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줌인]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 그 의미와 전망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IMF이사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 이에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5번째로 SDR통화바스켓 구성통화가 됐다.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은 그 가능성에 대해 지난여름부터 이슈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위안화가 국제적인 공인을 받아 기축통화의 하나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美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SDR(special drawing rights)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으로, 1970년 발동된 국제준비통화의 한 종류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운영축인 금과 달러를 보완하기 위한 제3의 세계화폐로 간주한다.
국제 유동성의 필요는 급증하는 데 반해 금의 생산에는 한계가 있고, 달러의 공급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에 의해서 가능하여 달러의 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딜레마를 가지게 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특별인출권이 생겼다.
가맹국은 자국의 국제수지가 악화됐을 때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담보 없이 외화를 찾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출자를 통해 필요할 때 기금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일반인출권(GDR)이라고 한다면, 출자 없이 가맹국의 합의에 의해 발행총액을 결정하고 IMF에서의 출자할당액에 비례 배분되어 특별히 인출할 수 있는 권리는 갖는 것이다.
따라서 회원국이 환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보유의 SDR를 다른 참가국에 양도하여 필요한 외화를 획득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대신 이에 대한 이자를 통화 제공국에 제공하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원장 신성환)은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 배경, 그에 따른 변화, 의미를 살피고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 배경
위안화가 SDR통화바스켓에 편입된 배경은 동 안건을 이사회에 건의한 IMF실무진이 공개적으로 밝힌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량과 거래량이 늘어난 점이다. SDR에 대한 검토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2010년 이후 국제거래에서 위안화의 사용이 급증했다. 이와 함께 세계 3대 외환시장에 속하는 아시아 및 유럽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위안화가 IMF관련 금융거래에 이용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IMF는 위안화가 수출요건(export criterion)과 더불어 SDR통화바스켓에 포함되기 위한 필요조건인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freely usable)’는 요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써, ‘국제거래에서의 폭넓은 사용’과 ‘주요 외환시장에서의 광범위한 거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편입배경은 오퍼레이션(operational) 측면에서의 고려이다. 오퍼레이션 측면은 SDR통화바스켓의 편입을 위한 공식 요건은 아니지만, IMF회원국 및 SDR이용자들이 위안화를 별다른 제약 없이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IMF의 책무수행을 위한 오퍼레이션이 위안화로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의 결과물로, 특히 작년 7월 14일 발표된 외국의 외환보유액 운용담당기관 또는 그 대리기관들로 인해 역내 채권 및 외환시장에 무제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가 주목을 받았다.
셋째는 통계 공개범위 확대를 위한 조치들이다. 통계공개 역시 SDR통화바스켓 편입을 위한 명시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SDR구성통화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투명성 기준을 충족해 왔다. 중국 당국이 최근 통계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통계 관련 다자간 이니셔티브(initiative) 이행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위안화 편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에 따른 변화
위안화가 SDR구성통화로 편입되면서 당장 바뀌게 된 것은 통화바스켓 내 가중치이다. 미 달러화는 41.90%에서 41.73%로, 일본 엔화는 9.40%에서 8.33%로 감소 폭이 적은 반면 유로화는 37.40%에서 30.93%로, 영국 파운드화는 11.30%에서 8.09%로 비중이 대폭 감소했다. 위안화는 당초 예상치인 14% 내외보다 낮은 10.92%의 가중치로 편입이 결정됐다.
위안화의 가중치가 당초보다 낮게 결정된 것은 중국 수출규모의 반영 정도가 줄어든 결과이다. 종전에는 편입을 위한 두 가지 요건으로 수출요건과 거래에 자유롭게 사용 가능해야 한다는 요건을 대략 6:4 정도의 비중으로 적용했던 반면, 이번부터는 그 비중이 5:5로 조정됐다.
또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해야 한다는 요건을 측정하는 지표로 예전에는 통화별 외환보유액 구성비중, 국제채권의 통화별 구성, 은행 간 채무, 외환시장 거래규모 등을 참고했으나, 이번부터는 이에 더해 국경 간 지급결제규모, 무역금융 규모 등도 포함했다.
위안화 편입의 발효일자는 편입결정일과 발표일 간 충분한 시간 확보를 통해 SDR사용자들에게 변화를 대비할 여유가 생김과 동시에 SDR통화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2016년 1월 1일이 아닌 2016년 10월 1일로 결정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 대비해 시장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10개월 정도 주어진 셈이어서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 위안화 SDR통화바스켓 편입의 의미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이 갖는 의미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 중국경제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기존 구성통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SDR통화바스켓은 세계 주요 선진국의 통화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보통 선진국의 기준으로 삼는 OECD회원국도 아니고, IMF나 World Bank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국가도 아니지만 경제규모나 세계적인 영향력 측면에서는 선진국 못지않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편입조치와 함께 위안화가 SDR통화바스켓 내에서 단숨에 3번째로 높은 가중치를 가지게 된 것만 봐도 중국경제의 높아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통화질서가 본격적인 도전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위안화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미 달러화의 국제적인 위상이나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하락한 것이 사실이다.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도 이사회의 70% 결의만 필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만약 여타 결정사항들처럼 85%의 결의가 필요했다면 16.74%의 지분을 가진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AIIB(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의 설립과정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국제금융질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 향후 전망
위안화의 SDR통화바스켓 편입배경 중 하나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개혁을 IMF 등 국제사회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정부는 금리자유화, 유연한 환율제도로의 이행 등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무역거래의 20% 정도가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고,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 30%가 역외 위안화 계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2004년부터 허용된 역외 위안화 표시 예금수취 규모도 무역결제통화로 위안화가 허용된 2009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 2.5조 위안에 달하고 있다. 또한,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규모도 많이 늘어나 2015년 4월 기준으로 약 7,020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이렇듯 위안화의 국제화가 진전됨에 따라 중국경제의 세계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새롭게 부상한 이슈와 과제들도 등장한다.
우선 환율의 변동성 문제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자본 및 외환시장 개방과 맥을 같이 하므로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 증대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환율도 급변한다는 것인데, 환율 변동성 증대는 자칫 중국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위안화의 신뢰도는 약화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도 이를 고려해 자본 및 외환시장의 단계적 개방 등 위안화 국제화의 여러 조치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안화 국제화와 환율의 변동성 억제, 두 가지 상충하는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것이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이미 개설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위안화 거래의 활성화와 환율변동위험 회피를 위해 다양한 해지상품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통화정책의 독립적인 수행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도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고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에서 풀린 유동성이 더는 역내에만 머물지 않고 역외에서도 유통되기 때문이다.
역외 유동성은 중국 통화당국의 금리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해외 금리 등 기타 변수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으므로 통화당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 중국 통화당국은 독립적 통화정책 수행이 약화하지 않도록 하려는 방안들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중장기 통화구성의 변화이다. 외환보유액의 통화구성은 국제거래 통화, 외채구성 통화 등 나라별 특성과 함께 투자 대상 통화의 자본시장 발달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중장기적인 환율전망 등도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위안화 국제화가 진행되는 속도를 감안할 때 위안화도 언젠가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구성통화로 편입될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특성상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이를 시행해야 하므로, 사전에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 이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외환보유액 통화구성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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