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투자' 종목 확대한 국민연금…"확대 해석 자제해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다수 기업에 대한 '투자 목적'을 상향 조정했다. 공교롭게도 그중 최근 정치권에서 강한 비판을 받은 카카오(035720)와 카카오페이(377300)도 포함되면서 국민연금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반투자 상향 조정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리스크 관리 이상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과도한 확대해석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카카오 △카카오페이 △BNK금융지주(138930) △키움증권(039490) △현대로템(064350) △CJ대한통운(000120) 등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중 하나로 보고해야 한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단순 의결권만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금 확대 제안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더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경영참여는 회사 임원 선·해임 등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상향 조정 조치를 두고 시장에서는 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됐다. 특히 이번 상향 조정 종목 중 최근 각종 의혹과 사건·사고가 벌어진 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041510) 인수전 당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시세 조종 의혹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거액의 직원 횡령사건이 벌어졌고, 키움증권은 올해에만 두 차례의 불공정 거래 혐의 등으로 리스크 관리 실태를 지적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와 금융권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기도 헸다.
윤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카카오에 대해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독과점의 부정적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독한 행태니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 대해선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연금이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등 이번 정무 들어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KT 대표이사 연임 추진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경선이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기관투자자의 보유목적 변경은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만큼,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가 과도하게 해석되진 말아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뉴스투데이가 국민연금 공시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한 공시는 총 4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5월과 8월에는 각각 11개와 16개 기업에 대한 보유목적을 올려 잡았고, 지난달에도 5개 기업의 보유목적을 상향했다.
지난 6월에는 17개 기업에 대한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국민연금의 보유목적 변경에 대해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자신들의 권한을 확보해두는 위험관리 측면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국민의 은퇴자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정치적인 리스크와 책임을 지고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며 "만약 정치적 지시를 고려하더라도 일반투자 단계에선 이사 선임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