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 “지금 공모주 호황은 ‘버블’…장기적 부작용 올 것”

임종우 기자 입력 : 2023.12.15 08:59 ㅣ 수정 : 2023.12.15 08:59

“‘묻지마 투자’ 장세 지속…‘파두 사태’가 부작용의 사례”
“IPO 시장, 내년이 더 낫더라도 수급 장세는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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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뉴스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금의 공모주 시장 호황은 믿기지도 않는 수준의 ‘버블’입니다. 얼핏 보면 당장은 모두가 수익을 보는 시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아주 큰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15일 뉴스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IB(투자금융)와 IPO(기업공개) 시장의 이슈를 전달하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가감 없이 짚어내기로 유명한 금융인이다. 공모주로 자본시장에 발을 디뎠지만, 현재는 집합투자와 투자자문, 투자일임업, 경영 컨설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올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격동의 한 해를 보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나타난 가운데, 이 대표는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좋은 측면만 비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지 않고 공모주라면 무조건 자금이 유입되는 ‘투기 장세’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개미투자자들이 분노한 ‘파두 사태’는 투기 장세로 나타난 부작용의 단적인 예라고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투기적인 장세가 지속된다면 IPO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시장 신뢰도에 대한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내년 IPO 시장에 대해서도 당분간은 기업 본질 가치를 주목하기보다는 수급(매매동향) 위주의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소형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유지되는 가운데, 비상장 대기업들의 ‘깜짝 등장’의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환경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혁신IB자산운용이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국내 최초로 IB(투자금융)만을 특화해 운용하고자 설립했다. 4년 전 자본금 5억원 초반대로 작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자기자본만 70억원 넘는 등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다. 사명에 IB를 붙인 것은 ‘우리 운용사가 IB 업계에서 제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고, 특히 IPO 분야에선 항상 앞서 나간다는 생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Q. 많은 분야 중 IPO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다면, IPO 시장만이 가진 특징점은

 

증권사 IB 공채출신이어서 익숙한 분야기도 하고, 첫 주식 경험이 공모주여서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IPO 시장은 모든 기업들의 출발선이 대체로 똑같다고 생각한다. 상장 이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불합리한 투자가 아닌 IPO 전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증권신고서나 IR을 통해 공개해 동일 선상에서 투자하는 ‘출발선이 같은 경쟁’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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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을 이야기하면서 거듭 '안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진=뉴스투데이]

 

Q.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을 총평하자면

 

안타깝게 생각한다. 증시가 안전한 성장을 이룬 것이 아닌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온전히 쏠릴 만한 섹터가 없는데,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상승 폭 400% 정책이 도입되면서 오갈 곳 없는 자금이 상장일에 쏠리고 있고, 이에 공모주 참여자들은 무조건 공모주를 받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얼핏 보면 ‘모두가 수익이 나니 좋은 것 아닌가’ 싶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아주 큰 악영향을 줄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터진 이후 새로운 개선안이 그 위에 덧씌워지는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 위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의 시장은 주도 섹터 없이 딱 정치 테마주 아니면 IPO 두 가지로 투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IPO는 1년에 약 100번 정도 열리는 ‘단타 대회’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개인들이 변동성을 활용해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장인 만큼 투심도 쏠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관심이 극단적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이차전지나 바이오 등 다른 주도 섹터가 부상한다면 IPO 시장에 대한 관심도 현 수준보다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모든 공모주가 오르는 장세라 개인들이 매수를 지속하고 있는데, 기관은 상장 첫날 시초가에서 던지고 개인이 매수를 하는 현상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IPO는 투자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공모시장 유입이 감소하면 시장이 전체적으로 냉각되는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

 

Q. 개인투자자의 유입 감소 우려 외에 또 달리 짚어야 할 문제점은

 

최근 너무 많은 기관투자자가 공모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예전 공모주 시장은 극히 일부의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은행처럼 소수의 기관이 들어오던 곳이다.

 

기관투자자 증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전문성이 부족한 운영사가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업을 접한 적이 없거나 공모주와 완전히 다른 투자 분야를 주력으로 삼던 기관들이 공모시장에 들어오고 있는데, 현재 공모주 수익률이 높다 보니 수요예측에서 상장 기업에 대한 분석 없이 공모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공모가 밴드 상단 곱하기 1.3배’와 같은 식으로 높은 공모가를 제시하면서 상장 전부터 주가가 부풀고 있다. 이상적인 공모시장은 디스카운트가 적용된 기업이 상장해서 기업가치를 불리는 것인데, 비교기업을 비싼 곳들로만 선정해도 일부 기관들이 알아서 공모가를 받쳐주고 있다. 믿기지 않는 ‘버블’ 상태다.

 

Q. 기관의 과포화 상태인 것인가

 

지금의 공모시장이 개인보다 기관을 우대 배정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기관들이 엄청 유입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비상장 기업의 가격을 발견하라는 취지의 수요예측이 지금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

 

Q. 올 하반기 상장사 중에서도 특히 파두가 큰 지탄을 받았는데, 이는 어떻게 보는가

 

‘시장을 얼마나 우습게 봤나’ 하는 한탄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 역시 시장에서 ‘묻지마 투자’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파두 측은 상황 파악이 덜 됐는지, 반성 대신 변명으로만 일관한 것도 시장에선 꽤 신뢰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안타깝다.

 

Q. 내년 IPO 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이렇다 할 대어가 없다가, 최근 두산로보틱스만 성공할 정도로 대어가 흥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재 시장 자체가 기업가치보다 수급으로 움직이는 시장이어서 내년에도 이렇게 수급 위주의 시장이면 올해와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미뤄놨던 비상장 대기업들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Q.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비둘기파’적인 성향은 성장주 위주의 공모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겠는가

 

비둘기파적인 연준은 분명히 좋게 작용하겠지만, 한미금리차가 이미 상당히 역전됐고 총선 등 정치적 이슈도 있는 상황이라 추이를 지켜봐야겠다.

 

다만 공모주 시장이 냉각되더라도 중소형 공모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냉각 시 피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대형 공모주다.

 

Q. 현재까지 네 개의 펀드 상품을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익률은 괜찮은가

 

3개의 공모주 펀드와 1개의 코스닥벤처펀드를 냈는데, 사실 IPO를 잘 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코스닥벤처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나머지 3개의 공모주 펀드는 기관 전용과 리테일 전용, 환매 조정 등을 통해 각각 특징을 달리했다. 특히 올해 8월 1호 펀드 출시 1년이 도래한 시점에서 수익률 20%를 기록하기도 했다.

 

Q. 공모시장 외에 달리 주시하는 분야가 있는가

 

IPO를 가운데 두고 이전에 하는 비상장 투자(프리IPO)나 이후에 하는 상장 이후 투자(포스트IPO)가 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프리IPO나 포스트IPO에서 수익이 더 크게 나오고 있다.

 

Q. 투자에 있어서 세워둔 원칙이 있다면

 

내가 직접 시간을 들여서 공부하고 판단하자. 타인의 판단이 아니라 나의 판단으로 투자하고, 따라가는 투자가 아닌 남들이 놓치고 흘린 것 중에 옥을 찾아내자.

 

Q. 최근 산업군 다양화로 IPO 시장에서도 생소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세워야겠는가

 

완전히 새롭게 태동한 산업의 기업이라면 재무가치보다는 무조건 성장성을 볼 필요가 있다. 신산업은 대체로 혁신적인 산업인데, 재무가 좋은 경우가 드물어서 주가매출액비율(PSR)이나 시장의 성장추세를 보는 것이 더 낫다.

 

Q.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한 마디 조언하자면

 

여러 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지만, 결국 투자의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 기업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다. 투자에서 손실을 볼 수는 있겠지만, 기업에 대한 공부를 한다면 투자 손익보다 최소한 ‘지식의 수익’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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