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모바일에서 금융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시대지만, 보상 신청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다. 은행권의 비대면 대응 속도 차이가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토스뱅크는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제도' 신청을 모바일 채널로 지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인터넷뱅킹(모바일웹 포함)을 통해 실시간 신청과 진행 조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으며, 향후 KB스타뱅킹 앱으로 접수 경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신한 SOL뱅크' 앱을 통해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 접수를 시작했고, 토스뱅크 역시 '안심보상제'를 앱 내에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여전히 고객센터 전화나 영업점 방문을 통한 접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신청을 위해 별도 경위서를 다운로드해 수기로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등 모바일 금융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제도는 금융당국이 2023년 7월 권고한 이후 같은 해 하반기부터 전 은행권에 도입됐다. 비대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사기에 대해 고객 과실이 경미할 경우 은행이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 취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청 절차의 디지털화는 더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은행별 신청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수준에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은행별 비대면 사고 대응 차이는 디지털 전환 전략과 내부 추진 속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전환에 적극 투자해온 은행들은 사고 접수와 보상 절차를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내부 프로세스 변화에 점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모바일 기반 거래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비대면 사고 대응 체계 전환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기 피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545억원으로 2023년(4472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91% 급증,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약 41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들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5878건으로, 전년 동기(5015건)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피해액은 3116억 원으로, 1년 전(1411억원)보다 약 2.2배 늘었으며 건당 평균 피해액도 5301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2813만원)보다 1.9배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기반 금융사기 수법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스미싱 탐지 건수는 2023년 50만건에서 2024년 219만건으로 약 4.4배 급증했다. 금융사기가 모바일을 통한 접근을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은행권의 비대면 보상 체계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사기의 주요 경로가 모바일과 인터넷인 만큼, 사고 접수와 보상 과정도 디지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