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혁명 (23)] 강원도 강냉이의 옹골찬 ‘꿈’…강릉 ‘서가네 뻥튀기’ 서일구 대표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7.06 09:11 ㅣ 수정 : 2020.07.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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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심화되는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간의 격차 문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창조도시 혁명이다. 지난 20년 간 지역발전에 의미있는 성과를 꼽자면 서울 강북과 지역도시 골목상권, 제주 지역산업(화장품,IT) 강원 지역산업(커피, 서핑)이다. 그 주역은 창의적인 소상공인으로 자생적으로 지역의 문화와 특색을 살리고 개척해서 지역의 발전시켰다. 이제, 이들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가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각의 지역이 창조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육성과 활약이 필수적이다. 뉴스투데이는 2020년 연중 기획으로 지난 2015년 네이버가 만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혁명의 현장을 찾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강릉시 성남동 월화거리에 있는 서가네뻥튀기 가게와 서일구 대표. [사진=이상호]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옥수수는 감자와 함께 강원도를 대표하는 양대 토속작물이다.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강원도의 주요 도로, 길목마다 옥수수를 삶는 솥에서 하얀 김 줄기가 뿜어 나온다.

 

사시사철, 옥수수를 먹는 또 하나의 방법은 뻥튀기다. 옥수수는 한편으로 뻥튀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뻥튀기가 주전부리의 절대강자로 등장했다. 칼로리가 적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는 것이 큰 이유다.

 

강릉서 30년 뻥튀기, 아버지 가업(家業)’ 물려받아

 

지금 강릉에 강원도 찰옥수수로 만든 옥수수 뻥튀기로 주전부리의 평정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바로 강릉시 월화거리에서 서가네뻥튀기가게를 운영하는 서일구 대표(36).

 

서일구 대표의 아버지는 30년동안 강릉시 장터와 골목에서 폭음을 내며 뻥튀기를 해서 서 대표와 그의 누나, 11녀를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까지 보냈다. 서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3년정도 건축관련 회사에서 일 하다가 4년전에 자신이 나고 자란 강릉으로 내려왔다.

 

처음 강릉에 와서 1년 정도는 시내에서 가장 큰 커피솝에서 바리스타 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하던 뻥튀기 가업을 잇기로 했다. 뻥튀기 가업이라...사람들 생각과 달리 아버지의 반대나 만류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작년 12월 중순, 마침내 강릉시 성남동 월화거리에 대여섯평 남짓한 아담한 가게를 냈다.

 

서가네뻥튀기의 아담한 가게 안에서는 뻥튀기로 만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사진=이상호]
 

서일구 대표와 서가네뻥튀기는 지난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선발하는 청년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왜 그가 전도유망한 로컬크리에이터인지 비전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 대표의 꿈은 강원도 강냉이로 주전부리 산업을 평정하는 것이다.

 

주 경쟁대상은 팝콘이다. 우선 극장가의 스낵코너를 점령하고 수출, 해외시장 진출도 꿈꾸고 있다. 팝콘의 고소함은 옥수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튀길 때 들어가는 버터, 마가린 에서 나오는 맛이다. 하지만 찰옥수수 뻥튀기는 재료 자체의 맛이다.

 

냄비에서 볶는 팝콘은 옥수수 뻥튀기에 비해 식감이 훨씬 질기다. 하지만 높은 열과 압력으로 만든 뻥튀기는 바삭바삭한 식감에 옥수수 특유의 고소함이 그대로 남아있다. 칼로리도 압도적으로 적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옥수수 뻥튀기는 팝콘을 밀어낼 수 있을까?

 

서일구 대표는 평창과 정선, 영월 등지에서 계약재배하는 강원도 찰옥수수만을 뻥튀기 재료로 사용한다. 현재 서 대표의 서가네 뻥튀기에서 만드는 옥수수뻥튀기는 오리지널 강냉이’, ‘카라멜 강냉이’, ‘초쿄 강냉이’, ‘치즈 강냉이등 네 종류다.

 

오리지널 강냉이는 그냥 말린 깅원도 찰옥수수를 뻥튀기한 제품이고, 나머지는 뻥튀기 후에 각각의 맛을 입힌 것이다. 서가네 뻥튀기의 오리지널 강냉이는 시중에 나오는 다른 옥수수 뻥튀기, 대부분 중국산으로 알려진 것 보다 일단 알이 작다.

 

하지만 고소한 강냉이 고유의 맛이 뻥튀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 토종 강원도산 찰옥수수 원재료와 30년 뻥튀기 노하우가 결합된 특징이다. 현재 그는 전통 뻥튀기 기계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다. 앞으로 주문과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동화된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

 

강릉 서가네뻥튀기에 들러 강원도 찰옥수수 뻥튀기를 맛본 젊은이들의 반응은 찬양 일색, “꼭가 봐야 할 강릉의 맛집으로 꼽는다. 어떤 블로거는 뻥튀기하면 항상 시장 골목이나 아파트 근처 트럭에서 파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퓨전? 느낌의 세련된 뻥튀기가 있어요!!!”라고 썼다.

 

서가네의 옥수수 뻥튀기를 제대로 맛보는 방법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고명으로 올려 먹는 것이다. 옥수수 뻥튀기의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과 차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앙상블이다.

 

서가네뻥튀기에서 만드는 옥수수뻥튀기 4종세트. [사진=이상호}
 

서가네 뻥튀기는 애당초 뻥튀기 소매점을 하자고 만든 것이 아니다. 도매와 인터넷 판매, 궁극적으로는 수출이다. 몇 달만에 5~6곳에서 서가네뻥튀기 제품을 받아 판매하겠다는 오퍼가 왔다. 이제 대량생산에 대비한 자동화, 마케팅 및 판매망 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원도 강냉이에 담긴 것은 억센 생명력 담은 원초적인 맛

 

어느 시인이 쓴 옥수수를 찬미함이라는 시 중 일부다.

 

“......

여름날 옥수수는

긴 이파리로 항거하며

녹색의 꿋꿋함으로

속에서 익어가는

하얀 알갱이들을 지켜낸다.

 

굶주린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마지막

먹거리, 새끼 밴 암소가

환장하게 먹어대는,

세상에서 흔해빠진 거.

 

밭에서는 천대받아

밭 끄트머리만 지키고

서있는 촌놈, 그래도

가난을 품어주는 촌놈은

옥수수밖에 없다.”

 

옥수수 한알한알에는 억센 생명력이 베어있다. 강원도 척박한 자갈밭이 만들어 낸 원초적인 맛이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 옥수수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이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오는데, 항구에 환영하는 이가 하나도 없는 대신 옥수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함대를 맞이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김훈은 옥수수나무를 좋아한다고 한다. "엄청난 에너지가 굽이치니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옥수수나무는 더 힘차고 아름다워요."

 

여러개의 고속도로, 고속철도까지 뚫린 탓인지 요즘의 강원도는 가깝고 좁다. 강릉에서 출발했는데 잠시후 평창, 어느덧 원주에 수도권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강원도에는 '고립'보다는 '외연화'의 분위기가 완연하다. 가장 토속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했는데, 지금 '서가네뻥튀기'그런 바람의 한가운데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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