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1)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10.23 22:10 ㅣ 수정 : 2023.10.23 22:10

‘일대일로’ 내세운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득 극대화할 방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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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10월 17~18일 양일간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 3차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했다. 140여개국과 30여개 국제기구가 참석한 글로벌 행사로 G2로 급부상한 중국이 향후 G1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어떻게 국익과 연결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란 제목으로 총 5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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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시진핑 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방문 시 일대(一帶, 육상 실크로드) 구상을 밝혔고 이어서 2개월 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일로(一路,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공개했다.

 

중국에서 시작해 유럽에 이르는 지상과 해상의 교역망을 이룩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를 위해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등의 출범을 주도하는 등 미국 중심 세계 금융 질서에 도전했다.

 

’일대일로‘는 ‘중화민족 부흥’ 프로젝트… 해수부 장관 참석에 중국 예우 낮아져

 

‘실크로드’는 기원전 200여년 전 한(漢)나라 시대에 열렸고, 당(唐)나라(618~907) 시대에 전성기를 이루었다. 중국의 바닷길도 명(明)나라(1368~1644) 때 정허(鄭和) 함대가 인도양을 거쳐 중동과 아프리카 동부 연안에 이르는 대항해를 7차례나 했다.

 

이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90여년 앞선 사건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융성했던 漢과 唐의 실크로드와 明의 바닷길을 21세기에 재현하는 것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지난 10월 ‘일대일로’ 추진 10주년을 맞아 제3회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주제는 “일대일로의 고품질 건설을 추진하고 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자”였다. 이번 정상포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25개 국가의 정상, 그리고 140개 국가 대표단과 30개 국제기구 대표단 등 총 4,00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중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산업부 장관 대행이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세르비아 정상이 참석했고 G7 국가는 불참했다. 북한은 1차 및 2차 정상포럼에 김영재 대외경제상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북·중·러 협력 가능성에 대한 거리 두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2017년 1차 정상포럼에 박병석 당시 여당 국회의원과 외교부 1차관이, 2019년 2차 정상포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각각 정부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했으나 이번 3차 정상포럼에는 해수부 장관이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이 아닌 장관 단독으로 참석했다. 이번에는 중국으로부터 정부 대표단 파견 초청을 받지 못했지만, ‘일대일로’의 분과포럼인 ‘해양협력 분과’의 초청을 받고 참석했다고 한다. 

 

우리 참석자의 직급이 1, 2차에 비해 낮아졌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예우도 낮아졌다. 1차 박병석 의원은 정상 환영만찬 시작 이전 시진핑 주석과 10분간 면담을 했고, 홍남기 부총리는 중국의 후춘화(胡春華) 부총리와 영빈관인 조어대에서 면담했다. 이번 우리 해수부 장관은 직급이 한 단계 낮은 차관급인 중국 자연자원부 부부장 겸 국가 해양국 국장 왕홍(王宏)과 양자 회담을 했다.  

 

시 주석, 중국 봉쇄 비판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계속 추진 의지 밝혀

 

시진핑 주석은 18일 개막식에서 “중국은 이념적 대립이나 지정학적 게임, 블록 간 대립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에 우호적인 개발도상국들을 모아 놓고 사실상 미국의 첨단기술 대중 수출규제 등 중국 봉쇄 전략을 비판한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정상포럼에 앞서 지난 10일 ‘’일대일로‘ 백서’를 발간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중국은 150여개 국가, 30여개 국제기구와 200여 건의 협력 문서를 체결했고, 이미 완성된 사업 규모만도 1조 3천억 달러(약 1,760조 원)에 이르며, 중국과 이들 국가와의 상호투자는 누적 3,800억 달러(약 510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중국은 주변국에 42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2030년까지 관련 국가에서 760만명이 극단적 빈곤에서 벗어날 것이며, 3,200만명이 차상위 빈곤에서 벗어나며 전 세계 소득이 0.7∼2.9%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시진핑 주석은 미래의 계획에 대해서도 “작고 아름다운 민생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고품질 발전으로 세계 각국의 현대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방향을 제시하면서, “중국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3,500억 위안(약 64조 원)의 융자 창구를 개설하고 실크로드기금은 800억 위안을 증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나머니를 계속 투입해 서방 중심의 경제에서 소외된 국가를 끌어들이겠다는 선언이자 중국식 현대화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선포였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개발도상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서방의 비판에 대해 중국이 대형 인프라 투자보다는 디지털, 친환경, 의료·교육 등과 같은 민생과 관련된 고품질 사업에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미·중 간 ‘경제적 우호국 확대’ 경쟁에서 경제적 이득 극대화할 방법 찾아야

 

중국의 ‘일대일로’는 단순한 경제협력체가 아니다. 경제협력을 수단으로 참여국의 정치에 개입하고 더 나아가 외교와 안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중심의 경제권을 만들어 가면서 동시에 안보협력체로 확대하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필자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승부를 가르는 4가지 요소 중 ‘우호국 확대’를 하나의 요소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대일로’가 점차 성과를 내자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개발도상국 끌어안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6월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더 나은 세계 재건’(B3W) 구상을 발표했다. G7 국가들과 함께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에 40조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구상은 지난해 6월 독일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 구체화 되어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PGII)이라는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를 위해 2027년까지 미국 2천억 달러(271조원) 다른 국가들이 4천억 달러(542조원)를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9월 인도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IMEC) 을 제안했다. 이 모든 미국의 구상과 제안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국내 언론과 학계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관심이 부족하다. 이를 중국 중심의 경제협력체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추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제적 우호국 확대’ 경쟁에서 우리가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할 방법은 무엇일까?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 및 학계,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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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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