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 도보 3분’마저 디폴트된 브릿지론…연내 만기 물량 우려

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8.26 07:58 ㅣ 수정 : 2023.08.26 07:58

이태원동 브릿지론 500억원 디폴트…“공매 결정”
구로구 럭비구장도 ‘휘청’…브릿지론만 9000억원
연내 만기 도래 ‘8.2조’…본 PF 전환 극히 드물어
중소형사 더 큰 위기…‘중후순위+고LTV’ 이중고
브릿지론도 ‘옥석’ 가려야…“선별적 지원 요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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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방 위주로 확산되던 브릿지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최근 수도권까지 번졌다. 대형 증권사가 주관한 서울 한복판의 개발 건마저 수포가 된 가운데, 연내 만기되는 브릿지론 물량이 아직 상당한 규모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대형 증권사 주관 + 초역세권’마저 무산…서울 곳곳서 브릿지론 디폴트 위기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로드자산운용이 서울 용산구에서 업무·상업시설 건축 사업을 위해 시행하는 개발 프로젝트가 512억원 규모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이 실패하며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브릿지론이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첫 단계로, 일반적으로 땅을 매입하기 위한 고금리 단기 대출의 성격을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 상당수 브릿지론들은 간신히 단 몇 개월씩 만기 연장을 해오고 있다.

 

해당 개발 건은 용산구 이태원동 124-3과 124-4 등 2개 필지에서 지하 4층~지상 4층에 걸쳐 업무시설 4개층과 근린생활시설 3개층 등을 건축하는 프로젝트였다. 해당 필지는 6호선 이태원역에서 도보로 3분도 채 안 걸리는 역세권이다.

 

해당 브릿지론은 키움증권이 금융주관사로 선순위 427억원과 중순위 70억원, 후순위 15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5월 말 1차 만기 이후 연장을 논의해왔으나, 이후 협상에 차질이 생기며 결국 지난달 말 디폴트 처리됐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금 상황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선순위 투자자가 공매신청을 결정해 공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브릿지론의 중순위(메자닌) 대출 채권은 또 다른 한 증권사가 리테일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셀다운(대출 채권 유동화 후 트렌치 상품 재매각) 한 상품으로, 현재 해당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과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이번 브릿지론에 신용보강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별도로 투자했던 15억원의 에쿼티를 전액 손실처리하는 손해를 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용산 부지 브릿지론 디폴트 발생 관련 주관사긴 하지만, 대부분 셀다운했고 그 외의 부실화 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태원뿐만 아니라 서울 구로구에서도 브릿지론 관련 잡음이 나오면서 수도권의 브릿지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해종합건설의 자회사 KL산업이 구로구 온수동에서 진행 중인 온수 럭비구장 개발사업은 브릿지론 규모가 9000억원에 달하는데, 오는 9월 만기를 앞두고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KL산업이 2021년 4월 5475억원을 들여 부지 매입에 나서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금융기관으로부터 5045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가 대주단을 꾸려 브릿지론에 참여해 3375억원을 대출해줬다.

 

하지만 해당 럭비구장 개발을 위해 대체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며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 연내 만기 물량 최소 ‘8조원’…“정부 나서 본 PF 전환 도와야”

 

이처럼 서울권의 브릿지론도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증권사들이 보유한 브릿지론 중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만 최소 8조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며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6곳의 부동산 PF 중 올해가 만기인 물량은 약 14조원어치인데, 그중 58%(약 8조2000억원)가 브릿지론이다.

 

통상 브릿지론은 만기가 짧아 지난 상반기에 만기 도래한 물량만 6조원이다. 그중 대부분은 6개월~1년씩 만기 연장이 이뤄졌지만, 본PF로 전환되거나 원리금이 회수된 사례는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소형사가 더 큰 문제에 직면했다. 이들은 대형사 대비 부동산PF 중 브릿지론의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사실상 해당 개발사업에 에쿼티성 투자를 한 것으로 여길 수 있는 후순위성 투자가 많아서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형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10% 수준이지만 중형사(자기자본 1조~3조원)와 소형사(자기자본 1조원 미만)는 각각 18%와 19% 수준이다.

 

또 브릿지론의 지역별 구성에서도 대형사보다 중소형사의 대구 외 광역시 및 특별시 비중이 컸다. 대형사는 20%였던 반면, 중형사와 소형사는 각각 29%와 25%를 차지했다.

 

중후순위 비중은 전체 증권사가 53%며, 대형사는 40%에 불과한 반면 중형사와 소형사는 각각 77%와 68%에 달한다. 또 담보 가치 대출 비율인 LTV도 대형사가 평균 53%인데 반해, 중형사와 소형사는 각각 78%와 88%에 육박했다.

 

김예일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브릿지론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토지가 경매나 공매될 경우 사업성이 저하된 토지는 경락률(경매물건의 감정평가액 대비 최종 낙찰가 비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고 중후순위 익스포저는 전액 손실될 위험에 노출된다”며 “본 PF 전환 시 브릿지론은 회수될 수 있으나, 부동산 경기 저하 시 중후순위면서 높은 LTV를 지닌 브릿지론은 손실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브릿지론의 사업성이 판별한 이후 우량한 프로젝트에 본 PF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브릿지론 자체가 연장이 안되다 보니 디폴트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PF의 전체적인 자금 경색으로 인해 개발 사업들이 모두 무너질 수가 있다”며 “프로젝트별로 사업성을 따지고 옥석을 가려서 본 PF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 것이 전체적인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릿지론을 모두 연장해주지 않게 되면 모든 사업장들이 디폴트가 발생하는 만큼 심각한 경제적 여파가 생길 수 있다”며 “우량한 사업장들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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