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싱가포르 '조호바루' 한달살기 (3)] 드디어 먹는다 "카야 토스트"
2020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호커 센터(Hawker centre)는 싱가폴의 거대한 부엌
쇼핑몰 지하 1층의 토스트 박스에서 5.7SGD인 카야 토스트를 주문해 5분만에 먹기 완료

[뉴스투데이=윤혜영 전문기자] 맛의 기억은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우리가 아프거나 슬플 때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음식을 찾는 까닭은 익숙한 맛에서 위로와 안정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입으로만 맛(taste)을 탐지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과 미각이 동원되어 뇌에 있는 풍미(flavor)를 자극하면 우리가 경험했던 “아는 맛”의 지도가 펼쳐진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이 불러오는 달콤한 기억의 연상작용을 이야기한다. 맛이 불러오는 어느 시절의 기억. 추억의 편린. 이를 프루스트 효과(Proustian phenomenon), 또는 마들렌 효과라고 한다.
카야 토스트는 내가 걸어온 삶의 어느 위치에 숨어 있었기에 나를 싱가포르까지 움직이게 했을까?
페닌슐라 엑셀시어 호텔의 수압은 매우 강렬했다. 소방호스처럼 힘차게 물줄기를 뿜어내는데 뜨거운 물살을 맞고 있으니 저절로 맛사지가 되며 피로가 풀어졌다.
아직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소리질렀다. 도시에서의 여행은 되도록 호텔 조식을 추가하지 않고 로컬 식당을 이용하는 편이다.
싱가포르의 아침은 조급히 시작된다. 일 년 내내 더운 날씨이기에 불 앞에서 요리하기 보다는 외식을 즐겨한다. 주거지 주변과 도시 곳곳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열려 있는데 이를 호커 센터(Hawker centre)라고 한다.
Singaporian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거대한 부엌인 호터 센터는 2020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가격이 책정되어 있어 이름 있는 식당에 비해 값도 저렴하다. 나는 이 호커 센터를 열렬히 이용하며 중간중간 간식으로 카야 토스트를 이용하기로 계획했다.
아침은 카야 토스트, 점심은 호커 센터의 치킨라이스를 먹을 예정이었다.
드디어 캬야 토스트를 영접한다. 구글맵을 켜서 토스트 박스를 찾았다. 호텔에서 멀지 않았다. 쇼핑몰 지하 1층에 위치한 토스트 박스. 아침 먹으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5.7SGD인 카야 토스트를 세 개 주문했다. 1인당 한 개씩.
주문하고 받아가는 시스템이다. 음료는 선택이어서 나는 블랙 커피, 아이들은 마일로를 선택했다. 이윽고 카야 토스트가 나왔는데, 얇은 식빵을 바싹 구워 버터와 카야쨈을 발라 놓았고, 반숙 달걀 두 알이 나왔다. 접시에 계란을 깨고 간장과 흰후추를 뿌렸다.
찍는다. 그리고 먹는다. 독한 블랙커피로 입가심한다. 토스트 먹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 엄마, 이게 끝이야?
- 이건 간식이야, 이따 밥 사줄게.

달리 할 일이 없었기에 너도 가고 나도 간다는 무스타파로 가서 기념품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대형 쇼핑센터인 무스타파는 리틀 인디아에 위치해 있어 힌두사원도 구경할 겸 슬렁슬렁 걸었다.
19세기부터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같은 식민치하에 있던 인도에서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세랑군 로드에 몰려 살기 시작하며 그들만의 거리가 형성되었고 이를 리틀 인디아라 명명했다. 사리를 입고 빈디를 붙인 여인들이 보였다. 제대로 찾아온 듯 했다.
싱가포르 거리에는 IJOOZ 오렌지 자판기가 거리 곳곳에 있는데 2SGD를 넣으면 생오렌지를 착즙해서 컵에 넣어준다. 투명유리라서 즙 짜는게 눈에 보이는데 매우 신선하고 맛있다.
한 개만 뽑아주면 더 많이 마시려 서로 싸우기 때문에 폭력 사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각자 하나씩 손에 쥐어주었다.
‘엄마 언제 도착해’를 무시하며 걷다 보니 무스파타가 나타났다. 지상 1, 2층에 식료품과 옷, 생활용품들이 있었고 지하2층에 TAX Refund 카운터가 있다.
특별히 살만한 것은 없었지만 머라이언이 프린트 된 초콜렛을 몇 개 사고 호랑이 연고도 사고 배 아플 때 먹는 약, 카야쨈 한 통, 소리나는 오리인형, 아이들 과자, 마그넷, 머라이언이 프린트 된 반팔티쳐츠를 구매했다. (항상 구경만 잠깐 한다고 들어가서 나올 때는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있는 나)
쇼핑을 했더니 어느덧 시장하여 호커 센터 중 하나인 멕스웰 푸드로 가는 그랩을 호출했다. <4화에 계속>

윤혜영 프로필 ▶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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