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의 외국인근로자 정책(4)] “계절근로자” 제도의 시행과 문제점
지구촌 인류는 이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형성과 고착화로 자국의 경제적 이익 유무에 따라 국가 간 이주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노동력뿐만이 아니라 인구 절벽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그간 외국 인력 도입 현황을 돌아보고 향후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이연복 더나은내일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2004년 8월부터 시행한 고용허가제가 운영한지 20년이 넘었다. 그간 고용허가제 시행 시점에서 추구했던 보충성・투명성・단기순환・차별금지라는 기본운영 원칙을 충실하게 유지하면서 산업현장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고용허가제는 정착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곳곳에 부족한 부분도 발견된다. ■ 고용허가제의 평가와 과제 고용허가제의 첫 번째 운영 목적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해 고용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다. 하지만, 공급자 측면에서 설계된 획일적인 제도는 수요(사용)자들의 다양한 산업현장 조건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산업현장과 고용시장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직무역량을 보유한 내국인 보호 원칙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비전문 인력으로 제한해 무작위로 배치한다. 이로 인해 흥미・성격・적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직무를 부여하게 된다. 또, 언어・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이 어려워 현장 적응력이 떨어지고 숙련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이 제도를 활용하는 사업장 6만5483개소에 외국인 근로자는 28만4550명이다. 이중 제조업 사업장이 4만2314개소로 64.6%에 해당하고 이에 외국인 근로자는 22만4487명(80.7%, 1개소 평균 5.31명)이다. 참고로 지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체는 53만2325개소이고 종업원 수는 421만6018명(1개소 평균 7.92명)이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제조업 사업장의 종업원 규모를 보면 30인 이하가 3만3909개소에 13만3559명(1개소 평균 3.94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배치됐다. 경쟁력을 갖춘 소기업일수록 종업원의 숙련도나 지식・기술 등의 다양한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정할 경우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과 생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근로환경이나 조건 등에 따른 현장의 불협화음을 만들고, 공동체나 일부 단체의 요구 등 기타 요인 등으로 사업장의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도록 만든다. 사업장을 이탈하는 외국인 근로자나 불법체류자(2024년 말 16.0%)가 발생하고 숙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간 연장(재고용)을 요구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원활한 의사소통의 부재는 산업재해로 이어지고 일부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자들은 저임금 기업을 유지시키는 제도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장 변경제도를 도입하고 성실・특별 등의 제도를 도입해 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재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뿌리 산업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해 일정 자격 취득자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제도 도입 초기의 보충성과 단기순환 원칙이 수정된 것이다. 고용허가제 기본 운영 원칙 [자료=고용노동부 / 표=뉴스투데이] 제도를 보완했음에도 사용자인 사업주들은 내국인을 고용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또, 고용허가를 받은 후 수일(2024년 도입 기간 : 고용허가서 발급 후 77.4일)이 걸려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와 의사소통이 어렵고, 체력 등이 흡족(선택이 제한적이고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요구 등) 하지 않음에 불만을 피력한다. 숙식 제공(근로기준법 적용 숙박 시설 강화, 비용은 합의에 따라 정해진 비용 한도에서 근로자 부담 가능)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2018∼2019년에 27.3%), 주52시간제 적용 등에 따른 요인도 작용한다. 아울러 선택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어시험 준비 비용과 28달러(약 4만941원)의 수수료, 입국 항공료 등 최소 비용(구직등록 후부터 입국까지 양국정부의 공공부문에서 추진) 만으로 4∼10배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취업 활동을 시작한다. 이로 인해 “로또에 당첨됐다며 기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 체류 중인 E-9 근로자의 만족도가 4.4(5점 만점)로 높다. 반면, 일부의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 부적응’, ‘사업주와의 소통 부재’, ‘부정확한 임금 정보(각 송출국별 커뮤니티 등)’ 등으로 갈등을 빚거나 사업장변경을 원하기도 한다. 또한, 송출국은 자국의 유휴인력을 송출해 실업률을 낮추고 국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 이 제도를 선호했다. 그러나 제도의 도입 기간이 경과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절차에 따라 구직자명부에 등록했지만 선택받지 못한 구직자들의 불만, 특히 여성 구직자들의 원성에 부딪히게 됐다. 네팔의 경우에는 현지 센터를 방문・항의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 요구에 송출기관 관계자의 심기가 불편해진다. 외국인 고용허가 도입 제조업 사업장수 [자료=고용노동부 / 그래프=뉴스투데이] 송출국의 부가가치는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의 50% 이내인 1인당 월 100만원만 송금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총 3조4145억원(28만4550명x100만원x12월)으로 국가(16개)별 평균 연간 2134억원에 다다른다. 근로자가 제일 많은 네팔의 경우 5190억원(4만3253명)으로 미화 3억5068달러(5190억 원÷1,480원 기준)이다. 이는 네팔의 지난해 명목 GDP(44억 달러)의 8% 수준에 달한다. 이렇게 고용허가제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상존한다. 이제 부정적인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때 자국(우리나라) 우선주의와 고용시장의 다변화를 감안해 ‘다양한 인력 유치’, ‘고용의 유연성 확보’, ‘정주화’를 검토해야 한다. ■ 계절근로자 제도 도입 지난해 말 기준 고용허가제로 농축산업종 사업장 1만179개소에 3만1069명, 어업종 사업장 6473개소에 1만3290명이 취업 활동 중이다. 하지만, 사업의 특성(파종이나 수확 시기 등)상 특정 계절에 인력 수요가 폭증하는 산업 부분에는 부적절한 제도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근로 중인 외국인 근로자(E-9)를 원 사업장과는 무급휴직(근로계약 유지) 처리하고 2개월 이상 4개월 이하로 다른 사업주(농업 분야 중 작물재배업)와 근로계약을 체결해 근무한 후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원 사업장으로 자동 복귀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 ‘광역 단위 내 제한’,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활용도가 낮았다. 이에 지난 2015년 시범사업으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제를 기존 단기취업(C-4, 3개월) 제도에 편입해 운영했고, 2019년도에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자격(E-8)을 신설했다. 이 제도를 농업 업종을 시작으로 어업 업종까지 확대했고, 취업 활동 기간을 최장 5개월에서 8개월로 확대・운영 중이다. 당초 이 제도는 농・어가(농・어업법인)가 직접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나 농촌인력중개센터 등의 공적인 운영 주체가 외국인을 고용해 농어가에 일(日) 단위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의 “공공형 계절 근로자제”를 실시하고 있다. 제조업 사업장 규모별 외국인 근로자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 그래프=뉴스투데이]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활용 인원과 관리계획을 첨부해 법무부(출입국관리소)에 신청・허가(가능 인원)를 받는다. 허가를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송출국 지방자치단체와 MOU를 체결하고 송출국에서 대상자를 모집하는 방식과 지방자치단체 내의 결혼이민자의 해외 거주 친인척(4촌 이내와 그 배우자)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확보한다. 이후 법무부의 비자(E-8-1 : MOU농업, E-8-2 : 친척농업, E-8-3 : MOU어업, E-8-4 : 친척어업)를 받아 도입・활용한다. 지난 2019년 자격을 신설했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2021년 4월 우즈베키스탄인 63명이 최초 입국했다. 2023년 계절 근로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14개국 출신 총 3만365명이었으며 국가별 입국자 규모는 베트남 1만5843(52%), 필리핀 8733명(29%), 라오스 2330(8%), 캄보디아 2183명(7%), 몽골 682명(2%) 순이었다. 제도 도입 초기에 염려했던 불법 체류율은 지난 2023년 기준 16.3%로 E-9 외국인 근로자 불법 체류율 18.1%보다 1.8%포인트 낮다. 이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도입방식이 기존 MOU 방식에서 초청 방식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국내 유학생 부모를 초청하고, 계절 근로자로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이로 인해 불법 체류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계절 근로자 모집에서부터 취업 활동, 귀국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러한 계절 근로자제도의 문제점과 미래 우리나라 산업사회에 미칠 외국인력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연복 더나은내일협동조합 이사장 프로필 ▶ 1979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전신 한국기술검정공단에 입사해 40여 년 간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일했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정보화지원국장, 글로벌일자리지원국장, 직업능력국장 및 국제인력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고졸 출신 직업인으로 시작해 산업경영공학 박사까지 취득했고 소신과 끈기로 한 분야를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