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그 배우] 강태을 “‘머더 발라드’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강이슬 기자 입력 : 2013.11.04 08:31 ㅣ 수정 : 2014.02.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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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바에서 뛰어 다니면서 자유롭게 하는 모습, 그리고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록발라드 음악이 있는 ‘머더 발라드’ 영상을 보곤 ‘이거다’ 싶었어요.”
 
뮤지컬 배우 강태을이 국내 초연작 ‘머더 발라드’의 ‘탐’역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오프 브로드웨이 맨하튼 씨어터 클럽에서 초연해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11월 5일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한국에 초연된다. 배우 김수로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최재웅, 한지상, 성두섭, 임정희, 린아, 장은아, 박은미, 홍경수, 김신의, 홍륜희, 문진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마이클’과 결혼한 ‘사라’가 안정적인 생활에 실증나 불같은 사랑을 나눴던 첫사랑인 ‘탐’을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머더 발라드’에서 강태을은 ‘탐’으로 분해 헤어진 옛 연인 ‘사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강렬한 록발라드 음악에 바(Bar)형식의 무대와 스테이지 객석으로 어느 공연보다도 섹시하고 정열적인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데뷔해 그 해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 신인상을 수상하며 한국 뮤지컬계에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한 강태을 배우를 만나 ‘머더 발라드’와 그의 뮤지컬 이야기를 듣고 왔다.
▲ 강태을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그 누구라도 누구도 당신이 될 순 없어…” ‘탐’이 된 강태을
 
“예전에 아버지께서 ‘배우’라는 직업이 재밌는 이유를 말씀해주셨어요. 실제로 누군가를 때리거나, 남의 여자를 탐하면 범법행위가 되지만, 무대 위에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불륜은 더 깊게 사랑에 빠지면 빠질수록, 살인은 더 잔인하면 잔인할수록 더 박수를 받는 곳이 무대이기 때문에 재밌다고. 그 말씀이 이번 ‘머더 발라드’를 하면서 딱 마음에 와 닿았어요. 너무 재밌구나.”
 
강태을 배우에게 ‘배우’의 기쁨을 알려준 ‘머더 발라드’, 그에게 ‘머더 발라드’는 어떤 작품일까.
 
- ‘머더 발라드’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저희 학교 선배님이신 (김)수로 선배님이 ‘그날들’ 공연을 보러 오셔서 인사를 나누다가 ‘머더 발라드’가 아닌 다른 작품을 말씀하시면서 출연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러다가 제가 ‘또 준비하고 있는 공연 있으세요?’라고 물으니 이 ‘머더 발라드’ 영상을 보여 주시더라고요. 영상을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머더 발라드’ 꼭 하고 싶다고 했죠. 형식이나 노래가 워낙에 제가 좋아하던 거라, 다른 작품들도 고사하고 선택했어요. 그리고 ‘탐’이라는 시놉시스도 저에게 너무 와 닿았고요.”
 
- 영상 속 어떤 점이 끌렸나요.
 
“바에서 뛰어 다니면서 자유롭게 하는 모습도 너무 좋았고, 음악도 제가 좋아하는 락발라드라서 ‘이거다’ 싶었죠. 영상을 보면서 딱 ‘렌트’의 ‘로저’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 처음부터 ‘마이클’이 아닌 ‘탐’역이 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네. ‘탐’의 시놉시스를 수로 선배님께 듣고서 개인적으로 제 첫사랑이 생각이 나면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 강태을 배우가 ‘탐’ 입장이여도, ‘사라’와의 사랑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저도 상상을 많이 해봤어요. 제 첫사랑이자 결혼까지 하고 싶었던 옛 애인이 있었는데, 저랑 헤어지고 1년 쯤 뒤에 결혼을 했어요. 결혼 소식을 듣고, 몇 년이 지나도 그녀가 살던 동네나 함께 갔던 곳을 지날 때면 ‘한 번쯤은 다시 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고, ‘행복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아마 ‘탐’ 또한 그런 마음이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생각으로 그쳤지만, 탐은 진짜 다시 사랑을 시작 한 거죠. 누구나 지나간 사랑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탐’과 ‘사라’는 둘 만 놓고 본다면 열정적인 사랑이지만, ‘마이클’을 끼고 보면 불륜이 되잖아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그렇죠. 그래도 결국엔 탐도 사라도 서로 사랑했다고 생각했어요. 사라는 탐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가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탐은 가정이 없다 보니까 그녀의 대한 사랑을 더 맘껏 표현할 수 있었겠죠. 그래도 좀 안타까운 사랑이라고 봐요.”
 
- 극 중 ‘탐’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어요.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그 안에 구체적인 스토리를 만들면서 따라가다 보면 이해가 안 될 부분이 없더라고요.”
 
▲ 강태을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가장 핫하고, 가장 섹시한 뮤지컬 ‘머더 발라드’,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 극 중 가장 좋아하는 곡과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곡은 어떤 곡입니까.
 
“제일 좋아하는 곡도 가장 어려워하는 곡도 같은 곡이에요. ‘i'll be there’이란 곡인데, 탐이 사라에게 집착을 보이는 곡이에요. 사라가 탐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탐이 그녀를 붙잡지만 사라는 그냥 떠나요. 그 뒤에 사라가 센트럴파크에 마이클과 자기의 딸과 함께 산책을 오는데, 그 곳에 탐이 밤새 술을 마시고 그 곳을 가죠. 그녀가 마이클을 바라보면서 부르는 노래가 끝나고 나면, 그 뒤에서 탐이 이 노래를 시작을 해요. 배우들끼리는 ‘미저리송’이라고 하기도 하는데.(웃음) 그 장면에서 탐이 가장 많이 무너지고, 가장 절실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요. 그러다보니까 노래 자체도 가장 어려워요. 그렇지만 관객들에게는 와 닿는 것이 있을 거예요. ‘탐이 사라를 얼마나 사랑했고, 둘의 관계가 어떻겠구나’라는 것을 정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네 명의 ‘탐’ 중 강태을 배우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을 꼽자면.
 
“극 중 뛰어다니고, 들고 이런 힘쓰는 장면이 많아요. 네 명의 탐 중 제가 덩치도 가장 크고, 운동을 해서 가장 날렵하고, 힘도 쎄고.(웃음) 음색도 ‘락 발라드’에 잘 맞는 다고 생각합니다.”
 
- 네 명의 ‘사라’, 어떤 배우와 가장 호흡이 좋은가요.
 
“4명의 색깔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각기 아주 달라요. 음색이나 노래에 대한 에너지를 주고받는 건 은아가 잘 맞고, 연기적인 부분은 린아가 잘 맞아요. 또 정희 같은 경우는 순간순간 나오는 정희만의 도발이 있어서 좋고, 은미는 워낙 뮤지컬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가장 마음 놓고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 ‘머더 발라드’는 대사가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송스루 뮤지컬(Song-Through)인데, 송스루 뮤지컬이 다른 뮤지컬보다 더 힘드시죠?
 
“그렇죠. 한곡 한곡 끊어서 부르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힘들어요. 또 이번 공연은 ‘점핑’이라고 하나하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큰 갭이 느껴지는 장면을 연기하는 게 많아서, 그 갭을 넘기 위해선 자신만의 스토리가 필요한데, 그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이 어려워요.”
 

▲ 강태을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머더 발라드’, 함께 즐겨요!
 
- 이번 공연은 11시 공연도 있고, 스탠딩 석도 있어 더 기대가 큰데요. 관객들이 공연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한 관람팁을 말씀해주신다면.
 
“공연을 보시는 동안만큼은 마음껏 상상하시고, 금지된 것들을 마음껏 즐기시면 누구나 꿈 꿔왔던, 혹은 상상했던 것들을 마음껏 생각하면서 마음 편히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너무 극 안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하기 보다는 느껴지는 대로 느끼세요. ‘쟤네가 왜 저러지?’라며 분석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공연에서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즐겁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웃음)”
 
- 밤 11시 공연은 관객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기대되는 시간일 것 같아요.
 
“그렇죠. 보통 락 공연은 밤 공연을 하곤 하는데, 그 ‘11시’라는 단어와 시간대가 주는 느낌이 아무래도 다른 공연보다는 다르다보니 관객과 배우의 첫 호흡부터가 달라요. 관객들과 배우들 모두 상기된 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그렇겠죠. 막차를 포기하고 보는 열정이 있잖아요.(웃음)”
 
- 무대가 앞, 옆, 뒤까지 객석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부담이 되진 않나요?
 
“배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관객들이 앞에만 있을 때는 뭘 하다가도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하는데, 이 무대에선 그런 것이 많이 없다보니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부담되기 보다는 재밌을 것 같아요.”
 
- ‘머더 발라드’를 추천해주고 싶은 관객이 있다면.
 
“쳇바퀴 같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 무언가 신선한 충격과 영화 같은 상상을 하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즐겁게, 머릿속에 음란마귀를 꺼내서 재밌게 보실 수 있으십니다.(웃음)”
 
- 마음 속 음란마귀를 꺼낼 만큼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나요?
 
“하하. 그런건 아닌데요. 요즘 ‘음락마귀’라는 말을 연습하면서 많이 쓰거든요.(웃음) 탐과 사라가 다시 만났을 때 굉장히 빠르게 관계가 진행이 되는데, 그런 장면들에서 섹시하면서도 농염한 느낌이 많이 묻어나요.”
 
- 우와 그럼 ‘머더 발라드’를 보러 가면 강태을 배우의 섹시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나요?
 
“저의 멋진 등 근육을…(웃음)”
 

▲ 강태을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성공적으로 개막한 배우 인생 제2막
 
2004년부터 5년간 일본 극단 사계(四季)에서 활동해오던 강태을 배우는 2008년 한국 뮤지컬 무대에 데뷔으며, 그 해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신인상을 수상하며 안정적으로 한국 뮤지컬계에 입성했다.
 
강태을 배우는 ‘돈주앙’, ‘록키호러쇼’, ‘어쎄신’,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등 주로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 무대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행보가 올해부터 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바로 창작뮤지컬 ‘그날들’과 국내 초연작 ‘머더 발라드’를 선택한 것. 그에게 작품을 선정하는 다른 관점이 생긴 건지 물었다.
 
“네. 달라졌어요. 제가 작년에 딱 한 작품(모차르트)만 하고 쉬었거든요. 쉬지 않고 계속해서 공연을 하다가는 껍데기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휴식시간을 갖고, 그 뒤로 만난 작품이 ‘그날들’이죠. 그 동안 뮤지컬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그날들’을 통해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날들’을 만나기 전에는 무대에서 무조건 잘하려고 했고, 뭔가 대단한 걸 보여주기 바빴어요. 그게 몇 해가 넘어가니 지치더라고요. 남는 것도 없는 것 같고.”
 
“또 그 전에는 겹치기 공연도 많이 했어요. ‘그날들’부터는 풀로 연습부터 참여해서 끝날 때 까지 ‘그날들’ 공연만 참여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조금씩 솔직해지고 편안해지더라고요. 뭔가 대단한 걸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보여주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듣고, 반응하고, 말하는 것들이 되기 시작하니까.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죠.”
 
- 이번 ‘머더 발라드’도 연습 때부터 한 작품에만 매진하고 있죠?
 
“‘그날들’ 지방 공연 끝나자마자 바로 ‘머더 발라드’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정말 개근상 받아야 돼요.(웃음)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했거든요. 연습하는 걸 좋아해요. 공연을 하게 되면, 약속된 것들을 서로 정해진 만큼 나눠서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껏 내지르지 못하는데 연습 때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 볼 수 있고, 상상했던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즐겁거든요.”
 
“뮤지컬배우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 지가 얼마 안됐어요. 그 전에는 정말 바빠서 자고 일어나서 연습하고, 공연하고. 그래서 정말 입버릇처럼 ‘빨리 공연 끝났으면 좋겠다’, ‘좀 쉬고 싶어’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공연을 딱 쉬고 다시 재충전해서 ‘그날들’을 하고 나니깐 이제는 행복한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 연습하는 것, 공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예전에는 말 그대로 ‘일’이었는데, 이제야 재미를 찾은 거죠.”
 

▲ 강태을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그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 걸어갈 수 없는(?) 길
 
- 지금껏 해온 역할들 중에 다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돈 주앙’, ‘록키호러쇼’ 그리고 ‘그날들’. 이 세 작품은 제가 가장 행복하게 한 작품들이라 언제라도 제안이 들어오고, 공연 시간만 맞는다면 꼭 하고 싶어요.”
 
- 그 세 작품들을 다시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먼저 ‘돈 주앙’의 ‘돈주앙’역. 6개월에 걸쳐 오디션을 봤고, 아무런 정보도 없던 저를 신인으로서 얻은 첫 타이틀 극이라 애정도 많이 가고, 그 과정들도 참 소중하다 느껴져요. ‘돈주앙’의 ‘돈주앙’역. 첫 타이틀이기도 했고, 첫 송스루 뮤지컬이기도 했어요. 저를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준 작품이자 역할이기 때문에 ‘돈주앙’ 다시 해보고 싶어요.”
 
“‘록키호러쇼’는 그 작품을 통해 제가 처음으로 스타킹을 신었죠.(웃음) 드랙퀸 역할이었는데, 손 한 뼘만한 통굽을 신고, 가터벨트에 스타킹, 팬티만 입고, 화장을 하고. 그 쇼킹함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신없이 공연을 준비하고, 첫 공연에서 바바리를 입고 분장을 가린 채 등장했다가, 바바리를 딱 벗는 순간! 와 그 함성소리는 정말…. 극장이 떠나가라 들리던 함성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나 짜릿했죠. 마지막으로 ‘그날들’은 뭔가 배우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시 해보고 싶어요.”
 
- 만약에 강태을 배우가 여자라면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요?
 
“있어요! 뮤지컬 ‘아이다’에 ‘암네리스’ 공주 하고 싶어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하얀 결혼식 예복을 입으면서 부르는 노래를 너무 좋아해요. 또 패션쇼를 하면서 부르는 곡 등 암네리스는 무대 위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여자라면 ‘암네리스’역할 꼭 해보고 싶어요.(웃음) 너무 매력적이에요.”
 
- 지금보다 10살이 어려진다, 해보고 싶은 역할은요?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스프링 어웨이크닝(사춘기를 겪고 있는 10대들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록 음악과 파격적인 연출로 풀어낸 작품)’이요.”
 
- 10년 후에 해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10년 후에도 지금 이 모습에서 많이 안변했으면 좋겠네요.(웃음) 저는 40대 후반이 되면, ‘지킬앤하이드’랑 ‘헤드윅’을 해보고 싶어요.”
 
- ‘헤드윅(2009)’은 이미 출연을 하셨는데, 굳이 10년 뒤에 하고 싶으신 이유가 있나요?
 
“네. 했었죠. 그 당시에는 헤드윅을 담아 낼 수가 없었어요. 40대 후반쯤 되면, 더 깊은, 그리고 더 쓴 웃음이 지어지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 내면에 더 깊이가 생긴다면 ‘헤드윅’을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 절대 하기 싫은 역할도 있나요?
 
“음..‘쓰릴미’요.(웃음)”
 
- 왜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음..저는 ‘쓰릴미’ 못 하겠어요.(웃음) 정말 연기라 하더라도 ‘그’를 사랑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아직 제가 그만큼 열려있진 않은 것 같아요.”
 
- 유난히 록 뮤지컬을 많이 출연했는데, 평소에도 록 음악을 많이 좋아하나요?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록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우연하게 학교에서 록밴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선,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웃음) 친구가 록밴드 오디션 보러 간다기에 저도 같이 갔다가 덜컥 제가 된 거예요. 그리고 또 저와 같은 농구부 주장을 하던 다른 친구는 나중에 록밴드 보컬이 됐어요. 그 친구랑 같이 노래방을 갔는데, 완전 높은 고음의 록 노래를 잘 부르더라고요. 저는 그때 고음이 안 됐거든요. 제가 그 모습에 반해서 그 친구와 더 친해졌고, 그 친구를 통해 본조비(Bon Jovi), 파이어하우스(Firehouse) 등 서양의 록 음악을 다 접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록 음악에 빠져서 테이프에 다 녹음해서 매일 들으며 노래 연습했을 정도에요.”
 

▲ 강태을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요즘 뮤지컬은 괴물들의 전쟁?
 
- 뮤지컬 배우는 타고나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뮤지컬은 배우의 실력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우선은 노래가 되어야 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 필요하죠. 이미 지금 뮤지컬계에는 타고난 사람들끼리 모여서 경합하고 있거든요.”
 
- 이미 뮤지컬계에는 타고난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군요.
 
“그렇죠. 제가 인정하는 뮤지컬계에 몇몇 괴물들이 있어요.(웃음) 그 괴물들은 보통 뮤지컬 배우들보다도 더 많은 걸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요.”
 
- 강태을 배우가 인정하는 그 괴물들이 누군가요.
 
“일단 ‘콰지모도’하는 ‘콰지 괴물’ 윤형렬이 있고요.(웃음) 미친 고음을 내는 (한)지상이가 있고, 아주 팝 적인 느낌과 클래식한 느낌을 갖고 있는 (홍)광호도 있죠. 그 외에도 많고, 또 괴물들이 점점 나타나더라고요.(웃음)”
 
- 강태을 배우도 괴물 아닌가요?
 
“음. 저는 괴물은 아니더라도, 저 만의 톤이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 허스키하면서도 날카로운 저만의 톤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 강태을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강태을, 미래를 그리다
 
- 뮤지컬 외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영화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아요. 영화하고 싶어요. OST도 해보고 싶고요. 가수 데뷔는 좀 힘들더라도 OST는 한 번 불러보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40대 즈음에 앨범을 내고 싶기도 해요.”
 
- 40대, 남자가 가장 멋있다는 나이네요.
 
“맞아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고등학생 때도 친구들이랑 ‘우리 나중에 몇 살이 되면 이렇게, 저렇게 살자’라고 얘기하곤 했는데, 그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각자 꿈꾸던 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꿈을 꿔야 그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저도 40대의 저의 모습, 50대의 저의 모습을 많이 그려보죠.”
 
- 강태을 배우가 그린 50대의 모습은 어떤가요.
 
“머리 군데군데 좀 하얗고 짧게 나서, 조지 클루니 처럼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얼마 전에 ‘그래피티’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가 왜 섹시한지 그 이유를 알았어요. 사실 전에는 그가 왜 섹시한지 잘 몰랐거든요. 조지클루니는 여유와 위트가 있는 남자라 생각해요. 그 여유가 자신만을 위한 여유가 아니고 같이 있는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 여유더라고요. 저도 그런 여유와 위트가 있는 사람과 있다면 극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든든할 거 같아요. 50대에는 그렇게 여유와 위트로 주변인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 ‘머더 발라드’ 끝난 뒤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끝나고 2014년 2월에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계약을 안 해서(웃음). 확정된 후에 말씀드릴게요! 어찌됐든 내년에 뮤지컬 무대에도 서고, 오디션도 많이 보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분야들에 계속해서 도전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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