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아마존④] 쿠팡이 커질수록 반쿠팡연대도 커진다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1.01 23:21 ㅣ 수정 : 2023.11.02 08:58

국내 이커머스 1위기업 쿠팡, LG생활건강 이어 CJ와도 한치 양보없는 갈등 심화로 결국 죄없는 소비자들만 선택의 폭 줄어드는 부작용 발생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공룡으로 불린다. 아마존의 성장전략은 최저가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가장 싼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마존이 깔아놓은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납품업체들 입장에서는 최저가에 맞추기 위해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마존의 성장전략이 몰고온 최저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image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은 작년말부터 또다른 유통기업 CJ측과 양보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싸움의 발단은 햇반에서 시작되었지만 양측의 갈등은 뷰티산업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싸움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 햇반에서 시작된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확대= 쿠팡은 국내 명실상부한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하는 신속 정확한 배송과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쿠팡은 입점 판매업자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말 CJ와 맞부닥친 햇반전쟁이다. 쿠팡은 작년 11월30일 햇반과 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제품에 대한 발주를 절반 가량 중단했다. 양측이 납품단가와 마진율을 놓고 협상을 벌이던 중 갑자기 쿠팡이 발주물량의 절반을 중단한 것이다. CJ 측은 쿠팡 측의 갑작스런 결정에 크게 반발하면서 쿠팡 측이 높은 마진율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발주를 끊었다며 ‘유통 플랫폼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CJ 측 주장에 따르면 쿠팡이 자랑하는 최저가 정책 때문에 마진이 줄어드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CJ 측에 특정 마진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슈퍼갑인 쿠팡 측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면 자신들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어 쿠팡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CJ 측은 항변했다.

 

쿠팡은 CJ 측의 반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쿠팡 측은 CJ제일제당이 먼저 납품가를 올리고, 약속된 발주 물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신뢰관계가 깨진 상황에서 더 이상 발주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하여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당시 “약속과 다르게 햇반의 납품률이 50~60%에 불과했다”면서 “매출의 95% 이상이 자체 물류센터를 이용한 직매입에서 발생하는 쿠팡의 입장에서는 납품 물량이 발주 물량보다 적다면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발주 중단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 뷰티산업, OTT 분야까지 전선 확대= 햇반전쟁 당시 양측은 수 차례 협상을 가지면서 절충에 나섰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아무런 타협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쿠팡에서는 햇반 등 CJ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여겨졌던 양측의 갈등은 최근 뷰티산업과 OTT 분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극단적인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쿠팡은 지난 8월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갑질 신고를 했다. 쿠팡 측은 공정위에 갑질신고를 하면서 올리브영이 지난 2019년부터 쿠팡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뷰티시장 진출 및 성장을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의 주장에 따르면 올리브영에 납품하고 있는 수많은 업체들이 올리브영의 압력과 눈치를 보는 바람에 쿠팡과의 거래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쿠팡 측의 주장이다.

 

CJ 측은 난데없는 갑질신고에 펄쩍 뛰었다. CJ 측은 “다른 유통채널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쿠팡 측이 없는 얘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뷰티산업에서는 후발주자인 쿠팡 측이 어떤 의도를 갖고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갑질신고한 것이 아니냐는 게 CJ 측의 의심이다.

 

싸움은 OTT로까지 번지고 있다. OTT분야는 CJ 측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CJ는 CJ ENM을 앞세워 2010년 티빙을 통해 OTT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성공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전략에 힘입어 외국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1위 자리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쿠팡이 2020년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면서 티빙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쿠팡은 1100만명에 달하는 와우멤버십 가입자와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 제공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잠식해가고 있다.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월간 MAU는 548만명으로 티빙(547만명)을 근소하게나마 앞서고 있다.

 

◇ LG생활건강 이어 CJ까지 왜 자꾸 반쿠팡연대를 부추기나= 국내 유통시장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서 쿠팡과 갈등을 빚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이러니다.

 

쿠팡은 CJ에 앞서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과도 크게 다퉜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LG 측은 쿠팡이 경쟁업체에게 제공하는 제품 납품가를 공개할 것과, 별다른 근거도 없이 반복적인 반품 처리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쿠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주면서 쿠팡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쿠팡 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 2021년 2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한때 쿠팡과 LG생활건강이 화해모드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양측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쿠팡보다 내일의 쿠팡이 더 무섭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쿠팡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쿠팡이 보여줄 절대적인 갑의 위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이지만, 네이버와 큰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는 지금도 이런저런 갈등사례가 많은데, 앞으로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경우 쿠팡이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슈퍼갑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통구조의 특성상 브랜드와 리테일 간의 갈등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지만, 갈등이 격화되면 양쪽 모두 손해다. 특히 양측의 싸움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강제로 줄어드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댓글(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