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리포트] SKT와 카카오의 빅데이터 전쟁, 택시기사들 소속사 대변화

이안나 입력 : 2019.01.09 06:17 ㅣ 수정 : 2019.01.09 06:17

SKT와 카카오의 빅데이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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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태우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카풀반대 파업했던 택시기사들, ICT기업과의 협업은 급속 증가

 

법인택시 인수한 ICT기업으로의 소속 이동도 시작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택시업계는 최근까지 카풀 원천봉쇄를 주장하며 파업을 불사했다. 카풀을 실시하려던 카카오와 택시업계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카카오는 지난달 카풀 정식 서비스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ICT기업과 택시기사간의 갈등 격화는 표면적 현상이다.

 

내면적으로는 택시기사들의 직업적 미래가 갈수록 ICT회사와 밀접해지는 추세이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CT기업들의 배차시스템과 모빌리티 서비스는 택시기사들의 수익을 높여주는 핵심적 요소로 굳어지고 있다. 결국 ICT기업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택시 호출시스템은 이미 택시기사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서비스로 평가된다.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를 맹비난하는 택시기사들도 실제로는 카카오 택시에 가입해 혜택을 누리고 있다. 카풀 논쟁이 뜨거웠던 지난 해 하반기에 카카오 택시와 SKT 티맵택시 가입한 택시기사 수는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택시기사들로서는 ICT기업에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하루 수입이 격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인택시 회사를 인수해 택시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하려는 ICT기업도 생겨났다. 이처럼 택시기사들은 과거의 '개인택시' 혹은 '법인택시'라는 과거의 소속에서 탈피해 직간접적으로 ICT기업에 소속되고 있는 '대변화'가 진행중이다.

 

SKT 티맵 택시와 카카오 택시, 빅데이터·AI활용해 공차율 최소화

 

IT기업의 'AI 택시', 승객과 운전자들에게 각각 효율성과 수익성 극대화

 

빅데이터 전쟁 승자, 미래 택시시장 재편 주도권 쥘 듯

 

카카오와 SK텔레콤, 풀러스 등 IT업체들이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크게 택시 호출 서비스와 카풀 서비스로 나뉜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수 년간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이다.

카카오 택시, 티맵 택시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와 SK텔레콤의 핵심 경쟁력은 AI와 빅데이터의 활용이다.

SK텔레콤은 2700만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통신 기지국마다 수집된 유동인구 데이터와 T맵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택시 배차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티맵을 통해 택시 기사들이 교통 데이터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서다. 직선 거리가 아닌, 실제 이동 거리가 가까운 순서대로 콜을 받아 택시 기사의 편리성을 강화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AI를 적용하면 한층 획기적인 서비스로 발전한다.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한 ‘AI 택시’는 택시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 여지영 TTS사업 유닛장은 티맵 택시 출시를 발표하며 “법인택시 주차장에도 기사들이 없어 주차장에 30~40%의 택시들이 그냥 놀려있는데 AI를 활용하면 공차율을 줄여 기사들의 수익도 늘어나고 승객들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간, 어느 지역에서 호출이 발생할지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필수다. 단순히 기존 콜택시에서처럼 승객과 택시를 배차시켜주는 ‘구식 모델’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카카오 역시 택시 호출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지난 3년간 서울 주요 지역의 택시유입량과 카카오택시 운행량, 대리운전기사들의 이동경로를 바탕으로 상권분석 빅데이터를 확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AI 연구부서 카카오 브레인은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 ‘딥러닝 기반의 택시수요예측 AI모델’을 개발했다.

여기에 더해 카풀 서비스까지 강행하는 이유로는 역시 방대하게 축적되는 '데이터'에 있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맞춤형 광고서비스의 기반이 되기도 하는데, 연간 180조원 규모로 성장할 모빌리티 시장을 통한 빅데이터가 기업들의 비즈니스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실제 택시기사들은 카풀 반대를 외치며 '카카오T 삭제'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T 가입 택시기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월 22만 명 정도였던 택시기사 수는 12월 23만명대로 증가했다.

 

승객들 사이에서도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하느라 카카오택시는 바로 안잡히는데 티맵은 바로 잡힌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들이 SNS 등으로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택시 일 평균 호출 수도 2018년 9월 147만, 10월 150만, 11월 156만, 12월 165만콜로 꾸준히 증가했다.

 

SK텔레콤의 티맵택시는 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8년 6월 말 3만명으로 시작해 12월 말, 6개월만에 15만명으로 5배 증가했다. SKT 티맵택시와 카카오 택시 가입자 수 증가의 격차는 양사가 제공하는 빅데이터의 효율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카풀 서비스를 추진하는 카카오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반감으로 인해 SKT가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향후 양사의 빅데이터 규모와 효율적인 배차 시스템 및 수익배분 구조가 빅데이터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카카오택시와 티맵택시의 운전기사 가입자 수 증가 추이 [자료=각 사]

 

모빌리티 택시업체 '마카롱 택시'는 영업 스타트…택시 운전사들을 월급제로 직접 채용

이처럼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택시산업 자체가 붕괴하지는 않는다. 빅데이터를 먹고 움직이는 '똑똑한 택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 정확한 현주소이다.

 

따라서 기존의 택시회사는 망해도 택시기사들의 경우 새로운 IT회사 소속으로 일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IT업체들이 직접 택시 전문 브랜드를 만들거나 네트워킹이라는 요소를 더해 ‘모빌리티’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택시 기반의 스마트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KST 모빌리티는 직영으로 운영할 법인택시 회사를 최근 인수하고, 택시 전문 브랜드 '마카롱 택시'를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마카롱 택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기반으로, 전문 드라이버와 예약 중심의 호출앱,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카롱 택시는 하루 15만원 가까운 사납금을 없앴다. 이곳의 택시 기사 급여체계는 월급제에 기반을 둔다. 여기에 고객 서비스평가와 데이터 수집으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인센티브가 더해지는 방식이다. 사납금을 없애는 대신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 수익 창출을 확대한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카풀 IT기업 어디고, '빅데이터'활용해 퇴근시간대 집중공략

 

카풀의 부수효과, 동승자 간의 '네트워킹' 서비스도 강조

 

카풀 서비스도 기존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새로운 운송수단으로서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강남 카풀 서비스 ‘어디고’는 강남구에서 퇴근 때만 이용할 수 있다. 출근지는 달라도 퇴근 장소는 강남, 홍대, 종로 등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착안한 서비스다.

 

추가적으로 어디고의 드라이버들은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된다는 설명이다. 위츠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관심사 등의 교류를 통해 차량 이동은 물론 새로운 누군가와 네트워킹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활용과 네트워킹 서비스는 택시기사의 영업권과는 무관한 영역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AI 기반의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모빌리티 시장은 철저한 ‘맞춤형 서비스’로 시장을 확대되고 있다”며 “모빌리티란 결국 단순한 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IT기술을 토대로 삶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라고 봐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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