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하이브리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팔 걷어붙인 까닭은
재무구조 안전성 관리·비은행부문 강화 위한 자금 조달…저금리 속 높은 금리 영구채에 뭉칫돈 몰려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우리·KB·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늘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으며 원금상환 의무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영구채가 대부분이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금융회사의 자본조달 수단으로 주로 사용된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늘리는 이유를 재무구조 안정성 확보와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자본 확충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또한 5년 전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의 차환을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절대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특히 은행계 금융지주 발행물을 대상으로 투자자들의 수요도 높게 관측되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발행된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1조8500억원으로, 지난해 총발행액의 약 73%에 해당한다. 남은 하반기를 감안했을 때 발행 증가세가 상당히 가파르다.
이는 코로나발 시장 변동성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투자가 위축됐던 지난 3~4월과 비교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이 늘어나 발행액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액, 1분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6.5배↑ / 4~6월 KB금융 4000억원·하나금융 5000억원·우리금융 3000억원 발행성공
올 1분기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은 우리금융지주 4000억원, DGB금융지주 1000억원, BNK금융지주 1500억원으로 총 65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6.5배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커지고 국제유가 폭락 등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지난 3~4월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전무했다.
하지만 4월 말 KB금융그룹이 실시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당초 모집예정이었던 3000억원을 웃도는 656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33.3% 늘려 지날달 8일 발행했다.
5년 조기 중도상환옵션(콜옵션)은 2700억원에서 3250억원으로, 10년 콜옵션은 30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각각 확대했다. 발행금리는 5년물 3.30%, 10년물 3.43%으로 결정됐다.
지난 5월 35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었던 하나금융지주는 시장 수요가 몰리자, 이사회 승인 한도인 5000억원까지 발행액을 42.9% 늘렸다. 하나금융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범위를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5배 확대한 바 있다.
5년 조기 콜옵션은 3000억원에서 4500억원 늘렸고, 10년 콜옵션물은 500억원으로 유지했다. 발행금리는 각각 3.20%, 3.50%로 결정됐다. 올해 발행된 5년물 영구채 중 가장 낮은 금리에 해당한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3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증권신고서 신고금액인 2500억원 보다 많은 4150억원의 유효수요가 몰렸다. 이에 따라 500억원(20%) 증액한 3000억원을 발행했다. 이미 지난 2월 4000억원 규모를 발행했기 때문에 적당선에서 증액한 것으로 보인다.
5년물 영구채로 발행되며 금리는 3.23%로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발행된 신종자본증권 중 역대 최저 금리다.
지난 12일 시행된 BNK금융지주의 수요 예측에도 당초 모집 예정 금액(1000억원)보다 2배 이상인 22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 이중레버리지비율·위험가중자산 관리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 / 비은행부문 강화·5년물 차환 위한 자금확충
업계에서는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 등을 내놓기 시작하자, 4월 말을 기점으로 신종자본증권의 공급과 수요가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코로나가 3월에 확산되면서 특히 채권 시장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정책 발표로 4월 말부터 투심이 서서히 회복됐다”고 밝혔다.
A씨는 “시장 내에서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KB금융이 제일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며 “신종자본증권 수요조사 이후 성공적으로 자금이 몰리자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미뤄놨던 발행을 재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가 높은 금리부담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는 이유는 △이중레버리지 비율 관리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늘어난 위험가중자산 관리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자금조달 △2015년도 발행 차환을 위한 자금확충 등이다.
A씨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적정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이중레버리지 비율과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해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에 대한 자회사 출자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금융지주사들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A씨는 “대부분 금융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5% 내외에 육박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60%, 125.80%, 128.56%, 96.25%이다. 이중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각각 푸르덴셜생명 편입과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대금 납입 등이 예정돼 있어 향후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더 상승하게 될 수 있다. 금융지주사는 기본자본(Tier1)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해 이중레버리지 비율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기업대출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늘어난 위험가중자산 관리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신종자본증권은 기타기본자본으로 포함돼 BIS 자기자본비율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업계는 중소기업 지원 등을 강화하라는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에서 큰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A씨는 “코로나 여파로 비은행부문 사업 확장이 주춤한 경향이 있지만 향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필수”라고 밝혔다.
실제로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을 주된 목적으로 지난 2월 발행한 4000억원 후순위채에 이어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 총 8000억원을 발행했다.
더불어 2015년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의 첫번째 콜데이트(콜옵션 만기 일자)가 올해 돌아오기 때문에 차환을 위한 자금확충도 필요하다. 올해 예정된 혹은 완료된 차환은 총 4건이다.
하나금융의 5년 콜옵션물 800억원은 지난달 29일 차환 완료됐으며, 오는 11월6일 1550억원 규모의 2차 차환을 앞두고 있다. BNK금융은 오는 24일 5년 콜옵션물 800억원, 8월31일 1500억원의 차환이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은행계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보고 있다.
B씨는 “전반적으로 채권시장이 안정되긴 했지만 잠재 리스크 때문에 은행계 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발행된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모두 AA-등급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에서 부채로 변경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을 무리하게 늘린만큼 부채가 늘어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부채전환의 부담이 있는 상황은 맞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이 확정되더라도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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