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2.04 16:50 ㅣ 수정 : 2025.02.04 16:50
기내 화재, 보조배터리 위험 승객 안전 대책 시급 항공사·정부 규제 강화
부산 김해공항 에어부산 화재 현장에서 합동조사팀이 감식을 진행 중이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최근 항공기 화재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승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보조배터리 관리와 기내 반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출발을 앞둔 LCC 에어부산 BX391편 여객기에서 기내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항공기는 탑승을 마친 상태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었지만 기내 선반(오버헤드빈)에서 갑자기 연기가 피어오르며 불길이 번졌다.
승객 170여 명이 급히 비상 탈출하는 소동을 빚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공기 화재 사고에 대한 소비자 우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이 보조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의 항공기 내 반입과 관리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 항공기 화재 빈발… 보조배터리가 원인?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설치된 위탁 금지물품 안내문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발생한 항공기 화재 사고를 살펴보면 상당수가 리튬이온배터리의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화재 역시 승객 증언과 사고 조사 결과를 종합할 때 보조배터리 발화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국내외에서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김포에서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은 기내 선반에 둔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했지만 승무원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행히 대형 사고를 막았다.
해외에서도 보조배터리 발화에 따른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월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승객이 휴대한 보조배터리가 폭발해 불이 붙었다. 또한 2024년 2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출발한 상하이행 항공기는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화재가 일어나 긴급 회항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보조배터리를 기내 선반에 보관하면 충격이나 외부 환경 변화로 위험성이 커져 보관 및 취급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항공사·정부 대책 필요… 안전 규정 강화해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대응을 위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현재 항공사들은 국제 항공 안전 규정에 따라 100Wh(와트시) 이하 보조배터리만 기내 반입이 가능하며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항공사는 배터리 전력량이 표시되지 않았거나 확인이 불가능하면 운송을 거절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보조배터리의 일반 전압이 3.8V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1만mAh 배터리는 38Wh, 3만mAh 배터리는 114Wh 정도다.
그러나 일부 승객이 이러한 규정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기내 선반에 보조배터리를 보관하는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 관리 및 기내 화재 예방을 위해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보조배터리는 승객이 반드시 직접 소지하도록 하고 기내 선반 보관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필요하면 승무원이 보관을 돕거나 별도 안전 수칙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내 전기 설비 및 배선 점검을 강화해 화재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항공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기적인 점검과 예방 조치가 필수적이다.
이밖에 공항 보안 검색 단계에서 보조배터리 용량과 상태를 철저히 확인하고 손상된 배터리는 반입을 제한해야 한다. 현재 일부 공항은 보조배터리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 요소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