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ESG 공시 의무화, 2029년으로 또 밀리나…속도조절 두고 ‘설왕설래’

염보라 기자 입력 : 2025.04.27 07:15 ㅣ 수정 : 2025.04.27 07:15

금융위 “국제 흐름 고려해 공시 로드맵 결정 계획”
KoSIF “공시 유예는 정책적 오판…국제 고립 자초”
산업계 “2028년 이후가 적절…준비·여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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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시기가 당초 2026년에서 2029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챗GPT 생성]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시기가 당초 2026년에서 2029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발맞춘 속도조절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국제 자본시장에서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에서 “최근 상호관세 등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주요국에서 공시 수준 조정 움직임이 있다”면서 “국제적인 흐름을 고려해 공시 로드맵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발표 예정이었던 공시 로드맵 일정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당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하고,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공시 범위를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가 속도조절에 나선 배경에는 주요국의 공시 완화 움직임이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ESG 공시 의무 대상을 축소하고, 일부 기업의 공시 시점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일본도 시가총액 3조엔 이상 대기업 중심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 중이며, 영국과 캐나다 등은 구체적인 제도 시행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특히 “EU의 역외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화 시기가 ‘2029년’인 점 등을 고려해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 필요성이 높은 기업들의 최초 공시 시행시기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알렸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2029년 ESG 공시 의무화 시행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금융위가 2029년 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으나, 금융위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ESG 공시 의무화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는 즉각 반발했다. 회의 당일 입장문을 내고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2029년을 사실상 국내 최초 공시 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이 시점을 국내 공시 도입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정책적 오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oSIF는 “EU는 공시 제도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지속가능경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규제를 정교화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옴니버스 패키지)를 근거로 국내 공시 유예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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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3일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특히 KoSIF는 글로벌 ESG 투자 자산이 2022년 말 기준 30조3000억 달러(GSIA 기준)에 이르며,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등 ESG 공시를 요구하는 기관투자자의 자산 규모가 142조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한국이 제도화를 늦출 경우 외국인 자본의 외면을 자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계는 공시 시점 유예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영자총협회 등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58.4%는 ‘2028년 이후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2030년 이후’가 적절하다는 의견도 25.6%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ESG 공시를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장비 도입부터 생산공정 개선까지 준비해야 할 과제가 많고, EU나 미국도 규제를 속도 조절 중인 만큼 한국도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느라 ESG 준비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oSIF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 구조를 고려할 때 ESG 공시를 오히려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 내 ESG 공시의 구체적인 기준과 도입 시기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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