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02 01:18 ㅣ 수정 : 2025.05.02 01:18
엔화특수 끝나나, 일본 관광업계 엔화가치 상승으로 가성비 매력 약화 우려
일본의 엔화가치가 올라가면서 일본관광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최근 일본 엔화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선에 진입하면서, 일본 전역이 한국 관광객들의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사카 도톤보리, 후쿠오카 텐진 거리 등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주요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도 "앞으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엔저 덕분에 일본은 '가성비 최강'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후쿠오카, 오사카, 나고야 등은 짧은 기간에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도쿄 신주쿠의 한 호텔 매니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과 2024년에는 한국인 투숙객 비율이 30%에 달했다"며 "환율이 오르면 가격에 민감한 관광객층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들은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항공료, 호텔비, 식음료 가격까지 10~15% 정도 실질 비용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쿄 시내 대형 백화점 관계자도 "최근 한국 관광객들의 구매 단가가 약간 줄어드는 경향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엔화 강세가 즉각적인 방문객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도쿄 하라주쿠 거리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이수진(29) 씨는 "환율이 올랐지만 일본만의 문화나 맛집 경험은 돈을 더 내고라도 즐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교토 관광청 관계자 역시 "엔저 덕에 급증했던 저가 관광 수요는 다소 조정될 수 있으나, 프리미엄 관광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본 관광업계는 '가격 경쟁력' 대신 '질 높은 여행 경험'을 강조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오키나와현은 최근 고급 리조트 체험 상품을 대폭 확대했고, 홋카이도 역시 미식, 온천, 자연 체험을 묶은 맞춤형 관광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한편, 일본 도쿄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한국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 대만 등 환율 변동 영향이 적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장기 여행객들은 비용을 고려해 일본 대신 다른 목적지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화 강세 속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강력한 매력을 지닌 여행지다. 그러나 환율과 물가라는 변수 앞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예전처럼 일본에만 쏠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