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3)
중국에 유리한 사업 선정하고, 경제적 이익 챙기다가 결국 인프라 운영권 등 이권 확보
중국은 지난 10월 17~18일 양일간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 3차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했다. 140여개국과 30여개 국제기구가 참석한 글로벌 행사로 G2로 급부상한 중국이 향후 G1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어떻게 국익과 연결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란 제목으로 총 5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은 지난 10월 개최한 일대일로 10주년 기념 3차 국제 정상포럼에서 정책변화를 시사했다. 일부 참여국을 ‘부채의 덫’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참여국들은 일대일로 사업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설계됐고, 추진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이 부채 문제로 파산 상태에 이르는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과 경제 성장률 저하로 일대일로 정책의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참여국들이 부채의 덫에 빠지는 이유는 중국의 단계별 프로젝트 추진 방식에서 알 수 있다. 1단계는 계약 단계로, 참여국의 필요성보다 중국이 요구하는 프로젝트가 선정된다. 2단계는 인프라 시설 시공 단계로, 중국 업체가 중국산 자재를 사용하고 중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참여국은 고용 창출과 경기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 3단계는 시설 완공 이후 중국 정부는 채권을 확보하고 중국 업체는 수익이 나지만 참여국은 시설 운영 적자와 부채만 남아 결국 중국이 인프라 시설 운영권 등 이권을 확보한다. 단계별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자
■ 계약 단계에서 참여국의 필요성보다 중국이 요구하는 프로젝트 선정
① 계약 단계 :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확장 사업은 파키스탄에게 필요한 사업이 아니었다. 중국이 믈라카 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동의 원유를 인도양을 거쳐 과다르 항구로 운반한 다음, 다시 ‘과다르-중국 서부지역 신장자치구 카스(喀甚)’를 연결하는 송유관을 통해 중국 내륙으로 공급하겠다는 목적에 의해 추진됐다. 과다르-카스 3,000㎞ 구간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서 중국-파키스탄 회랑(CPEC)으로 지정해 고속도로, 철도, 광통신망, 송유관을 개설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과다르 항구를 경유하는 물동량이 적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참여국과 체결하는 계약 내용은 비밀이기 때문에 참여국에서는 유령회사 계좌로 자금을 받아 전용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필리핀과 미얀마에서는 지하경제와 도박사업으로 유입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자금은 중국 국책은행에서 대출해 주는 차관 형식으로 5%의 금리를 적용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나 공적개발원조(ODA) 차관 금리보다도 2배 이상 높다. 게다가 원리금 상환 연체와 탕감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은 차관을 대출해 주면서 참여국에 광물 등 천연자원을 수출해 얻은 수입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베네수엘라의 경우 석유를 팔아 번 외화를 중국이 관리하는 은행 계좌에 직접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재정상태가 부실한 참여국들은 경제성 없는 사업에서 적자를 내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파산 위기에 이르게 된다. 서방에서 중국을 ’악성 고리대금업자‘ 또는 ’채무 제국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시공 단계에서 중국 주도로 참여국 고용 창출과 경기 부양 기대할 수 없어
② 시공 단계 : 참여국은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국민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자국산 원자재 판매가 증대되며 동시에 중국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을 것을 기대했지만, 중국은 자국인 고용과 자국산 자재를 사용하는 데다, 과잉공사를 하거나 저가의 중국산 자재 가격을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관리나 유지 보수 등 후속 조치도 중국 업체가 담당하게 되어 계속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계약 이행도 여의치 않아 지난해 네팔은 25억 달러 규모의 부디 단다키댐 건설 공사에 대해 ‘계약이 변칙적이고 경솔하다’라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 말레이시아는 2018년 믈라카 반도-쿤밍(昆明) 철도와 송유관 건설 사업 등을 중단했고, 미얀마의 미트소네 수력댐 사업과 태국의 고속철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중국의 부실시공 의혹도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에콰도르 코카코도 수력 발전소에서 2016년 완공 직후 댐에 수천 개의 균열과 터빈에 17000여 개의 균열이 발견돼 붕괴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고, 파키스탄에서도 중국이 건설한 닐룸-젤룸 수력발전소에서 2022년 터빈에 물을 공급하는 터널에서 균열이 발견돼 가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 완공 이후 일부 참여국은 부채와 인프라 시설 운영 적자로 중국에 이권 양도
③ 완공 이후 ;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는 일대일로 참여국 23개국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채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가운데 12개국은 중국에서 외채 50% 이상을 조달했고, 정부 세수의 1/3 이상을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 대표적 사례는 스리랑카로 함반토타 항구 건설로 대출받은 14억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2017년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중국에 항구 지분 80%와 99년 운영권을 넘겼다.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운영도 중국에 넘어간 상태이고, 잠비아도 중국에 66억 달러를 갚지 못해 광물 채굴 이권을 양도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거점 지부티도 중국의 자금 투입 초기인 2016년에는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50% 정도였지만, 2018년에는 85%로 급증해 파산 위기에 몰렸는데 이 중 70%가 중국 부채였다. 2020년 9월 라오스는 파산 직전 중국 채권단으로부터 부채를 탕감받기 위해 주요 자산을 중국에 매각하고 에너지원 일부를 6억 달러(약 7100억 원)에 넘겼다고 한다. 중국 쿤밍(昆明)-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철도가 운행을 개시하기도 전에 발생한 일이다.
G7 국가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탈리아는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2023년 탈퇴를 선언했다. 이탈리아 총리는 “일대일로 사업 참여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중국 수출은 130억 유로에서 160억 유로로 30억 유로 정도 증가했는데 중국의 이탈리아 수출은 거의 2배가 늘어 중국만 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이 이탈리아의 동북부 트리에스테 항구와 서북부 제노바 항구에 투자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 부채의 덫에 걸린 참여국들은 중국에 더욱 의존적인 행태 보여
2023년 10월에 개최된 일대일로 3차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파키스탄의 카카르 총리는 시진핑 주석에게 “파키스탄과 중국 관계는 하늘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우리는 늘 중국과 함께 할 것이고 중국을 무조건 신뢰한다"고 밝혔다. 일대일로 사업 참여로 막대한 부채가 발생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파키스탄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다시 중국의 지원을 바라는 것이다.
반중 정서로 당선된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중국 의존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차관 재협상 등을 통해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스리랑카는 2019년 일본·인도 컨소시엄과 콜롬보항 컨테이너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가 파기하고 2021년 중국 기업에 발주했다. 중국에 부채가 있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파산 위기를 겪는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 중국 이익 우선의 사업 추진 변화 없이 소규모 직접투자로 전환 예상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는 한 중점사업으로 추진될 것이고 그 이후에도 중화민족의 부흥을 구현하기 위해 지속 이어갈 것이며, 중국 이익을 우선하는 기존의 사업 추진 방식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참여국을 부채의 덫에 빠뜨리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도 투자금 회수가 곤란하고 투자할 경제력도 10여 년 전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향후 현지 기업에 직접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언급하고 있고, 대상 지역도 재정난이 계속되는 아프리카 서남아시아보다 부채 리스크가 덜한 동아시아, 중동, 남미 유럽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번 3차 국제 정상포럼에서 ‘작고 아름다운 사업 추진’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자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협력체를 구성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성과도 있지만, 참여국 일부를 파산 상태에 이르게 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편에 계속〉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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