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29 02:13 ㅣ 수정 : 2025.01.29 02:13
중국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값싼 챗봇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AI 대장주 엔비디아 하룻새 시가총액 5900억달러(860조원) 증발,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 반등에 성공했지만, 충격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딥시크 공동창업자 량원펑(오른쪽).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저비용 AI 모델을 출시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불과 600만 달러의 개발비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새로운 챗봇 개발 소식에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하룻새 시가총액이 860조원이나 증발한데 이어 연이틀 충격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날 17% 이상 하락한 공포에서는 어느정도 벗어났지만, 투자심리가 충격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날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이 미국 AI 기술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에 시총 약 5900억 달러(약 860조원)가 증발하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그 여파로 시총 순위는 1위에서 단숨에 3위로 추락했다.
나스닥지수가 3% 이상 급락한 가운데 브로드컴을 비롯해 마블테크놀로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다른 AI 관련주들도 동반급락했다.
28일 뉴욕증시에는 관련주들이 전날의 급락에 대한 반발매수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투자자들의 경계심리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CNN, 불룸버그통신 등 주요언론들은 딥시크의 실체와 개발주역에 관한 기사들을 쏟아내는 등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 스타트업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딥시크는 딥서치-V3와 딥서치-R1이라는 두 가지 최첨단 모델을 통해 오픈AI와 메타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는 업체로 떠올랐다. 특히, 딥서치-R1은 작업에 따라 오픈AI의 모델보다 최대 50배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딥시크의 AI 어시스턴트 애플리케이션이 챗GPT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으로 등극한 것 자체가 대단한 뉴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딥시크의 실체와 실제 개발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딥시크는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딥서치-V3의 학습에 소요된 비용이 600만 달러 미만이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H800 칩을 활용해 새 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는데, H800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설계된 저사양 GPU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초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상황에서 딥시크가 불과 600만 달러라는 믿기지 않는 비용으로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은 비용 효율성과 관련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밝힌 개발비용에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다.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CEO 알렉산더 왕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칩인 엔비디아 H100을 약 5만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의 주장은 딥시크가 저사양인 H800 대신 첨단 칩인 H100을 활용해 챗봇을 개발했을 것이란 의혹을 던진 것인데, 왕의 주장이 맞다면 딥시크의 개발비는 600만 달러가 아니라, 최소 4~5배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갔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또한 "딥시크가 정말 저렴한 칩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는지 의심스럽다"며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 투자회사 아트레이드 매니지먼트의 개빈 베이커 최고투자책임자는 딥시크가 발표한 개발비용 600만 달러에는 아키텍처, 알고리즘, 데이터 연구 등 숨겨진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딥시크의 개발주역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2023년 설립된 항저우 기반 스타트업으로, 퀀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의 공동 창업자인 량원펑을 비롯한 중국인 연구자, 엔지니어 150명과 데이터 자동화 연구팀 31명이 개발을 이끌고 있다.
량의 펀드는 2023년 3월 AGI 연구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며 AI 분야로 전환했는데, 딥시크의 성공 배경에는 미국에 맞서 AI 산업육성에 매달리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량은 지난 1월 20일 중국 총리 리창이 주최한 비공개 심포지엄에 초청받아 딥서치-R1의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딥시크가 본격적으로 미국의 AI 산업에 강력한 위협으로 떠오를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트럼프는 딥시크의 성과를 두고 "긍정적인 자산"이라며 "적은 비용으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딥시크가 미국 AI 산업에 실체적 위협을 가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규제의 칼을 꺼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