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현장에선] 재벌가 결혼 신풍속도 ‘일반인 배필’에 ‘사내연애’가 대세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6.30 04:57 |   수정 : 2020.06.3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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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최근 재계 3,4세 뉴리더들의 결혼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 큰 딸 민정 씨(29)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큰아들 정환 씨(35)가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다음달 4일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38)이 결혼한다. 현대중공업은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재계순위 9위 기업으로 정 부사장으로의 기업승계가 진행 중이다. 그의 배필은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교육자 집안 출신 재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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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 장녀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장남 홍정환 씨가 비공개 약혼식을 올린 지난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포착된 모습. [사진출처=더 팩트]

 

■ 재계 3,4세 뉴리더, 연애결혼이 대세
 
과거 재벌가 자제의 결혼은 주로 재계 인맥내에서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최근 재계의 결혼풍속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재벌가 3,4세들은 사내 연애 등 연애과정을 거쳐 일반인 배우자를 맞는 것이 대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작년 10월 해외에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렸다. 김 부사장의 아내 정모씨는 재벌가 출신이 아닌 ‘일반인 여성’으로 두 사람은 김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쌓기위해 한화에 입사했을 때부터 10년 동안 연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 한화가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 빙그레 부장이 지난 2017년 이 회사 식품연구소에서 일했던 ‘일반인 여성’과 결혼하기도 했다.
 
■ 딸들은 아들에 비해 재계 내 혼사 많은 편
 
그래도 재벌가의 딸들은 아직까지 재계 내 혼사가 많은 편이다. 이번에 약혼한 서민정 씨가 그렇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씨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의 처남이자 철강업체 대표인 서승범 씨와 결혼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작은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동아일보 가문과 혼사를 맺었다.
 
그동안 대기업집단의 오너 일가의 결혼은 주로 다른 대기업 오너 일가나 고위 공무원·정치인·법조인 자제 간에 이루어져 왔다. 지난 2017년 인맥정보회사 리더스네트워크가 창업주 10명에서 파생된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 310명의 배우자를 분석한 결과 30.3%(94명)가 다른 대기업집단 오너집안과, 14.8%(46명)가 고위 관료 집안과, 4.5%(14명)이 정치인 집안과 결혼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둘째 딸과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구자학)의 결혼, 최태원 SK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의 결혼이 대표적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고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장녀인 방혜성 태평양학원 이사와 결혼했다. 서경배 회장 자신도 지난 1990년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딸인 윤경 씨와 결혼하면서 국내 굴지의 언론·식품회사와 사돈 관계를 맺은 바 있다.
 
당시 리더스네트워크는 고위 법조인, 대학 총장 집안 출신 배우자를 집계하지 않았지만 이들을 포함하면 이른바 ‘사회지도층’ 집안과의 결혼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1980~90년대생인 재계 3,4세에 이르러 결혼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가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만난 4살 연상 윤 모씨와 결혼했다. 윤 씨의 부친은 지방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씨도 2015년 노무라증권 재직 시절 만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은 2013년 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재직 시절 만난 남편과 결혼하기도 했다.
 
■ “사돈기업 맺는 것, 좋은 일만은 아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재벌가의 딸들 또한 부모 회사나 컨설팅회사, 투자은행(IB) 등에서 일하다 보니 부모님의 선택이나 중매보다 연애결혼이 늘어났다. 이들이 경영에 참가하기 위해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사례도 늘어 회사에서 배우자를 찾는 경우도 많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장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사장,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가 이런 케이스다.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50~60년대생 오너2세의 자녀 수가 이전 세대보다 줄어드는 등의 변화도 연애 결혼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먼저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면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던 과거에 비해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우자를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아울러 창업주 세대와 달리 오너 2세들의 자녀가 2~3명 정도 밖에 안되는 것도 재계 내 결혼이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과거에는 자금조달이나 사업상 제휴를 위해 재계내 결혼이 장점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돈기업이 또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어 꺼리는 풍조로 변한 것이다. 쟁쟁한 재벌가와 사돈을 맺는 것 보다 일반인 며느리, 사위가 더 편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 방송인, 특히 여성 아나운서들이 대거 재벌가의 신부가 된 것 또한 이같은 재벌가의 ‘며느리 충원’의 달라진 경로를 반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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