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전국 풍경] “더는 못 참아”...쏟아져 나온 차량과 인파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5.03 09:46
ㅣ 수정 : 2020.05.03 12:41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 김연주(제주) 기자 / 김덕엽(대구경북)기자] 코로나19가 뜸해진 5월 첫주 황금연휴. 전국 관광지와 유원지 마다 지난 3개월 여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갑갑함을 풀기 위해 쏟아져 나온 차량과 인파로 붐볐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연휴 사흘 째인 2일 전국의 고속도로 통행량은 무려 500만대로 추정했다. 평소 설이나 추석연휴 수준이었다. 이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은 46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차량은 45만대 정도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한국도로공사가 전망한 교통량인 422만대보다 훨씬 많았다.

연휴 중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는 행락철 나들이 차량들로 정체가 극심했다. 특히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오전이 심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이모씨(58)는 충주의 한 골프장에 가는데 무려 5시간이 소요돼 2시간 이상 지각했다. 이날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데도 4시간 이상 대전까지 3시간이 걸리는 등 전국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 제주도 등 전국 관광지, 수도권 유원지 인파로 넘쳐
연휴 중 18만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주도에는 지난달 29일 이미 3만6587명이 들어왔고, 30일에는 4만6000여명이 입도했다. 협재, 함덕, 곽지, 월정, 중문, 김녕 등 제주도 주요 해변은 관광객으로 크게 붐볐다.
해변에 나온 관광객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벗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협재 해변 유명 식당에서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특히 1일 경북 내륙과 강원 일부 지역은 낮기온이 32도 안팎까지 올라가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이면서 해운대 등 주요 해변과 전국 관광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따르면 휴대폰 빅데이터로 집계한 결과 부처님오신날인 30일 2만6000명이 방문했고, 1일에도 3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파라다이스, 힐튼 등 해운대 인근 특급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80%를 넘어섰다.
동해안 유명 음식점에는 손님들이 줄을 선 채 1시간가량 기다려야 하는 등 오랜만에 장사진을 이뤘다. 국립공원 설악산에도 하루 평균 1만명 정도가 찾아와 초여름 산행을 즐겼다.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자 마스크를 벗은 관광객이 늘어나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 수도권 유원지에도 인파...산정호수 나오는 8km에 한시간반 걸리기도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관광지나 유원지에도 가족 단위, 삼삼오오 인파가 산과 들을 가득 메웠다. 경기 북부의 대표적 관광지인 포천 산정호수에는 30일과 1,2일 사흘 간 모두 5만명 이상의 행락객으로 붐볐다.
이 때문에 1일 점심시간 무렵에는 산정호수에서 포천시 방향으로 빠져나오는 8km 구간 운행에만 1시간반이 걸려 인근 파출소와 영북면 면장등 공무원들이 나와서 비상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 산정호수가 있는 영북면 산정리 양대종 이장은 “오랫동안 집안에 갇혀서 갑갑한 생활을 하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그런지 그 어떤 연휴나 가을축제 기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산정호수에 온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마스크 조차 벗은채 명성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는 모습이었다.
■ 못 만난 부모 등 가족단위 행락...씀씀이도 예년 수준 회복
제주도와 전국의 해수욕장, 산정호수 등 수도권 유원지 행락객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였다. 5월 가정의 달로 어버이 날이 다가오는데다 코로나19 때문에 몇 달동안 전화로 안부인사만 하고 못 만난 부모님을 동반한 행락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행락객들의 씀씀이도 예년 수준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산정호수에서 식당,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가족당 지출 및 업소의 하루 매출액이 2,3년전 행락철 때 씀씀이 보다 오히려 늘어났다고 전했다. 2일 산정호수를 끼고 이동갈비와 매운탕 등을 파는 한 식당은 1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발생자 수가 10명 이하로 크게 줄고 대부분 해외유입 사례로 나타나면서 마스크 착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행락객들의 행동에서는 코로나19를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산정호수는 서울과 거리가 꽤 되지만 숙박을 하는 행락객보다는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밀집된 숙박시설은 여전히 꺼리는 모습이었다.
굳이 숙박을 하는 경우에도 행락객들은 야영장과 글램핑장, 펜션 등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는 순서로 숙박시설을 찾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야영장과 글램핑장은 연휴내내 예약이 힘들었고, 그나마 펜션에는 빈방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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