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2)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11.06 10:06 ㅣ 수정 : 2023.11.15 22:43

일대일로는 전 세계 150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경제 협력체로 개발도상국 내 편으로 만들어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중국은 지난 10월 17~18일 양일간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 3차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했다. 140여개국과 30여개 국제기구가 참석한 글로벌 행사로 G2로 급부상한 중국이 향후 G1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어떻게 국익과 연결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란 제목으로 총 5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image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의 민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有奶便是娘’(유내편시낭, 나한테 젖을 주는 사람이 엄마이다)이 있다. 나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을 따르겠다는 현실적 사고방식인데, 이런 태도는 국가 간에도 큰 차이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해 경제적 이

익을 얻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대일로의 문제와 파생되는 부작용을 따지는 것은 다음 일이다.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 지원하되 비밀주의 견지해 내정 불간섭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개발도상국이 원하는 2가지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첫째는 인프라 시설 건설 지원이다. 중국은 그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고속도로 건설과 항만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지원했고, 이 시설들은 해당국 정권의 업적이 된다. 둘째, 내정 불간섭이다. 이들 중에는 독재정권과 인권 탄압 정권도 있지만, 중국은 해당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도를 사업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중국은 해당 국가와 인프라 건설 계약 체결 시 비밀주의를 견지하고 있다. 사업에 투입되는 차관의 규모와 조건 등을 밝히지 않아 해당국 정권과 어떠한 거래가 있었는지 알려지지 않는다. 인권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취약한 정권들이 매우 선호하는 방식이다. 

 

2023년 10월에 발표된 중국의 ‘일대일로 백서’에 의하면 이 프로젝트에 150개 이상 국가와 30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UN 정회원국 193개국 중 43개국을 제외하고 전부 참여한 셈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55개국 중 53개국이, 남미 지역은 33개국 중 브라질, 콜롬비아, 파라과이 등 3개국 외에 3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개발도상국 거의 전부가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협력체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추진돼온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우선 중국 자체의 평가부터 살펴보자. 시진핑 주석은 2023년 10월 18일 일대일로 10주년 기념 3차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일대일로 계획은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인프라 네트워크 연결과 항구 개발로 새로운 경제 통로를 창출했다”고 자찬했다. 여기서 새로운 활력과 새로운 플랫폼은 ‘중국식 발전 모델과 표준’을 의미한다.

 

일대일로 백서에서 성과 나열하며 중국과 참여국 모두 이익이었다고 평가

 

일대일로 3차 정상포럼 개최 일주일 전 10월 10일 중국이 발표한 ‘일대일로 백서’에는 프로젝트의 내용과 성과가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백서에서 기술된 성과를 발췌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육상 교통 연결망 구축이다. 중국은 육지로 연결되는 파키스탄, 라오스, 미얀마, 러시아-몽골, 중앙아시아 등 5개 방향으로 철도와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육상 연결은 되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의 야안 고속철도와 유럽의 헝가리-세르비아 철도의 베오그라드-노비사드 구간을 개통시켰으며, 부다페스트-클레비오 구간은 선로부설 작업을 시작했고, 몬테네그로의 남북고속도로는 완공됐다고 기술돼 있다. 또 육상 연결망 중 중국-러시아 회랑에 가스수송관을 설치했고, 중앙아시아와 미얀마 회랑에는 송유관과 가스수송관이 완공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둘째, 해상 항만 개발이다. 서남아시아의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차우크퓨 항구,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를 확충했고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레키 심해 항구, 유럽의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 이탈리아의 바도 컨테이너 터미널 개설 등 실적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들은 중국이 투자하고 확충한 이러한 항구들이 군사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셋째, 육상과 해상 교통망을 연결한 ‘복합 운송 회랑’ 확대이다. 중국의 국제열차는 86개의 운행 노선으로 아시아-유럽 배후지의 주요 지역을 통과하며, 유럽 25개국 200개 이상의 도시에 도달하는 등 유라시아 대륙을 교통망에 포함했다. 중국 서부를 지나는 철도-해상 복합 운송 열차(Western Land-Sea New Corridor)는 중국 중부 및 서부의 18개 성(자치구 및 시)을 포함하며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300개 이상의 항구로 이어진다고 기술하고 있다. 

 

넷째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협력 및 산업단지 조성이다. 파키스탄과 공동으로 카라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고, 카자흐스탄과 함께 유리빈에 핵연료 관련 공장을 건설해 가동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70개 이상의 해외 산업단지를 건설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벨로루시 산업단지, 중국-UAE 생산 능력 협력 시범 단지 등이다. 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들은 자신들의 경제발전 계획을 연계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의 비전 2030’을 ‘일대일로 구상’과 연결했다고 한다. 

 

다섯째, 중국 주도의 표준화 제정 추구이다. 이 분야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중국 중심주의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중국은 65개국 표준화 기구 및 국제, 지역 기구와 107개의 표준화 협력 문서를 체결해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물류 등 다양한 분야의 표준 제정에 국제협력을 촉진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금 조성 목적으로 금융 시스템과 전자 상거래 디지털 분야의 규칙과 표준을 자국 중심으로 제정하고 중국의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北斗)의 사용을 주도하며, 무역 결제도 위안화 사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에서도 긍정적 평가 이어지면서 개발도상국과 관계 돈독히 구축해

 

벨기에 싱크탱크 브루겔(Bruegel)이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세계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긍정적이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와 중동 북부지역 등지의 개발도상국 언론이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보스턴 대학의 케빈 갤러거 교수는 10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녹색발전 국제연맹 회원 총회’에서 “지난 10년간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과 세계 경제에 큰 이익을 가져왔다”며 “인프라 건설을 통해 상호 연결을 촉진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빈곤층에게 더 나은 에너지 접근성을 가져다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대만에서는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러기 편대 모델’(Flying Geese Model)이라고 했다. 우두머리 기러기가 앞에서 무리를 이끌고 날아가는 모습과 유사하게 중국이라는 우두머리 기러기가 개발도상국 기러기를 이끄는 형태라는 것이다. 이 모습은 과거 중화질서를 연상케 하는데, 중국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국가를 이끌고자 할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 주석이 지향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 몽’의 실현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이 소홀히 여겼던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자신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중국을 지지하고 추종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중국 진영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도 개발도상국들과 경제적으로 동반 성장하면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전략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30년대 중국의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이 ‘농촌에서 세력을 확대한 다음 도시를 공략’했던 혁명전략과 유사해 보인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국의 세력 확대가 예사롭지 않다. 〈3편에 계속〉

 

 


image
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