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36) '가장 어린 미투', 한광여중·고등학교 성추행 교사 11명 폭로한 학생들

박혜원 기자 입력 : 2018.03.21 16:58 ㅣ 수정 : 2018.03.21 16:58

'가장 어린 미투', 한광여중·고등학교 성추행 교사 11명 폭로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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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광여중에 재학했던 학생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광여중 목사 및 교사의 성범죄가 폭로되었다. (사진=트위터 캡쳐)


A 학생의 '교목 성추행' 최초 폭로 이후 전 과목 교사들 대상 제보 쏟아져  
 
학교 소속 교목은 입에 담기 힘든 음담패설과 신체접촉, 졸업식 날은"오빠라고 불러달라" 강요
 
가해자는 중학교 및 고등학교 교사 포함해 총 11명…평택교육지원청, 직위해제·수업배제 조치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한광여자중·고등학교에서 ‘미투’ 폭로가 일어났다. 중·고등학교 내 성범죄를 고발하는 페이스북 계정인 ‘스쿨미투’를 통해 폭로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2017년 당시 한광여자중학교 3학년이었다고 밝힌 A 학생은 지난 10일 스쿨미투에 글을 올렸다.
 
A학생에 따르면 당시 다리를 다쳤던 A씨의 친구는 가해자에게 ‘목사님 저 다리 괜찮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이 이후에 A씨는 “목사님께서 가까이 있는 의자에 저희 둘을 앉히더니 제 친구의 다친 다리 쪽의 치마를 걷고 쓰다듬었다”며“제 친구에게 ‘넌 너무 말라서 별로야, 얘(A학생)처럼 조금 통통하게 찌워봐, 그럼 가슴도 커지고 얼마나 좋니? 그럼 자동으로 남자들이 따먹으려고 줄 설 걸?’ 이외에도 20분 간 음담패설을 날렸다”고 폭로했다.
 
이후 A 학생은 졸업을 할 때까지 가해자를 찾아가지 않았으나, 졸업식 날 가해자와 마주쳤다. A씨는 “그때 목사님께서 갑자기 저를 부둥켜 안으시켜 왜 이렇게 안 왔냐, 자기가 그렇게 보고싶지 않았느냐고 물으셨다”며 “오빠라고 부르라고 강요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A 학생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니 어깨동무를 하고 손을 내려 허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툭툭 치다가 갑자기 꽉 쥐며 나중에 남편 될 사람은 부럽다며 계속 엉덩이를 쓰다듬었다”고 전했다.
 
A 학생의 증언을 필두로 한광여자중·고등학교 내 성범죄에 대한 폭로가 연이어 쏟아졌다. 트위터 계정을 통해 폭로한 B 학생은 “사립학교이다보니 교사가 자주 바뀌지 않고 같은 사람이 몇십 년씩 같은 재단의 학교에 근무하며, 또 기독교 학교라 보수적이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한광여자중·고등학교는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기독교 사립학교다.
 
B 학생은 A 학생이 고발한 목사 말고도 “ㅇ음악교사, 여중의 ㅈ미술교사, ㄷ역사교사 등등 학교 내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이어서 C양은 “한 과학교사가 체구가 작은 학생들에게 ‘생리는 하니?’라며 ‘가슴 커지는 음식을 먹어라’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D양은 “한 수학교사는 오리걸음이나 앉았다 일어나기 등의 체벌을 시키고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면 ‘에로 찍냐?’라는 발언을 자주 했다”며 “목사는 저를 보실 때마다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등을 툭툭 건드리고 심할 때는 안았다”고 전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은 “학교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린 후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여 전교 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교사에게 차별을 당한 적이 있는지’, ‘교사들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지’, ‘교사들로부터 성폭력 및 성추행을 당한 적 있는지’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학교 교장은 지난 20일 중학교 교사 6명과 고등학교 교사 5명, 총 11명의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평택교육지원청은 학교 측에 미투 폭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11명에게 우선 수업배제·직위해제 조치를 취하라고 전했으며, 학생들을 상대로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에 폭로되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이윤택 연출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사립 학교 특유의 고립성이 사안을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범죄를 폭로했던 이승비 대표는 인터뷰에서 “밀양 연희단거리패에서 한달간 합숙했을 당시 이윤택 연출가에게서 마치 집단 최면을 거는 종교 교주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A 학생은 최초 폭로를 할 당시 “목사님은 생기부(생활기록부) 기재를 협박으로 갖은 스킨십을 했다”며 글을 마쳤다. 지방의 밀양 합숙소에서 청년들의 꿈을 명목으로 성범죄를 가해왔던 이윤택 연출가와 마찬가지로 한광여자중·고등학교의 목사 또한 청소년들의 대학입시를 명목으로 지위를 악용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9일부터 해당 학교 학생들은 등교시간과 하교시간을 이용해 교문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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