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자사주 원칙적 소각’ 운 띄운 李…“주주가치 제고 도움” vs “예외 조항 고심해야”

염보라 기자 입력 : 2025.04.23 08:03 ㅣ 수정 : 2025.04.23 08:03

‘코스피 5000 시대’ 향한 자본시장 공약
증시 전문가들, 기업별 탄력적 대응 주문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자사주 원칙적 소각’을 공론화하며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또 하나의 자본시장 공약을 꺼냈다. [사진=챗GPT 생성]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자사주 원칙적 소각’을 공론화하며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또 하나의 자본시장 공약을 꺼냈다.

 

이재명 캠프 측은 상장사가 매입한 자사주를 ‘일정 요건’ 하에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는 입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개선하고, 국내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업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간담회에서 “상장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칙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의무 소각’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은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배당 가능 이익이 있는 기업에 한해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고 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1월 1일~12월 20일 누적) 국내 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8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이 중 소각된 금액은 13조9000억원에 불과해 4조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한국 기업이 자사주를 주가 방어 수단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혹은 임원 성과보상용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으면 유통주식 수가 줄지 않아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시 대부분 소각을 병행함으로써 직접적인 주주환원 효과를 내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가 상승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면서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투자자들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자사주 원칙적 소각을 강조한 것을 두고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긍정적인 방향성이라고 평가했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뉴스투데이>에 “자사주 소각은 주주 민주주의와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내부 수익률을 기준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자사주 소각이라면, 그것은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역시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며 “개인 주주들 입장에서는 대환영인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무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자사주 소각은 원칙이 될 수 있어도 결국 기업의 경제적 판단에 따른 자율영역”이라며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자본시장연구원 출신인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주주환원 수단인) 배당과 자사주 소각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일률적인 의무화는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며 “소각 후 재무여력이 부족해질 경우 기업은 유상증자 등 또 다른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염 이사는 “미국은 대부분 자사주를 소각하지만 한국은 이를 현금화하거나 M&A 방어 수단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해 왔기 때문에 일괄적인 의무화는 산업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자사주를 기존에 많이 갖고 있지만 공장을 짓거나 투자할 게 많은 기업, 혹은 자사주 소각으로 (경영 여건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는 기업 등은 예외 조항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캠프도)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하되 기업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런 점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 후보는 자사주 소각 제도화를 포함해 △상법 개정 재추진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집중투표제 활성화 △‘쪼개기 상장’ 시 신주 일반주주 우선배정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로드맵 마련 등을 자본시장 공약으로 제시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약들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증시에 만연한 디스카운트 요인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책적인 관심 자체가 시장 신뢰 회복에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