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12.25 07:56 ㅣ 수정 : 2023.12.25 07:56
대주주 양도세 기준 '10억→50억원' 올해부터 대통령실, 기준 완화로 주식시장 안정 도모해
연말 증시에서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지목된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대폭 상향 조정됐다. [이미지=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연말 증시에서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지목된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대폭 상향 조정됐다. 이에 국내 대형주와 이차전지 업종뿐 아니라 국내 증시의 연말·연초 랠리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연말 불확실했던 시장의 수급 교란 우려가 해소됐다는 평가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1일 이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했다. 정부는 양도세 기준일이 26일인 만큼 이때까지 기준 완화 절차를 마쳐 연말 주식시장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조정된 대주주 기준은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다. 만약 올해 장 마감일인 12월 28일 종가 기준 종목당 주식 30억원을 보유했다면, 내년 1월 1일 이후 주식 양도분부터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연말만 되면 출회하던 양도세 회피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국내 주식 시장은 매년 연말이면 약세장이 반복됐다. 대주주로 지정돼 양도세를 내는 상황을 피해 연말 고액 자산가들인 큰 손이 세금 회피를 위해 대량으로 물량을 던져서다. 여기에 일반 개미 투자자들도 큰 손 물량을 의식, 추종 매도에 나서며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을 넣었다.
실제 2021년엔 3조원이, 지난해는 1조5000억원 넘는 매도가 대주주 확정일 하루 전 몰렸다. 이러한 상황에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요건이 완화되면 코스닥과 신규 상장주에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배당기준일 이전에 최종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최근 강세 보였던 신규 상장주와 YTD 수익률 상위 종목 중 최근 일주일간 낙폭이 컸던 종목들에 자금이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번 양도세 완화에 대한 정부의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개인들의 순매도 규모는 유가증권시장이 약 4조6800억원, 코스닥이 약 2400억원 등 총 4조9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7거래일간 개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기아(000270) 등이었고, 코스닥에선 HLB(02830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에코프로(086520) 등이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다는 것은 자산 규모가 큰 투자자로,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가 기본적으로 포함됐다"며 "최근 개인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들을 보면 연말 대주주 세금 회피성 매물 성격이 확실히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이차전지주의 경우 세금 회피를 위한 연말 대량 매도 물량 우려가 사라지면서 개인들 수급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기준 상향 소식은 코스닥의 반등 추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이차전지주가 또 한번 수혜를 입을 수 있어서다.
다만 법적 대주주들은 양도세 과세를 피하려 연말에 매도한 뒤, 연초에 사들이는 경우가 대다수로 증시 방향 자체를 좌우할 만한 변수가 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투자자 전체가 아닌 일부 큰 손의 부담만 덜어줬다는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양도세 완화가 확정되면서 시장이 불확실성 해소 요인으로 받아들여 수급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바뀌는 개정안에 시장이 어떻게 미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시행령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인데, 정부는 그 기간을 대폭 줄여 올 안에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도세 완화는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연내 입법 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마치면 올 연말 이전 시행이 가능하다.
대주주 양도세는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투자자를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에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주식 양도세 과세가 시작된 2000년까지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이었다. 이후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을 거쳐 10억원까지 하향 조정했다.
이로 과세 대상이 늘었고 세금 부담은 가중됐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국내 증시에선 연말이면 나오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물 폭탄'이 악재로 작용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도세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를 파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총선용 감세 카드'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앞서 여야는 지난해 말 '대주주 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오는 2025년까지 2년 유예하는 쪽으로 한걸음씩 양보한 바 있다.
통상적인 세법개정 절차와 무관하게 서둘러 감세 조치를 내놓은 점도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등을 중심으로 완화론이 지속적으로 나온 상황에서도 세제당국이 신중론을 고수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두루 고려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