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국책은행 모두 부산으로”...지방 이전 사정권 넓힌 정치권
국회서 산은·수은·기은 이전 법안 줄줄이 접수
“국책은행, 부산에 옮겨 국가 균형 발전 유도”
야당·노조 반발은 걸림돌...처리 쉽지 않을 듯
산은 노조는 “총파업 불사”..단체 행동 가능성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여당이 관련 법 개정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특히 여당에서는 KDB산업은행 뿐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까지 3대 국책은행을 모두 부산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가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전히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인 가운데 지방 이전에 반발한 국책은행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체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과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부산과 경남, 경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 17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개정안들은 각 법안이 명시하고 있는 국책은행 본점 소재지를 기존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바꾸는 게 골자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서울 여의도에, 기업은행은 서울 중구에 각각 본점을 두고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바꾸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로써 현재 국회에는 산업·수출입·기업 등 3대 국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모두 접수된 상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시절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고 정권 출범 후 행정적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다만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법 개정 작업이 21대 국회서 야당 등의 반발로 무산됐는데, 22대 국회 초반부터 재추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기존에는 대두되지 않았던 수출입·기업은행까지 포함하면서 국책은행 부산 이전 동력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2008년 시작된 ‘금융 중심지 조성 사업’에 따라 부산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금융 공기업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로 옮겨간 상태다. 여기에 기업 유동성 지원과 수출 기업 자금 공급 등을 책임지는 국책은행도 이전해 지역·산업 발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수출입·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금융 중심지로서 부산의 위상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국내의 굵직한 금융기관들이 선제적으로 부산으로 이전해 안정적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에 부합하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책은행 부산 이전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국책은행 노조의 반발이 여전한 데다 야당도 비우호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추진해온 산업은행 뿐 아니라 수출입·기업은행까지 대상이 넓어진 만큼 이해관계자간 입장차를 좁히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국책은행 기능 약화 우려 해소가 꼽힌다. 금융권 안팎에선 본점 이전 시 수도권 기업들과의 물리적 거리 확대로 금융 지원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히 국책은행 본점 건물을 옮긴다고 국가 균형 발전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 역시 나오고 있다.
한 국책은행 노조의 관계자는 “본점에서 하는 금융 업무는 규모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과 금융기관, 신용평가사, 법무법인 등이 인접한 거리에서 협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세계적 금융 중심지를 봐도 금융기관들이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요 금융기관이 서울과 부산으로 양분돼 있으면 해외 투자자들의 매력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년 넘게 부산 이전 불확실성에 휩싸인 산업은행의 경우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6명이던 연간 퇴사자는 2022년 97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에도 87명을 기록했다. 행원~대리급인 5급과 과장~차장급인 4급 퇴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8.8%, 2023년 55.2%로 각각 집계됐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대전광역시와 대구광역시가 유치 경쟁에 돌입하면서 지방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산업은행의 사례만 보더라도 직원 퇴사율이 몇 배 증가하는 등 경쟁력 하락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며 “특정 지역 한 곳으로 모여 금융 허브를 형성한다는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치 논리에 그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부산 이전 압박이 조여 올 경우 국책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단체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22년 9월 은행권 노조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 당시 산업은행지부는 전체 조합원의 90%가량인 2000여명이 참여해 부산 이전 저지를 외친 바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최근까지도 부산 이전이 계속 추진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노조 위원장 보궐 선거에서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당선된 점도 국책은행 부산 이전 과정에 험로가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김 신임 위원장은 2022년 금융노조 총파업을 이끈 박홍배 전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도부에서 수석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 신임 위원장이 제시한 11대 공약 중에는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가 포함됐다.
김 신임 위원장은 “이제 산업은행 이전이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 산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싸워 나갈 것”이라며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조합원들을 포함한 명실상부한 금융노조의 대대적인 투쟁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BEST 뉴스
댓글(1)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현재도 부산에 지점 수두룩하고, 영업하고 있지 않나? 금융기관 특히 은행 본사가 특정지역 간다고 그곳에 대출을 더 해준다면, 그건 특혜에 부당지원 이슈가 있는 거 아닌가?! 본점 건물 임대로 부산 부동산 공실 메우려는 이유 외에는 합당한 이유가 보이지 않네. 결국, 부산 부동산 업자들의 사욕을 채우려는 수작지같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