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부터 '3.4배' 뻥튀기된 스팩…'투기판' 다시 열리나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신규 상장주의 '따따블'(4배) 기대감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까지 번지고 있다. 2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스팩이 등장한 가운데, 일각에선 합법적인 투기판이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은 상장 당일 공모가(2000원) 대비 240.50% 폭등한 6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교보14호스팩의 상승률은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가 신규 상장주의 상장 당일 가격 제한 폭을 확장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시큐센이 기록한 205%였다.
스팩이란 비상장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유일한 목적으로 해 설립하는 명목상 회사다. 일반적으로 직접 상장이 어려운 비상장 기업과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우회 상장 경로다.
스팩 단독으로는 경영상의 활동이나 실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실상 현금만을 보유한 상태로 운영된다.
국내의 경우 스팩은 상장 후 3년 이내에 합병을 완료해야 한다. 해당 기간 내 합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상장폐지되며, 스팩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스팩의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지급한다.
통상 스팩은 종목 특성상 기업 인수 합병 기대감이 없는 상장 초반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크지 않은 등락 폭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앞서 지난달 4개의 스팩이 상장한 바 있는데, 해당 종목들 중 상장 당일 가장 많이 상승한 스팩은 KB제25호스팩으로 공모가 대비 6.5% 상승 마감했다.
이번 교보14호스팩의 급등은 특수한 경우인데, 시장에서는 지난달 시행된 새내기주 가격 제한 폭 확장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주에 대해 상장 당일 가격 제한 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상장일 개장 전 공모가의 90~200% 내에서 시초가를 결정한 뒤 다른 주식들과 마찬가지로 가격 제한 폭 30% 안에서 거래할 수 있었으며, 이를 계산하면 하루 최대 등락 폭은 공모가 대비 63~260%였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스팩에 특별한 호재 없이 투기성 자금이 유입돼 상승 랠리를 이어간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30일 상장한 삼성스팩6호는 코스닥 상장과 함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상한가)을 기록한 이후 4거래일간 추가로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이에 주가는 최고 1만2200원까지 뛰며 공모가(2000원) 대비 최대 610%까지 폭등한 바 있다.
2021년 6월 17에는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상장 이후 5거래일 연속 폭등해 공모가 대비 최대 622.5% 수준인 1만245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스팩인 SK5호스팩와 삼성스팩2호, 하나머스트7호스팩, 하이제5호스팩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보통 단기성 투기 자금으로 급등했던 스팩들의 주가는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 6일 기준 삼성스팩6호는 고점(1만2200원) 대비 75.6% 하락한 2975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삼성머스트스팩5호(76.9%)와 하나머스트7호스팩(57.4%)도 고점 대비 절반이 넘게 빠졌다.
그밖에 2021년 8월 상장 당시 따상을 기록했던 한화플러스제2호스팩도 같은 날 종가 2215원을 기록하며 주가가 원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팩은 유통 주식 수가 적어서 단기 투자의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일반 주식보다 더 크다"며 "일반 기업과 달리 스팩은 고점에서 물리면 합병 소식 이외에는 반등할 재료가 없어 손해를 볼 확률도 더 높다"고 경고했다.
스팩의 가격이 급등하면 합병 상장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스팩과 비상장 법인이 합병하는 경우 합병비율을 산출하게 되는데, 스팩의 가격이 높아지면 법인에 불리한 비율이 적용돼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어서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2000원짜리 스팩이 2600원선을 넘어서면 상장이 사실상 어렵고, 그보다도 더 높아지면 거의 버려지는 스팩으로 봐야 한다"며 "고가의 스팩이 합병 상장한 사례도 없을뿐더러, 특히 교보14호스팩의 경우에는 기존 가치와 격차가 더욱 벌어져 현실적으로 합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원칙적으로는 스팩 상장 당시에 합병 대상 기업이 없는 게 맞지만, 암묵적으로 사전 물색 작업 이후 합병 후보 기업들이 추려지는 경우가 있어 그런 기대감이 작용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번 급등 사례는 투기 자금 유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