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PC 인문학여행] 김지윤 박사 “트럼프, 美 패권 유지 위해 ‘힘의 정치’ 강화”

남지유 기자 입력 : 2025.04.23 08:26 ㅣ 수정 : 2025.04.23 08:26

22일 소공동 롯데호텔서 ‘지리의 힘으로 알아보는 지정학’ 주제 강연
“반도체·조선 등 전략적 자산 바탕으로 미국과 실질적 협상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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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으로 알아보는 지정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지윤 정치학 박사. [사진=남지유 기자]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미국은 현재 ‘길’과 ‘룰(규칙)’을 장악해 자국 중심의 세계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전쟁도 이러한 ‘파워폴리틱스’(힘의 정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실리를 중시하는 강대국 중심의 정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지윤 정치학 박사는 2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KPC)의 CEO 프로그램 ‘KPC 인문학 여행’ 제3차 강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김 박사는 ‘지리의 힘으로 알아보는 지정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와 흐름, 미국과 유럽 및 중국과의 관계, 한국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이 추구하는 방향은 중국에 패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다. 북극항로와 파나마 해협 등 미국이 해상무역 통로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기후 변화로 북극 항로가 넓어지면서 미국은 이를 군사적,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요한 통로로 보고 있다”며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등 도발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파나마 운하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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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지유 기자]

 

특히 김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미국이 추구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의 해체 조짐과 함께, 강대국 중심의 ‘파워 폴리틱스’가 부활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미국 외교안보 전략은 크게 △Primacists(미국 우위론자) △Restrainers(대외 개입 자제론자) △Prioritizers(중국 견제 우선론자)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중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 우선론자’로 분류된다는 게 김 박사의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 하에 유럽과의 관계 재정립, 인도·필리핀·호주와의 안보 협력 강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 박사는 “현재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국가는 중국”이라며 “반면 사이버 공격과 군사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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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지유 기자]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경쟁은 현재 서태평양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제7함대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해상 교통로를 장악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중국은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며 군사적 우위를 노리고 있다.

 

김 박사는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통해 세계 경제의 주요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천혜의 지리적 위치를 자랑한다. 또 미국이 국경을 접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게 위협이 되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반면 중국은 국경을 맞댄 나라가 10개 이상이며 대부분의 국가와 긴장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미사일 공격으로 대만의 군사시설과 통신시설을 파괴하고, 이어서 봉쇄작전과 수륙양공작전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수륙양공작전은 매우 복잡한 군사 작전으로, 아직 중국 군은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2027년을 전후로 이러한 작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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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지유 기자]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적 견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김 박사는 “미국의 함대가 서태평양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길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미국 패권의 상징”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이를 제거하고 서태평양을 차지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싸움은 중요한 길목을 선점하거나 통제하려는 양국의 치열한 경쟁의 일환”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에는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미국이 계속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관대한 외교 방식보다는 강대국으로서 ‘힘에 의한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요지다. 서태평양에서 중국과의 패권 경쟁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윌리엄 맥킨리 전 대통령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은 점은 향후 미국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맥킨리는 ‘강대국의 정치’를 중시한 인물로, 1890년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해외 제품의 유입을 제한하고, 미국의 제조업을 지키는 전략을 펼쳤다. 

 

김 박사는 “친미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역사 속에서 미국만큼 관대했던 제국은 없다”며 “미국은 체면을 지키면서 강대국으로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강대국의 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 생각은 트럼프 정부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라며 “다음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이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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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지유 기자]

 

김 박사는 미국의 한국 대응 방향은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미국은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 이에 따른 비용과 여론 부담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현재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이 있지만 한국은 미국 동맹국 중 베이징에 가장 가까운 나라인 만큼 모두 다 철수시킬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이 포함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길 바랄 뿐”이라면서 “동시에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조선업과 반도체 기술 등은 미국 입장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은 자산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우리는 미국을 우방이자 동맹으로 여기며 자연스럽게 특혜를 기대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트럼프 시대 이후 미국은 자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철저히 거래적 관점에서 외교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며 “우방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미국에게 자동으로 중요한 존재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들을 목록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익을 얻는 구조로 외교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과 관련해서 김 박사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접근은 ‘비핵화’가 아닌 ‘동결’일 것이라 진단했다. 

 

김 박사는 “북한이 점점 중국에게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 개입하지 않았으면 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이 올인할 수 없는 상황이 중국에게 유리하다. 특히 북한이 한반도에서 도발을 일으킨다면, 미국이 대만 문제에 온전히 신경을 쓰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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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박성중 회장이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남지유 기자]

 

KPC 인문학 여행은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 및 임원 △공공기관·단체 기관장 및 임원 △대기업 임원 및 관리자 △전문직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CEO 프로그램으로 매월 마지막 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다. 

 

이달 1일 KPC 고문으로 위촉된 신성철 전 KAIST 총장이 인문학 여행의 호스트로 새롭게 합류했으며, 조선영 광운학원 이사장이 총괄 코디네이터로 활동한다. 오는 5월 30일에는 김범수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부대표 초청 강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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