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무덤’ 된 스팩…상장 첫날 개인 순매수 급증
올 7~8월 상장 스팩, 첫날 개인 순매수 평균 117억원
DB금융스팩11호, 상장일 개인 ‘190억원어치’ 사들여
상장일 최고가 평균 5905원 수준…공모가比 195%↑
지난 11일 종가 평균 2116원…상승분 잃고 기존 가치
“제도적 허점에 ‘투기판’ 열려”…금감원도 주의 당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새내기주 가격 변동 폭이 변경된 이후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상장 첫날 순매수가 급증하고 있다. 새롭게 상장되는 스팩마다 투자금이 유입되며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 같은 스팩의 ‘이상급등’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들어 신규 상장한 스팩 7개 종목의 상장 당일 하루 개인 순매수는 평균 약 116억7325만원이다. 이는 지난 2분기 상장한 스팩 8개 종목의 평균 개인 순매수액인 18억5389만원의 약 6.3배 수준이다.
종목별로는 DB금융스팩11호의 상장일인 지난달 12일 개인 순매수 규모가 189억277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 2분기 상장일 개인 순매수가 가장 적었던 키움제8호스팩(8억9401만원)의 21배가 넘는 수치다.
스팩이란 비상장 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명목상 회사다. 일반적으로 직상장이 어려운 비상장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우회 상장 경로다.
국내 스팩은 상장 후 합병까지 3년의 기간이 부여되며, 해당 기간 내 합병되지 않는 스팩은 원금과 이자를 스팩 보유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자동 상장폐지된다.
일반적으로 스팩은 기업 인수 합병 기대감이 없는 상장 초반에는 별다른 관심 없이 공모가에서 횡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신규 상장주의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주가 변동 폭이 기존 260%에서 400%까지 확대되자 공모주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강해졌고, 이 같은 투심이 스팩에도 쏠리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3분기 들어 신규 상장한 스팩 7개 종목의 상장 당일 최고가는 평균 5905원이다. 스팩 공모가가 2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가 기준으로 평균 195.25%의 상승세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교보14호스팩은 상장 첫날 최고가 7980원까지 치솟은 데 이어, 이튿날까지 투심이 유지되며 819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스팩 단독으로는 경영상의 활동이나 실적을 낼 수 없으며, 사실상 현금만 보유한 상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급등했던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들어 신규 상장한 스팩 7개 종목의 지난 11일 기준 종가는 평균 약 2116원에 형성됐다.
특히 지난 11일 상장한 에스케이(SK)증권제10호스팩은 당일 568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반납한 24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약 해당 종목을 최고가에 매수한 뒤 종가까지 보유했다면 56.16%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변경 이후 스팩이 투기판의 온상이 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팩은 구주매출도 없이 유통 물량이 고작 수십억원 수준이라서 비교적 적은 거래대금으로도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규 상장주에 대한 규정을 변경하면서 합법적인 투기판이 조성되기 쉬운 환경이 돼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지만, 이를 개선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스팩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작다는 통념과 달리 공모가 대비 주가가 높은 스팩에 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 역할 만을 하며, 합병 이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 가진다”고 설명했다.
BEST 뉴스
댓글(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