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5.04.25 11:33 ㅣ 수정 : 2025.05.18 21:36
조선시대의 선비 같은 김선필 사단장,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최상의 임무 완수 상태를 이룩하자” 보안장교마저 상급부대 소집교육에 입소하여 선임하사관과 참모인 필자, 단 두명이 확인검열의 모든 수검 받아 김유봉 참모장, 육군본부 경비중대장 근무시에 10.26과 12.12사태, 5.18사건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
이취임식을 마치고 신임 사단장 김선필 장군(육사 27기)에게 첫 면알식을 하는 사단 정보참모인 필자 모습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새롭게 부임한 김선필 사단장(육사 27기)은 조선시대의 선비 같은 무장이었다. 또한 정보참모부 업무보고시에 신중하게 발언하는 모습은 장군의 위엄(威嚴)을 갖고 있어 필자가 대대장 취임시에 사단장이었던 이상신 장군(갑종 197기)를 연상케 하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병법중에 하나인 오자병법의 저자 오기는 “장수의 자질과 요건인 위(威), 덕(德), 인(仁), 용(勇)을 갖추어야 비로서 부하를 잘 통솔하고 백성을 안심시키고 적을 위협할 수 있으며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려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필 사단장은 위엄을 갖고 있으면서도 항상 여유를 갖고 인자한 모습으로 명확한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지시와 강요보다는 여건조성과 상황 설명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덕장(德將)이기도 했다.
대화를 나눌 때에는 상대의 두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따사한 눈빛과 인자한 어조의 격려를 꼭 포함하며 지침을 주었다. 김 사단장은 취임후 일성으로 이해인 수녀님이 좌우명으로 삼고 항상 생활했던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최상의 임무 완수 상태를 이룩하자”을 언급했다.
그런데 화랑훈련을 마치고 사단장 이취임식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보좌관 허준구 소령(삼사 19기)이 전출신고를 하고 군사령부 정보처로 영전하여 떠났다. 곧 기무사의 보안진단검열이 계획되어 있는데 보좌관 공석 때문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사단 사령부에서 개최한 보안 표어 및 포스터 경연대회 출품작을 심사하는 부사단장에게 설명하는 필자 모습 [사진=김희철]
■ 정보참모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필자의 주특기인 작전참모로 부임할 수 있어...
사단장의 취임 일성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최상의 임무 완수 상태를 이룩하자’였지만, 첫 업무를 평가받는 기무사의 보안진단 검열을 보좌관없이 준비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특히 참모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보안규정 시험과 음어/암호 측정 평가 결과가 절대적이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인데, 참모 및 실무자들에게 보안규정 공부를 시키는 통제가 매우 힘들었다.
검열 나오기 전에 몇 번에 걸쳐 시험을 치루어 성적을 간부식당에 공개하면서 독려를 했지만, 업무가 바쁜 일부 참모들의 참여는 매우 소극적이라 성공적인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다. 대대장 때에는 마음만 먹으면 부하들과 함께하며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사단 참모로 업무를 시작하니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정보참모 부임과 신임 사단장 취임 후에 첫 고비였던 보안진단과 음어/암호 측정 평가는 1등을 못하며, 사단장이 강조한 최상의 임무 완수 상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보참모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필자의 주특기인 작전참모로 부임할 수 있는데, 이번 결과를 거울삼아 앞으로 더 분발해 확실하게 인정을 받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인접 사단에서 대대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사단 작전참모를 하던 모 동기생이 신경성 고혈압으로 중도하차하고 타 동기생이 작전참모로 부임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있었고, 앞서가는 일부 동기들은 이미 사단 참모를 끝내고 정책부서로 자리를 옮겨 내후년에 계획된 대령 진급심사를 대비하여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신년 충혼탑 참배 행사에 참석한 김선필 사단장 및 지휘관 참모들과 우측, 필자의 브리핑을 경청하는 김유봉 참모장 모습 [사진=김희철]
■ 참모장과 검열과장은 과거 정권 최근접에서의 근무 경험담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워
기무사의 보안진단 검열이 끝나자 곧이어 군사령부 전투지휘검열 후속조치 확인검열이 시작되는 가운데 정보참모 업무를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째 접어들었다. 그런데 보안장교 천병완 대위마저 상급부대 소집교육에 입소하여 정보참모부는 선임하사관과 참모인 필자, 단 두명이 모든 수검을 받아야 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번 확인검열은 지난 6월에 전임 정보참모가 받은 수검 중에 지적사항에 대해 개선한 결과를 확인하는 검열이다. 당시에 필자는 대대장으로 개인화기 사격측정에 임했는데, 그동안 연습할 때보다도 더 좋은 측정 결과로 필자조차도 놀랐었다. 이는 타 사단의 보병대대는 물론 정예부대인 기동대대보다도 더 월등한 성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51~254)] ‘요란한 빈 깡통 소문을 우문현답으로 극복’ 참조)
그때의 전투지휘검열을 총괄했던 군사령부 검열과장 최용림 대령(육사 33기)이 후속조치 확인검열단장으로 사단을 방문했다. 마침 그는 사단 참모장 김유봉 대령(육사 31기)과 함께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각별한 친분이었다. 첫날 검열 후에 별도로 석식을 할 때에 필자도 함께했다.
우람한 체격의 김 참모장은 대위 시절에 육군본부 경비중대장으로 발탁되어 근무했는데, 10.26과 12.12 그리고 5.18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군생활의 음양 모두를 맛보았다며 기구한 운명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검열과장도 수방사 경비과장으로 근무할 때에 정권 최근접에서의 경험담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김 참모장은 필자가 소위로 임관해 승리부대로 배치받았을 때 연대 인사장교를 하며 필자와 인연을 처음 맺었었고, 나중에 알게 된 사항인데 필자와 전주김씨 종친이었다. 그는 최 검열과장과 덕담을 나누면서 “대령으로 진급 하려면 반드시 사단 작전참모를 거쳐야 한다며, 이미 신임 사단장에게 필자를 추천하고 약속을 받았다”라며 더 잘하라고 독려했다.
이에 필자는 김선필 사단장의 첫 강조사항처럼 ‘정직, 성실로 최선을 다해 최상의 상태로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