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이름 쇼핑 적극 나서는 금융권…마케팅 효과 ‘쏠쏠’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6.30 07:25 ㅣ 수정 : 2022.06.30 07:25

우리·하나·에큐온銀, 서울 지하철역 부역명 낙찰
수억원대 비용 불구 이미지 제고 등 광고효과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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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금융사들이 수억원대 비용을 들여 주요 지하철역 이름 사들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 연령대 다수 시민에게 자사 브랜드가 노출될 기회라는 점에서 금융사들의 역명 입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 입찰을 진행했다. 역명병기는 지하철 역사의 주역명에 더해 옆 또는 밑 괄호안에 부역명을 병행해 표기하는 것으로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016년부터 시행해 왔다. 부역명 표기 기간은 통상 3년, 1회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 입찰 결과 전체 대상 역사 50개 중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선릉역, 4호선 명동역, 7호선 논현역 등 4곳이 낙찰됐다.

 

■ 부역명 낙찰 4곳 중 3곳 금융사

 

이 중 논현역의 강남브랜드안과를 제외한 3곳의 부역명 표기 권한은 모두 금융사에게 돌아갔다. 

 

우선 을지로입구역 이름 사용권은 하나은행에게 돌아갔다. 하나은행은 이번 낙찰로 오는 10월부터 을지로입구역 표지나 안내방송에 ‘하나은행역’으로 함께 소개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인천국제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에 병기된 ‘하나금융타운’에 이어 두 번째로 하나은행 역명을 사용하게 됐다.

 

을지로입구역은 2021년 기준 연간 승하차 인원 약 2200만명이 이용 중인 주요 지하철역이자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을지로입구역 1·2번 출구는 하나은행 본점과 연결되어 있고 5번 출구에 인접한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내에는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펀드서비스, 하나에프앤아이 등 관계사들이 입주해 있다. 

 

게다가 ‘힙지로’라 불릴 만큼 최근 MZ세대가 많이 찾는 지역으로 젊은 세대의 유동인구도 크게 늘어났다.

 

당초 을지로입구역은 지난 2016년부터 IBK기업은행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하나은행이 새로운 역명 주인으로 낙찰됐다.

 

4호선 명동역의 부역명은 우리금융그룹에게 돌아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일부터 각종 안내표지와 차량 안내방송에서 명동역을 소개할 때 ‘우리금융타운’ 명칭이 병행 사용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명동역 인근에 근무하는 우리금융 임직원 수는 3000명이 넘는다. 

 

나머지 선릉역 또한 2금융권의 에큐온저축은행이 낙찰 받았다. 

 

이들 3사뿐 아니라 많은 금융사가 지하철에 자사 명칭을 부역명으로 쓰고 있다.

 

9호선 샛강역은 KB금융그룹이 부역명 사용 계약을 맺고 각종 안내판과 차량 안내방송 등에 ‘KB금융타운역’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또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이, 을지로4가역은 BC카드, 을지로3가역은 신한카드가 부역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경우 KDB산업은행이 역명에 병행 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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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지하철 브랜드 노출, 이미지 제고 기대

 

이들 금융사들이 부역명을 사용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수억원대에 달한다. 지하철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계약금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8억원을 넘어선다.

 

이번에 하나은행이 낙찰받은 을지로입구역의 투찰가는 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는 지금까지 을지로입구역 계약 체결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16년 당시 기업은행의 역명 병기 사용 계약금은 3억8100만원이었다. 이후 한 차례 연장 시 계약금은 4억3000만원이었다.

 

우리금융의 명동역은 6억5466만원, 에큐온저축은행도 선릉역을 7억5100만원에 낙찰받았다.

 

다른 금융사들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지하철역명을 사들였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1월 을지로3가역 부역명 입찰에 8억7400만원을 썼다. BC카드도 지난해 9월 7억원에 을지로4가역을 차지했다.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며 금융사들이 지하철역 이름을 사들이는 것은 비용대비 광고효과 기대값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수억원대 달하는 비용이 적다곤 할 순 없지만 금융사들이 부담스러워 할 규모는 아니다.

 

또 많게는 하루에 누적 이용자 수만 수천만명에 달하는 지하철역에 자사 브랜드가 계속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제고 등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의 경우 종각역에 부역명을 병기한 이후 자체 조사 결과 브랜드 인지도가 3% 가량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철역 인근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사들이 몰려있는 데다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을지로 일대 지하철역이 높은 낙찰가를 보이는 등 인기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하나은행’이 을지로입구역의 역명으로 병행돼 사용됨에 따라, 하나은행 또한 MZ세대는 물론 글로벌 유동인구가 다시 찾아오는 을지로의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지역 상권, 새로운 세대와 함께 상생하는 을지로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은 지하철역명 병행 표기 입찰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9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여의나루역, 여의도역, 7호선 학동 등 14개 역명에 대한 3차 판매 입찰을 시작했다.

 

특히 주요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에 대한 금융사들의 부역명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 인근에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거래소,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비롯해 KB국민은행,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화생명 등 금융기관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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