%, '20만원 이상~30만원 미만' 43.9%, '30만원 이상~40만원 미만' 40.3% 등이 뒤를 이었다. 납입 한도인 50만원을 꽉 채워 납입한 청년들의 경우 중도 해지율이 14.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애초 납입 여력이 되는 청년들은 경제사정 악화와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청년일수록 고금리혜택을 부여하는 청년희망적금의 납부액이 적을뿐만 아니라 그나마 적금을 유지하는 비율도 훨씬 낮아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중도 해지율이 낮은 편이었다. 가입 상한 연령인 만 34세의 중도해지율은 21.2%인데 반해 가입 하한 연령인 만 19세의 해지율은 27.9%에 달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 3600만원 이하 만 19~34세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고자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정책 금융 상품이다. 만기 2년 동안 매달 50만원 한도로 납입할 경우 정부 지원금(저축 장려금)까지 합쳐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높은 금리 혜택 덕분에 출시 초기 은행 앱이 먹통이 될 정도로 가입 신청이 폭주했다. 당시 정부는 가입자 규모를 38만명으로 예측했으나 3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가 몰렸다.

 

이처럼 청년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상품이 소득이 낮은 청년층일수록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드러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중의 하나로 시행되고 있는 '청년도약계좌'의 중도 해지 방지 대책을 둘러싼 논의도 강화되고 있다. 

 

매월 70만원씩 5년간 적금하면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는 지난 15일 출시됐다. 정부 지원금은 월 최대 2만4000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만기가 5년으로, 청년희망적금보다 3년가량 길지만 적금 유지율 목표는 70%대 중반으로 잡고 있다"며 "추가적인 적금 유지 방안을 위해 연구 용역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가입자가 급전 수요에 중도 해지하지 않도록 청년도약계좌와 연계한 적금담보부대출 운영, 햇살론 유스 대출 시 우대금리 지원방안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매달 쌓이는 정부 지원금과 이자 수준을 은행 계좌나 앱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돈 쌓이는 재미'를 더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강민국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는 '청년희망적금'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 수시로 상품을 점검해 생활·주거 안정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의 실질적 중장기 자산 형성을 도울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도약계좌는 월 납부금액이 월 70만원으로 청년희망적금보다 클 뿐만 아니라 납부기간도 5년으로 더 길다. 청년층이 적금을 유지하기 더 어려운 구조이다. 금융당국이 적금 유지율 목표를 70%대 중반으로 잡은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즉 금융당국이 설정한 청년도약계좌 중도 해지율 목표는 25% 안팎인 셈이다. 청년희망적금의 실제 중도해지율인 23.7%에 근접하는 수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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